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의 법칙' 깬 초강수 대처
'위기 대응의 교과서'로 재탄생
사진=BJ토마토 유튜브 채널 'Fresh토마토' 영상 캡처
사진=BJ토마토 유튜브 채널 'Fresh토마토' 영상 캡처
≪서예진의 BJ통신≫
서예진 텐아시아 기자가 BJ, 유튜버, SNS스타 등 인플루언서들의 소식을 전합니다. 최근 방송과 유튜버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온라인에서 활동하는 인플루언서들이 연예인을 뛰어넘는 인기를 누리고 있는 가운데, 전반적인 온라인 스타들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유튜버들에게는 '6개월의 법칙'이 존재한다. 이는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던 유튜버들이 대부분 자숙이란 명목으로 방송을 중단한 뒤 6개월 안에 복귀하는 것. 채널이 6개월 이상 비활성으로 간주될 경우 유튜브 코리아의 재량에 따라 채널의 수익 창출 자격이 박탈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BJ토마토는 자숙 없이 정면 승부하는 초강수를 뒀다.

토마토는 지난 2월 6일 프로게이머 출신 BJ 투신 등과 '술 먹방'을 진행했다. 방송 도중 투신은 토마토에게 노래 '체념'을 신청했다. 이에 토마토는 "힘들 때의 감성이 안 나온다. 냄져를 잊었을 때 감성이 안 나온다"고 거절했다.

이를 들은 시청자들은 "워마드 이용자냐"며 반발했다. 토마토는 "술 취해 발음이 꼬인 것"이라고 해명했다. '냄져'는 남성 혐오 성격을 띄는 커뮤니티 '워마드'에서 사용되는 말로, 남자를 조롱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비판 여론이 높아지자 토마토는 이날 오후 자신의 방송국에서 '죄송합니다'라는 제목으로 생방송을 진행했다. 그는 "저는 페미도 아니고 남혐도 아니다. 제가 남혐이면 어떻게 남자들과 말을 섞으면서 방송을 진행할 수 있겠느냐"며 "남자를 비하하려고 냄져라는 말을 한 게 아니었다"고 빠르게 사과했다.

하지만 사과만으론 대중들의 분노를 잠재울 수 없었다. 토마토는 '안티 페미니즘' 저서를 쓴 오세라비 작가에게 '합방'을 요청했다. 그는 오세라비 작가에게 직접 1:1 강연을 듣는 등 두 사람의 대화가 담긴 영상을 3부작에 걸쳐 제작했고, 이는 긍정적인 반응을 불렀다.

오세라비는 해당 영상의 댓글에 "20대 초반 나이대 여성과 이런 예민하지만 꼭 필요한 대화 나눠보길 희망하던 때에 토마토의 겸손한 요청에 의해 방송을 하게 됐다"며 "누구나 실수, 실언, 오류를 범할 수 있다. 그럴 때 다시 돌아보고 점검한다는 것도 용기"라며 토마토를 응원했다.

토마토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그는 전 게임물 관리위원회 여명숙 위원장과의 식사 자리도 마련했다. 여명숙은 유튜브 '개수작TV'를 통해 남녀 갈등 및 사회 문제를 블랙 코미디 형식으로 풀어가는 통쾌한 입담을 자랑한다. 그런 여명숙과의 합방 또한 토마토에게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후 토마토는 여명숙 위원장으로부터 선물받은 천안함 모자를 BJ 감스트에 자선 목적으로 판매해 수익금 100만 원을 천안함 재단에 기부했다. 이는 빠른 사과와 오세라비 작가의 강의, 여명숙 위원장과의 식사에서 얻은 호감과 더불어 선한 이미지까지 더해졌다. 그는 자숙이나 물귀신 작전 없이도 위기에서 빠르게 벗어났다.

1999년생으로 올해 만 22세가 되는 토마토는 2018년 처음 방송을 시작했다. 귀여운 외모로 게임방송을 주로 진행하던 그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위기 대응의 교과서'라는 새 별명이 생겼다.

한국 사회는 최근 젠더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유행어인 줄 알고 아무 단어나 무심코 사용했다간 큰 화를 입기 마련이다. 의도 없이 무심코 쓴 손동작 단어 하나가 남혐 또는 여혐이라는 진영논리에 휘말려 생업에 어려움을 겪는 인플로언서도 부지기수다. 남혐 논란에서 자숙 명목의 잠적이 아닌 적극적인 대응으로 위기를 피해간 토마토의 대응법이 돋보이는 이유다.

서예진 텐아시아 기자 yeji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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