≪정태건의 까까오톡≫
'스우파'로 이제 빛 보기 시작한 댄스신
100여 명 댄서들 집단 행동으로 '자책골'
'아는 형님' 스우파 특집/ 사진=JTBC 캡처
'아는 형님' 스우파 특집/ 사진=JTBC 캡처
≪정태건의 까까오톡≫
'까놓고, 까칠하게 하는 오늘의 이야기'. 정태건 텐아시아 기자가 연예·방송계 이슈를 까다로운 시선으로 신랄하게 비판합니다.

한 댄서가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팝핑을 팝핀이라 했다고 120명이 넘는 동료댄서들에게 저격을 당하는 촌극이 일어났다. 집중 폭격의 대상은 Mnet '스트릿 우먼 파이터'에 출연해 국내 댄스신의 전성기를 몰고온 댄서 모니카다.

모니카가 지난 20일 방송된 JTBC '아는 형님'에 출연해 "'팝'을 하는 모든 동작들을 '팝핑(Popping)'이라고 하는데 'g'를 빼서 '팝핀(Poppin')이라고 부른다"고 말한 게 화근이었다. 100여 명의 댄서들은 SNS를 통해 모니카의 설명이 잘못됐다며 전문성을 지적하는 게시물 잇달아 게재했다.

'팝핑'과 '팝핀' 모두 사용되는 단어지만 춤의 장르를 설명할 때는 '팝핑'이라는 표현이 적절하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하지만 '스우파'를 통해 춤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누리꾼들은 100명이 넘는 댄서들이 강도 높게 비판할 정도의 사안인지 납득하기 어려웠고, 보다 명확한 설명을 원했다.

일반 대중들은 '팝핑'보다 '팝핀'이라는 단어가 익숙한데 뭐가 잘못된 것인지 알 길이 없다. 그럼에도 구체적인 설명은 생략되고 비판만 이어지자 '스우파' 출신 댄서들이 인기를 끌자 괜히 트집 잡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고개를 들었다. 특정인을 사이버상에서 집단적으로 따돌리거나 집요하게 괴롭히는 행위를 뜻하는 '사이버 불링'이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이러한 반응에 일부 댄서들은 격앙된 반응으로 일관했고, 욕설은 물론 패륜적 망언까지 쏟아부었다. 춤에 대해 전문적인 지식을 갖기 어려운 팬들을 '빠순이'라고 기만하는가 하면, 특정 댄서는 메시지를 보낸 누리꾼들에게 법적 대응을 시사하기도 했다. 심지어 '팝핀' 표현을 지적한 이들도 과거 '팝핀'으로 표기해왔던 정황이 드러나면서 설득력을 잃었다.
'아는 형님' 스우파 특집/ 사진=JTBC 캡처
'아는 형님' 스우파 특집/ 사진=JTBC 캡처
모니카의 발언은 다양한 춤의 장르가 낯선 시청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설명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영향력을 가진 댄서가 춤을 소개하고, 여러 장르에 대한 관심도를 높이는 바람직한 의도였다. 이 과정에서 잘못된 표현이 있었다면 사실을 바로잡고 비판을 보내는 건 박수 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동료 댄서들은 건강한 비판이 아닌 집단적 따돌림에 가까운 행동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스우파' 출신 댄서들의 활약으로 모처럼 찾아온 댄스신의 인기에 오히려 찬물을 끼얹은 셈이다.

이러한 논쟁은 10년 전 Mnet '쇼미더머니'가 등장하고 힙합신 안에서 잡음이 생겼던 것과 비슷하다. 당시 홍대 공연장 등을 주요 활동 무대로 써왔던 언더그라운드 래퍼들은 '쇼미더머니'가 대중들에게 힙합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만든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하지만 '쇼미더머니'가 엄청난 인기를 얻자 힙합신 전체가 많은 관심을 받게 됐고, 막대한 자본이 투입되기 시작했다. 이에 과거 '쇼미더머니' 보이콧을 선언했던 대부분의 래퍼들은 결국 자신들의 소신을 깨고 '쇼미더머니'에 출연하기도 했다.

댄스도, 힙합도 소비하는 사람들이 늘어나야 발전할 수 있다.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다. 이제 막 춤에 대한 대중적인 관심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그들만의 문화'에 갇힌 댄서들은 도태될 수밖에 없다. 새로 유입되는 팬들을 향해 '빠순이'라고 지칭하는 건 자신들이 설 자리를 스스로 없애는 것과 마찬가지다.

'스우파'가 있기 전부터 대중적으로 이름을 알린 댄서 팝핀현준도 이를 잘 알고 있는 듯 답답함을 토로했다. 그는 관련 논란에 대해 "짜장면이냐, 자장면이냐 이런 문제"라며 "팝핑이든 팝핀이든 춤만 잘 추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스스로를 '스트릿 댄스의 큰 형님'이라고 표현한 팝핀현준은 "이럴 필요가 없다. 우리끼리 똘똘 뭉쳐서 더 좋은 걸 해야 한다. 화합이 제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제 막 물 들어오기 시작한 댄스신에서 노를 젓는 건 커녕, 역행하려는 일부 댄서들이 새겨들어야 할 선배의 참된 조언이다.

정태건 텐아시아 기자 biggu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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