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우, 프로포폴 투약 벌금형 기소
애매한 사과문 후 '수리남' 출연 강행
'연기로 보답하겠다'는 자세, 통할까
배우 하정우/ 사진=텐아시아DB
배우 하정우/ 사진=텐아시아DB
≪정태건의 까까오톡≫
'까놓고, 까칠하게 하는 오늘의 이야기'. 정태건 텐아시아 기자가 매주 일요일 화제가 되는 연예·방송계 이슈를 까다로운 시선으로 신랄하게 비판합니다.

배우 하정우가 프로포폴 불법 투약 혐의로 기소돼 고개를 숙였다. 공교롭게도 그의 차기작은 마약 범죄를 다루는 '수리남'. 논란에 정면 돌파하는 하정우의 대담함을 대중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하정우는 지난해 2월 프로포폴을 불법으로 상습 투약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자신의 이름이 아닌 친동생 이름으로 차명 투약했다는 정황도 드러났다.

당시 소속사 워크하우스컴퍼니는 "하정우가 얼굴 부위 흉터 때문에 평소 고민이 많던 중 흉터 치료로 유명하다는 모 병원 원장을 소개받았고, 10회 가량 강도 높은 레이저시술을 받았다"며 "치료를 받을 때 원장의 판단 하에 수면마취를 시행한 것이 전부이며, 어떠한 약물 남용도 전혀 없다"고 부인했다.

동생 명의로 진료 받은 점에 대해선 "원장이 하정우에게 '소속사 대표인 동생과 매니저의 이름 등 정보를 달라'고 요청했다"며 "프라이버시 보호 차원으로 막연히 생각했고, 의사의 요청이라 별다른 의심없이 전달했다. 그것을 병원에서 실제로 어떻게 사용했는지 여부는 알지 못한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하정우 등에게 프로포폴 불법 투약한 혐의를 받은 성형외과 원장은 다음달 열린 재판에서 혐의 일부를 인정했다. 결국 지난해 7월 하정우도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당시에도 그는 "프로포폴 투약은 치료 목적이었다"고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조사 결과는 달랐다. 지난달 28일 하정우를 프로포폴 불법 투약 의혹 혐의로 벌금 1천만 원에 약식기소했다. 법원의 판단은 나오지 않았지만 하정우는 재빠르게 소속사를 통해 사과문을 냈다.
배우 하정우/ 사진=텐아시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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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그동안 검찰 수사 과정에서 모든 사실을 말씀드렸고, 그에 따른 처분을 겸허한 마음으로 받아들인다"고 했다. 검찰의 판단에 존중의 뜻을 전하면서도 다소 억울한 입장이라는 뉘앙스가 느껴진다.이어 "실제 시술을 받았기에 잘못으로 여기지 못한 안일한 판단을 반성하고 있다"고도 했다.

시술을 받은 사실은 핵심 쟁점이 아니다. 하정우가 받은 시술의 강도가 어느 정도인지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이미 의사는 상습 투여에 대한 혐의 일부를 시인한 지 오래다. 하정우의 혐의 역시 검찰은 명백한 위법 행위라고 봤다. 그럼에도 "죄송하다"는 말 대신 "사과의 뜻을 전한다"고 교묘하게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프로포폴은 이른바 '우유 주사'로 불리는 수면 마취제다. 다른 마취제보다 쉽게 잠들고 깨 많은 병원에서 사용된다. 신체적인 중독성은 거의 없지만 깊이 잠 든 느낌을 줘 정신적인 의존성을 유발한다는 우려가 있다. 이에 상습 투여가 적발되면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를 받게 된다. 하정우의 경우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그가 준비 중인 작품은 마약 이야기를 담은 넷플릭스 '수리남'이다.
'수리남' 하정우(왼쪽 아래부터 반시계 방향으로) 윤종빈 감독 황정민 박해수 조우진 유연석/ 사진=넷플릭스 제공
'수리남' 하정우(왼쪽 아래부터 반시계 방향으로) 윤종빈 감독 황정민 박해수 조우진 유연석/ 사진=넷플릭스 제공
'수리남'은 남미의 한 국가 수리남을 장악한 한인 마약왕을 검거하기 위한 국정원의 비밀작전에 협조할 수 밖에 없는 민간인 사업가의 목숨을 건 여정을 담는다.

하정우는 극 중 큰 돈을 벌기 위해 수리남에서 사업을 시작하지만 마약 범죄에 휘말리게 되는 강인구 역을 맡는다. 그가 마약을 다루는 작품에 출연을 결정하기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 텐데도 정공법을 택했다.

하정우가 오래 전부터 '수리남' 출연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최근 제작이 확정된 만큼 충분히 하차를 고려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수리남'은 윤종빈 감독을 비롯해 배우 황정민, 박해수, 조우진, 유연석 등이 합류한 기대작이다. 이번 작품이 흥행한다면 이미지 반전을 꾀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연기로 보답하겠다'는 강공법이 아직까지 대중에게 먹힐 지는 의문이다.

하정우는 윤 감독과 함께한 영화 '범죄와의 전쟁'에서 나이트클럽 이권 다툼을 고민할 때 "명분이 없다"는 명대사를 남겼다. 이번 '수리남' 출연에는 어떤 명분이 있는지 묻고 싶다.

정태건 텐아시아 기자 biggu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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