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이 된 장효조, 최동원 감독은 얼마나 대단한 영웅인거야?
고인이 된 장효조, 최동원 감독은 얼마나 대단한 영웅인거야?
요즘 왜 이렇게 별세하는 분들이 많으시지? 최동원 감독님도 돌아가셨다며?
응, 네 말대로 요즘 왜 이런지 모르겠다. 장효조 감독에 이어 최동원 감독까지. 프로야구 30주년에 600만 관객도 돌파해서 이제 정말 명예의 전당을 만들면 딱 좋을 시기인데, 여기에 가장 어울리는 두 분이 별세하셨네.

사실 나야 뉴스만 보고 그런가보다 하지만 두 사람이 그렇게 잘하는 분이었어?
솔직히 말하면 나도 그분들의 전성기를 보고 자란 세대는 아니야. 장효조 감독이야 현역시절 최고의 교타자, 그러니까 타율이 좋은 타자였다고 하지만 내 기억 속의 최고 교타자는 그 다음 세대인 빙그레의 이정훈이었고, 최동원 감독도 이름은 자주 들었지만 역시 내가 야구를 제대로 보기 시작할 땐 해태 선동렬의 시대였거든. 그렇기 때문에 고인들의 위대함을 기록으로 짐작하는데 불과하지.

그럼 아무래도 직접 그 시대를 경험한 팬들에 비해서는 덜 슬프겠구나.
아니라고는 못하겠다. 자신의 영웅들을 잃어 슬프다는 사람들에 비하면. 나 역시 만약,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 이종범 선수나 한대화 감독이 별세한다면 지금과는 비교도 안 되게 슬프겠지. 하지만 그렇다고 그냥 유명한 분들이니까 예우 차원에서 우울한 척 하는 건 아니야. 비록 기록으로만 짐작한다고 했지만 정말 그 기록이라는 게 말도 안 되는 것들 투성이거든.

말도 안 된다는 건 그만큼 잘했다는 뜻?
그렇지. 우선 장효조 감독이 현역시절 세운 통산 타율은 3할3푼1리야. 글쎄… 나는 이 기록만큼은 절대 깨지지 않을 것 같아. 흔히 3할 타자라고 하지만 공 10개 중에 3개를 때려내면 굉장히 잘 치는 타자거든. 물론 한 경기에서 공 5개 중 3개를 때려낼 수도 있어. 하지만 100경기 이상이 지나면 3할 타자는 그다지 많이 남지 않아. 그렇기 때문에 메이저리그에서 마지막 4할 타자로 유명한 타격의 신 테드 윌리엄스 같은 선수는 모든 스포츠를 통틀어 가장 어려운 건 야구공을 맞추는 일이라고까지 했고. 그런데 장효조는 10개 시즌을 뛰면서 평균 3할3푼1리를 기록했거든. 3할3푼1리면 한 시즌으로만 따져도 타격왕을 노려볼 수 있는 성적인데, 83년도에서 92년도까지 10개 시즌 평균으로 이런 타율을 기록했다는 건 거의 사기지. 우리 세대에서 영원한 3할 타자라면 양준혁 정도일 텐데, 양준혁도 통산 타율은 3할1푼6리니까.

그런데 그분이 양준혁이랑 같은 시대를 뛰었어도 같은 성적을 기록하는 건 아닐 거 아니야. 혹시 옛날 타자라서 유리한 건 없어?
오, 날카로운 지적. 사실 이건 굉장히 민감한 문제인 동시에 수많은 야구팬들을 낚는 떡밥이야. 과연 전성기 최동원, 선동렬이 지금 뛰어도 그 방어율을 기록할 수 있을 것인지, 장효조나 이만수 같은 레전드들이 지금 시대에서 한 시즌 133개 경기를 하면 과연 김현수, 이대호 같은 활약을 펼칠 수 있을지 궁금해지지. 사실 가장 정직한 대답은 누구도 모른다, 정도일 거야. 다만 최동원과 장효조가 지금 정도의 경기를 소화하고 요즘처럼 제대로 된 관리를 받으면 투타를 완전 휩쓸 거다, 라고 쉽게 말할 수 없는 것처럼 지금의 류현진이나 이대호가 과거로 가면 당시 레전드들을 찜 쪄 먹을 활약을 펼칠 거라 말할 수도 없을 거야. 가령 최동원의 한국시리즈 4승의 전설은 어떤 면에서는 무식한 투수 혹사의 한 예겠지만, 최동원 아닌 다른 누군가가 도전하기 어려운 거대한 벽이기도 한 거지.

한국시리즈 4승? 한국시리즈는 4승하면 우승 아니야?
그렇지. 1984년 롯데는 7전4선승제의 한국시리즈에서 정말 순전히 최동원의 힘으로 우승할 수 있었어. 흔히 야구는 투수 놀음이라고 하지만 실투 없이 좋은 공을 던지는 슈퍼에이스가 완투를 하면 상대팀이 이기긴 상당히 어렵거든. 그런데 최동원은 당대의 슈퍼에이스였고, 완투 능력이 있었고, 심지어 그걸 연이어 할 수 있는 철완이기도 했지. 1차전 실점 없이 완봉승, 3차전 역시 실점 없이 완봉승, 6차전 구원투수로 나와 구원승, 7차전에는 4점을 내줬지만 결국 끝까지 던지며 완투승. 이건 말도 안 되는 기록인 동시에 앞으로 나와서는 안 되는 기록이기도 해. 최동원 본인에게는 영광이겠지만 롯데로서는 말도 안 되게 투수를 혹사시킨 거니까. 하지만 어쨌든 최동원의 무시무시한 연투 능력을 이야기하는데 이보다 좋은 예는 없겠지.

그렇게 던져대면 팔이랑 어깨가 많이 아프겠지?
뭐 나 같은 평범한 사람들은 상상도 안 되는 일이지. 1988년부터 최동원의 기록은 급하게 하향세를 기록하는데, 그렇게 몸을 혹사하지 않았더라면 좀 더 오래 한국 야구를 지배했을 거라는 게 중론이니까. 그리고 바로 이런 점 때문에 아까 얘기했던, 옛날 레전드가 지금 오면 얼마나 잘 할지에 대한 질문이 좀 부질없는 것이기도 해. 정말 백보 양보해서 과거 프로야구 수준이 엄청 낮았고, 장효조와 최동원이 지금 뛰면 3할과 10승을 간신히 넘길 거라 가정한다고 해도 그들이 과거에 남긴 업적이 빛 바래는 건 아니거든. 너 아직도 야구 보는 거 어려워하지?

그래도 이제 아웃카운트 정도는 볼 줄 안다고.
모든 프로 스포츠에서 스타플레이어가 중요하지만 야구에선 특히 압도적 능력의 스타가 굉장히 필요해. 가장 복잡한 메커니즘을 가진 게임인 야구에서도 어떤 스타들은 굉장히 직관적으로 ‘잘한다’라는 느낌을 주거든. 어떤 코스의 공이 오더라도 안타를 만들어내는 타격 귀신과 시속 150킬로미터의 공을 뿌려대며 혼자서 20승 이상을 만들어내는 슈퍼에이스의 존재는 야구 룰이나 데이터에 약한 사람이 봐도 멋있잖아. 마찬가지로 우리는 전성기 이종범을 통해 한 사람의 도루 능력이 상대팀 수비를 얼마나 흔들 수 있는지 경험했고, 이승엽을 통해 가장 직관적인 득점 방법인 홈런의 시원함을 알 수 있었지. 과거가 없었으면 현재가 없었다는 건 너무 당연한 소리지만, 이들 스타플레이어들의 활약이 아니었다면 지금 프로야구 관중 600만의 시대는 절대 올 수 없었겠지. 비록 그분들의 전성기를 보지 못한 나 같은 사람들도 경외감을 갖는 건 그래서고.

정말 명예의 전당에 올라야 할 분들이구나.
뭐 명예의 전당 부지를 알아보고 있다니 기다려봐야지. 사실 그보다 아쉬운 건 두 분 모두 2군 감독까지만 맡고, 프로야구 1군 감독을 맡지 못했다는 거야. 물론 선수 시절 스타였다고 좋은 감독이 되는 건 아니야. 선동렬과 김재박이 감독으로서 우승 경험이 있지만 당시의 삼성과 현대는 너무 막강한 전력이었고, 이순철은 LG 팬의 공적이 되어버렸지. 하지만 계속해서 좋은 투수를 배출해내는 넥센의 김시진이나 중요 포인트마다 공격을 성공시키는 한화의 한대화처럼 고인들 역시 한 분야의 일인자로서 팀에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지 않았을까.

최동원 감독 같은 경우는 그렇게 롯데 감독 자리를 바라셨다며.
현재의 이대호, 과거의 박정태 같은 프랜차이즈 스타들이 있지만 롯데가 배출한 최고의 레전드는 역시 최동원이니까. 특히 최동원이 정든 롯데를 떠나 강제로 삼성으로 트레이드 됐던 게 선수협을 만든 괘씸죄 때문이었다는 걸 생각하면 롯데 입장에서도 흑역사 청산을 위해 최동원이란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 감독을 영입했으면 어땠을까 싶어. 비록 이렇게 돌아가셔서 영구 결번 정도로 만족해야 하지만.

들을수록 많이 안타깝다. 그런데 너… 설마 눈물?
아니, 눈에 왜 먼지가… 흑.

글. 위근우 기자 e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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