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페스 청원 등장, 동의자 21만 명 돌파
알페스는 실존 인물을 엮는 행위로 방송 러브라인도 해당
딥페이크 피해 심각, 韓 여성 연예인 피해가 25%
[TEN 이슈] 알페스는 안되고 딥페이크는 된다?
알페스는 안되고 딥페이크는 된다?

알페스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변태 성행위가 주제인 음란 소설이라고 말한다. 알페스가 이상하다고 말한 손심바라는 래퍼도 이 논리를 바탕으로 인터뷰했다. 이 래퍼를 시발점으로 알페스 국민청원이 올라왔고, 알페스 청원은 '성 노리개' 등 자극적인 단어를 선택해 어그로를 끌었다. 개념을 잘 모르는 약 21만 명이 분위기에 휩쓸려 동의했다.

일단 알페스는 한국어가 아니라 영어다. Real Person Slash(RPS, 실존 인물을 커플처럼 엮는 행위)의 한국식 표현으로 이용하는 사이트가 아니라 인물과 인물을 엮는 그 자체를 의미한다.

외국에서는 오래 전부터 흥하고 있는 문화다. 외국에서는 드라마나 영화 속 캐릭터, 마블 캐릭터부터 정치인까지 엮을 정도로 알페스가 활발하다. 국내에서는 아이돌 시장이 활기를 띄던 1990년대 말 시작됐다. 처음엔 알페스라는 말이 아니었고 팬픽(스타를 주인공으로 쓴 창작물)으로 통칭됐다. 팬픽에 대한 언급은 자유로워서 아이돌 멤버들도 언급에 거리낌이 없었다.
사진=tvN 'SNL' 캡처
사진=tvN 'SNL' 캡처
과거 알페스는 팬픽에만 한정되어 있었지만, 지금은 소설에서 나아가 가상 연애, 유명인과 유명인을 엮는 것 모두 알페스로 본다. 예를 들어 '우리 결혼했어요'나 '런닝맨'의 월요커플이나 러브라인, '나 혼자 산다'에서 박나래와 기안84를 엮는 것, 브로맨스 등 화제성을 위해 흔히 쓰이는 장치 모든 것이 다 알페스에 해당된다.

예능과 드라마의 소재로도 활용됐다. tvN 'SNL'에서는 장우혁과 토니안이 유명 팬픽 대사를 연기하기도 했고 드라마 '응답하라 1997'에서도 팬픽이 등장했다. 알페스는 팬들만의 음지 문화가 아닌 셈이다.
사진=MBC '나 혼자 산다' 캡처
사진=MBC '나 혼자 산다' 캡처
사진=SBS '런닝맨' 캡처
사진=SBS '런닝맨' 캡처
사진=SBS '런닝맨' 캡처
사진=SBS '런닝맨' 캡처
알페스가 무엇인지 따지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왜 알페스를 수면 위로 끌어올려 팬이 아닌 일반 대중에게까지 '알페스=여성들이 남성아이돌을 가지고 만든 음란 소설'라고 우기는지, n번방 사건과 딥페이크 같은 온라인 성범죄와 동급으로 묶으려고 하는 지다.

물론 성별을 불문하고 스토리 없이 과한 수위의 알페스를 당사자가 본다면 불쾌할 수 있다. 그렇다고 파생 범죄도 없고 무해한 취미로 치부되는 팬덤 문화인 알페스를 n번방과 딥페이크 등 범죄와 동급으로 놓고 평가하는 건 무식한 논리다.

n번방 사건은 대한민국을 뒤집어놓은 강력 성범죄다. n번방을 개설하고 운영한 가해자들은 미성년자를 포함한 일반 여성을 대상으로 성착취 영상을 찍도록 협박했고, 해당 영상을 텔레그램 비밀대화방에서 판매했다. 판매하고 사는 사람, 즉 가해자가 있었고 피해자가 존재했던 실제 성범죄다.

딥페이크는 인공지능(AI)를 통해 가짜 영상을 만들어내는 기술로, 포르노 영상에 여성 연예인의 얼굴을 합성해 문제가 됐다. 많은 여자 아이돌이 딥페이크 합성 당했고, 검색어에 이름을 입력하면 연관 검색어로 등장할 정도로 큰 피해를 입었다. 사이버 보안연구 회사가 포르노 합성 피해자의 25%는 한국 여성 연예인이라는 보고서를 내놓을 정도였다. 최근에도 걸그룹 멤버가 합성 피해를 당했고, 걸그룹의 가족들이 딥페이크 피해를 호소하기도 했다. 이 역시 가해자(합성하고 유포한 자, 이를 본 자)와 피해자가 있는 범죄다.

연예 관계자들은 알페스에 대한 말은 아꼈지만, 딥페이크에는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딥페이크 피해자가 있는 아이돌 소속사의 관계자는 텐아시아에 "딥페이크는 완벽한 범죄다. 아티스트 본인뿐만 아니라 가족과 지인, 회사 관계자를 모두 엄청난 고통을 받는다. 딥페이크 기술에 대한 이해가 떨어지는 사람들이 합성물은 본다면 아티스트에 대한 오해가 생긴다"고 우려했다.
[TEN 이슈] 알페스는 안되고 딥페이크는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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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한 건 알페스 청원이 불순한 의도를 갖고 시작됐다는 것이다. 일부 남성들이 오픈채팅방에서 알페스를 지워준다는 말로 팬들을 유인해 몸 사진을 요구하는 사건이 발생했기 때문. 알페스를 n번방과 동급 취급하더니 알페스 청원을 이용해 또 다른 n번방을 만들어냈다.

알페스 청원자, 동의자들이 정말 남자아이돌이 느낄 성적수치심에 공감해 동조를 구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공감했더라면 여성 연예인을 대상으로 한 성희롱, 능욕 댓글, 도촬, 몰카 사건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고 발생한 즉시 처벌해달라는 청원을 올렸을테니 말이다.

여성 연예인의 글, 사진, 영상 가리지 않고 관음하고 희롱하면서 남성 연예인이 주인공인 가상의 소설은 성범죄라고 주장하는 이들. 알페스는 안된다면서 딥페이크엔 침묵하는 너무나도 투명한 의도는 할 말을 잃게 만든다.

우빈 기자 bin0604@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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