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유튜브 채널 '대도서관TV' 영상 캡처
사진=유튜브 채널 '대도서관TV' 영상 캡처
≪서예진의 BJ통신≫
서예진 텐아시아 기자가 BJ, 유튜버, SNS스타 등 인플루언서들의 소식을 전합니다. 최근 방송과 유튜버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온라인에서 활동하는 인플루언서들이 연예인을 뛰어넘는 인기를 누리고 있는 가운데, 전반적인 온라인 스타들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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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나)때는 말이야." 이 문장 안에는 많은 의미가 담겨있다. 아랫사람을 가르치고 싶어 하는 '꼰대'들이 자주 사용하는 단골 대사다. 5년 차 직장인 A 씨는 "신입 사원 때는 그렇게 듣기 싫었던 '라떼' 발언이 후배를 받고 보니 나도 모르게 튀어나오더라"라고 털어놨다.

상대방의 입장이 직접 돼 보지 않고서는 절대 알 수 없는 것들이 있다. 회사를 오래 다니다 보면 후배가 생기기 마련이고 자연스럽게 선배와 후배, 양 측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는 공감대가 생긴다. 하지만 사장과 직원은 다르다. 서로 입장이 바뀔 일이 좀처럼 없기 때문. '사장님 나빠요'라는 말에 '사장님'의 입장을 공감하는 직원은 없다.

유튜버 대도서관은 '갑질 논란'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가 운영하는 '엉클대도'의 기업 리뷰에 전(前) 직원들의 폭로가 게재되면서 인성 문제로까지 번지고 있는 것. 7명의 직원이 거의 동시에 퇴사를 한 사실도 알려져 '나쁜 사장'으로 몰렸다.

대도서관은 노련했다. 논란이 일자 빠르게 사과했다. 그는 지난 19일 생방송에서 자신의 폭언에 대해 "일단 전 직원에 대한 비난은 안 해주시길 바란다. 저에 대한 비난은 괜찮다"며 "제가 독단적이고 예민한 성격이 있다. 그런 부분들이 표현 된 것 같다"고 사과했다.

대도서관은 직원 모두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다고 밝혔다. 그는 "직원 중 4명밖에 전화 연결이 안 됐다. 나머지 3명은 안 받더라. 그 4명에게 어떠한 변명도 없이 진심으로 사과했다"며 "남아 있는 직원들에게도 전화해서 혹시 그런 일이 있었는지 물어보고, 만약 있었다면 다신 그런 일이 없을 거라 약속했다. 변명할 말이 없다. 듣는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폭로의 핵심 내용은 '무시'와 '폭언'이다. 하지만 이 가운데 욕설이나 사적인 업무 지시는 없다. 지시를 내리는 입장과 받는 입장의 차이에서 불거진 오해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여기에는 개개인의 성향과 성격도 포함된다.

대도서관은 유튜브에서 게임 방송을 전문으로 하는 크리에이터다. 그의 방송은 게임에 제한을 두지 않기 때문에 처음 접하는 시청자도 거부감 없이 편하게 시청할 수 있다. 이밖에도 시청자들과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고, 먹방을 펼치는 등 다양한 재미를 선사한다. 현재 구독자 169만명을 보유하고 있다.

'엉클대도'의 직원들은 대부분 대도서관의 팬이다. 동경했던 인물과 막상 일해보니 그려왔던 모습과 다른 점에서 오는 실망감이 존재했을 터. 대도서관 역시 억울한 부분이 있겠지만, 그는 자신의 행동을 부끄럽게 여기고 사과했다.

사과의 유무가 용서를 결정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대도서관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 입장이 다른 것이지 한쪽이 틀린 것은 아니다.

사장이 잘 해줘도 직원들은 불만이 쌓이고, 일을 열심히 해도 사장 처지에선 부족해 보이기 마련이다. 직원과 대표 사이에 충분한 이해와 더불어 입장을 바꿔 생각하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마음을 한번 생각했다면, 직원은 직장을 지키고 대도서관도 곤욕을 치루는 일이 없지 않았을까.

서예진 텐아시아 기자 yeji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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