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희, 김준호│“코미디는 둘이 하는 것, 그래서 둘이라 참 좋다”
김대희, 김준호│“코미디는 둘이 하는 것, 그래서 둘이라 참 좋다”
“자 때리자.”(김준호) 짝!(손바닥 소리) “아! 아 진짜…”(김준호) “미안해.”(김대희) “에잇!”(김준호) “야~ 세다.”(김대희) 코미디 TV (이하 ) 현장에서 진행한 김준호, 김대희 인터뷰 녹음 파일에는 서로를 구타하는 상황이 남겨져 있다. 물론 음성 녹음을 이용한 일종의 상황극이다. 자칭 ‘뇌그맨’, ‘뼈미디언’인 두 사람은 에서 그러하듯, 진지한 이야기 중에도 잠시 틈새가 생길 때마다 웃음을 만들어내지 않고서는 못 배겨했다. 하지만 그보다 흥미로운 건 순간순간 웃음을 이끌어내면서도 전체적인 대화의 흐름을 깨지 않는 노련함이었다. 까부는 것과 프로 개그맨의 차이. 비록 다음 인터뷰는 그 모든 웃음기를 제거한 버전이지만 그들이 가진 개그맨으로서의 건강한 자의식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날씨가 더운데 몸을 많이 쓰는 걸 하려니 체력적으로 힘들 거 같다.
김대희 : 솔직히 힘들다. 날씨도 덥고, 풀타임으로 1박 2일 동안 찍어서. 그래도 친한 사람들끼리 모여서 놀 듯 찍으니까 덜 힘들다.
김준호 : 진짜 MT, 놀러왔다는 생각으로 촬영하니까 힘든 게 덜하지.

기본적으로 다른 버라이어티와는 다른 성격의 프로그램인 만큼 좀 더 편하게 느끼나보다.
김준호 : 그럼. 일반 버라이어티 나가면 처음 보는 친구들이 있지 않나. 요새 아이돌 친구들. 그 친구들도 우리가 불편하고 우리도 불편하지. 우리는 개그맨이라 웃겨야 하는데 친한 사이가 아니니까 불편하게 돌려서 말해야 되지 않나. 그런데 여기는 여섯 명이 거의 6, 7년 함께 한 사이니까 그 시너지가 굉장한 거다.
김대희 : 이제 딱 서로 눈빛만 보면 ‘아, 뭘 원하고 있구나, 다음에 무슨 개그를 하려고 하는구나’가 보인다. 그러면 거기에 대해 서로 받쳐주고. 이게 딱딱딱 맞는다.

“도 아예 19세 이상으로 갔으면 좋겠다”
김대희, 김준호│“코미디는 둘이 하는 것, 그래서 둘이라 참 좋다”
김대희, 김준호│“코미디는 둘이 하는 것, 그래서 둘이라 참 좋다”
편한 멤버인데다가 공중파가 아닌 만큼 좀 더 수위를 높여서 해도 된다는 해방감이 있나.
김대희 : 말고 다른 공중파 프로그램에서 개그를 하면 너무 제약이 많고 심의가 강하니까 막 목까지 올라왔다가도 참는 경우가 많다. 그런 걸 여기 와서는 편하게 풀어내니까 우리도 갈증 해소가 되고 시청자들도 공중파에서 뭔가 안 채워지는 걸 우릴 보며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거 같다.
김준호 : 욕, 똥, 섹스가 코미디하기에 가장 웃긴 소재다. 그런데 같은 경우는 가족 코미디 시간대 15세 이상 관람가 프로그램이라 그런 걸 할 수 없다.
김대희 : 여기도 15세 이상인데.
김준호 : 그렇긴 한데, 여긴 케이블이니까. 물론 여성 민우회 등으로부터 경고를 많이 받았지만. 사실 나는 그래서 도 아예 19세 이상으로 갔으면 좋겠다. 한국에는 성인 코미디가 없다. 공중파도 그렇고 케이블도 그렇고. 그러다보니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고 ‘같기도’가 되어 버린다. 그런데 영화는 같은 거 보면 사람 죽이고 가르고, 막 욕하지 않나. 드라마도 막장 어쩌고 하는데 코미디에 대한 제한은 더 심해졌다. 가족 코미디에서 그렇게 하면 안 된다는 건 인정하지만 이게 좀 세분화되어야 한다. 사실 여기서도 우리끼리 하다가 너무 심하다 싶으면 멈춘다.

일종의 자체 검열인 건가.
김준호 : 여기서 다 벗을 수는 없지 않나. 속옷 정도까지만 나오지. 우리 나름대로는 절제하는 거다. (웃음) 만약 ‘발레리NO’ 콘셉트로 아무 것도 안 입고 합을 맞춰 딱딱 가리는 거라면 최고의 쇼가 될 거다. 태양의 서커스나 그런 곳에서도 코미디 레퍼토리로 재밌을 거다.
김대희 : 그래도 자기 하고 싶은 데까지 다 하는 경우도 있다. 하고 나면 알아서 편집을 해주니까.

그건 제작진과의 팀워크라고 할 수 있는데, 그런 만큼 새 시즌을 시작할 때 반가웠을 것 같다.
김대희 : 우리는 진짜 계속 기다렸다. 여섯 명 다 친하니까 시즌 4 끝나서도 서로 모여서 소주 마실 때마다 ‘ 다시 안 하나’ 그런 얘기 많이 했다. 그러니 다시 하게 됐을 땐 반가웠지.
김준호 : 이번 시즌 주제가 ‘한류’다. 우리 목표는 이번 시즌 마지막 즈음해서 중국이나 일본에서 공연 한 번 하는 거다. 바디 개그로.
김대희 : 아, 뭐 제작진하고 협의된 건 아니고. (웃음)

이번 시즌 4회에서 김준호는 일본에 공연을 갔다가 말이 안 통했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는데.
김준호 : 한 달인가, 두 달 전에 도쿄에 있는 한인 문화원에서 윤형빈이 공연을 기획해서 ‘감수성’ 팀이 갔었다. 당연히 거기 재일교포 분들, 한국 사람들은 웃는데 일본 분들은 의상부터 생소하고 우리 코너가 말로 하는 거라 좀 답답한 부분이 있었다. 그쪽을 웃기려면 비주얼로 가든, 유상무상무상무 같은 말장난을 일본어 버전으로 만들거나 해야 한다.

오히려 그쪽에서 통하는 건 같은 콘셉트일 수 있다.
김대희 : 그렇지. 물건 옮기기 같은 건 굳이 일본말을 안 해도 다 보여줄 수 있으니까.

그런데 앞서 말한 것처럼 한국에서는 유독 그런 슬랩스틱 코미디에 대해 엄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 같다. 경쟁력이라면 그쪽이 더 강할 텐데.
김준호 : 코미디를 코미디로 안 보고, 웬만하면 다 비하라고 게시판에 글을 올린다. 내가 ‘집으로’ 할 땐 노인 비하, (홍)인규가 아이 역 하면 아이 비하, 누구 성대모사를 하면 그 사람 비하. 심의위원들은 항의가 좀 많이 들어오면 우리의 싹을 아예 잘라버린다.
김대희 : 아, 게시판 얘기해서 생각났는데 코미디랑 상관없는 얘기라도 이건 기사에 꼭 넣어 달라. 얼마 전 에서 문채원 씨가 우리랑 같이 출연했는데 그에 대해 태도 논란이라고 기사가 났더라. 우리가 보기에 그런 기사가 날 행동을 한 게 없다. 오히려 가장 잘 웃고 리액션 열심히 하면서 적극적으로 프로그램에 임했던 사람이 문채원 씨인데 이상하게 꼬투리를 잡는 거 같다.

표현에 제한을 받는 상황인데도 두 사람이 현역 개그맨의 나이나 커리어를 계속 갱신해가고 있다. 사실 여기가 선배라고 예우해줘서 남을 수 있는 바닥이 아니지 않나.
김대희 : 상투적인 대답이 될 수도 있겠지만 좋아서 하는 사람, 즐기면서 하는 사람을 당할 수는 없는 거 같다. 그렇게 즐기면서 하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된 거지.
김준호 : 개그맨은 헝그리 정신이 좀 있어야 한다. 돈을 벌면 아이디어 회의를 덜 하게 되고 다른 스케줄 때문에 콩트 회의 시간이 줄어들면서 코너가 점점 재미없어진다. 배에 기름 꼈다고 그러는데, 대희 형이랑 서로 조언해주면서 그런 상황을 피하는 게 있다.

“개그 무대를 버라이어티를 위한 발판으로 삼지 말아달라”
김대희, 김준호│“코미디는 둘이 하는 것, 그래서 둘이라 참 좋다”
김대희, 김준호│“코미디는 둘이 하는 것, 그래서 둘이라 참 좋다”
나태해지지 않게 서로를 다독이는 게 여기서 버티는 큰 힘이 됐겠다.
김대희 : 큰 힘이 되지. 서로 위로가 되고 힘이 되고. 99년부터 가족보다 함께 보낸 시간이 더 많을 정도니까.
김준호 : MC는 혼자 할 수 있지만 코미디는 둘이 해야 한다. 연기를 맞춰야 하니까. 그래서 둘이라 참 좋다.

같이 한 시간도 중요하지만 이 직업에 대한 가치관 같은 걸 공유해야 하지 않나.
김대희 : 개그감도 맞아야 하지만 그 전에 성격이 맞아야 한다. 사실 성격은 정반대인데 오히려 그래서 더 상호보완 하는 게 있다.
김준호 : 둘이 만약 쌓인 게 있으면 4개월에 한 번, 분기별로 푼다. 전에도 3개월 전에 닭도리탕 집에서 한 번 싸웠다. 그 다음날 풀고.

둘의 호흡은 초기부터 잘 맞았나.
김대희 : 처음부터 그랬던 것 같다. 99년 초창기 때 준호랑 나는 ‘니쥬’ 전담이었다. 둘만 계속 깔아주는 역할을 하다 보니 사람들이 얼굴까지 헷갈려 하더라.
김준호 : 그 땐 좀 억울했던 게, 내 아이디어를 내도 내가 안 하고 다른 사람이 한다. ‘동물 뉴스’ 같은 건 내가 짜서 통대본을 넘겨주고 그랬으니까. 진짜 억울했다. 개그맨에는 네 가지 부류가 있다. 잘 짜고 잘 살리는 사람, 잘 짜고 못 살리는 사람, 못 짜고 잘 살리는 사람, 박성호처럼 없어져야 할 사람. (웃음) 그래서 내가 연기적으로 살리는 법을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에 더 열심히 하게 됐다.

연기력 문제인 건데.
김준호 : 대희 형은 청주대 연영과, 나는 단국대 연영과를 나왔다. 우리는 엘리트 코스라고 자부했다. 그런데 코미디를 해보니 완전 다른 거다. 객석이랑 호흡을 해야 하고 속이는 연기와 살리는 연기가 연극과는 완전히 달랐다. 스펀지처럼 그 노하우를 천천히 흡수했던 것 같다.

그런 개그맨들의 연기적 측면이 버라이어티의 웃음과 다른 지점인 거 같다.
김준호 : 사실 그 모든 웃음이 코미디언 안에 다 포함되어 있는 거다. 요즘 연예대상 시상식에 MC 상이 따로 있는데 예전에는 그게 다 코미디 범주 안에 있었다. 코미디 안에 MC, 연기, 버라이어티, 시트콤까지 다 들어가 있다. 그런데 개그맨이라는 그 이름이 오히려 우리가 할 수 있는 걸 좁혀 놓은 거 같다. 공연하는 코미디언으로만. 전유성 선배님이 좋은 이름을 만드셨지만 나는 솔직히 개그맨을 버리고 싶다. 코미디언이 맞다고 생각한다. 주성치, 기타노 다케시, 다운타운 이런 사람들은 MC도 하고 연기도 하고 다 하는데 우리는 그걸 좁혀놔서 다른 분야로 가면 괜히 어색해진다.

에서는 빵빵 터지던 사람들인데 버라이어티에 가면 어는 모습을 보여주니까 시청자 입장에서 안타까울 때도 있다.
김준호 : 우리 친구들이 한 1, 2개월 버라이어티 트레이닝만 하면 전체 판도가 다 뒤집어질 거다. 원래 동네에서 말 잘하는 애들이 여기로 모이는 건데 에서 연기 위주로만 하고 있으니까. 사실 행사 가도 애들이 제일 잘한다.
김대희 : 대표적인 게 (이)수근이다. 처음에 ‘1박 2일’ 가서 몇 개월 동안 헤매면서 스트레스로 원형 탈모까지 생겼었다. 와서 힘들다고 울먹이면서 얘기한 적도 있고. 그런데 버티고 버텨서 몇 개월 트레이닝 하니까 베이스에 깔린 게 나오면서 잘 하지 않나. 녹화 들어가기 전에 MC들이랑 밥을 먹는데 재석이 형, (박)미선이 누나, (박)명수 형, (신)봉선이까지 다 개그맨인 거다. 그래서 속으로 뿌듯했다.

예능의 판도 자체가 버라이어티로 흐르는 건 어떻게 보나.
김대희 : 여기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다. 우리가 정말 코미디가 좋아서 공채 시험을 봐서 개그맨이 된 거 아닌가. 선배님들도 그랬고, 우리도 그랬고 후배들도 그랬고. 그런데 지금 시류가 버라이어티로 방향으로 흐르고, 처우가 그쪽이 더 좋으니까 다들 MC 쪽으로 가려고 한다. 그럴 거면 처음부터 MC 수업을 하고 MC 공부를 해서 MC로 가면 좋겠다. 개그 무대를 버라이어티를 위한 발판으로 삼지 말아달라고 말하고 싶다.
김준호 : 나는 발판으로 삼았는데 아직도 못 가고 있어서… (웃음) 개그맨이 갈 수 있는 방향은 세 가지인 것 같다. MC가 되던지, 코미디를 하던지, 연기자를 하던지. 연기는 임하룡 선배님 같은 유명한 분들 계시고, MC는 (유)재석이 형이 있고, 코미디는 (정)찬우 형이 그나마 좀 하는 것 같고. 현재로서 나이 먹고 할 수 있는 세 가지 역할 중 MC가 가장 많이 돈을 받고 활동할 수 있으니까. 코미디 쪽에서 우리가 더 오래 하고 처우 개선도 해야지.

처우 개선이라면 어떤 부분에서 고쳐져야 할까.
김준호 : 의 ‘타짱’ 같은 비공개 코미디를 여러 번 시도했는데 그게 시청률이 안 나온다. 사람들이 본방 사수를 안 하고 인터넷으로 보니까. 그나마 의 경우 코너가 4분 정도라 그런 일이 적은데 1분짜리 짧은 코너는 다 다운로드로 본다. 일본 같은 경우는 코미디언들이 DVD나 CD도 팔고 팬들이 소장한다던데. 이놈의 불법 다운로드는 가수뿐 아니라 우리에게도 없어져야 하는 거다.

불법 다운로드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는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보다는 플랫폼으로 유통하는 사람들이 돈을 더 많이 벌지 않나.
김준호 : 가수나 작곡가 같은 경우 ‘나는 가수다’ 같은 데서 노래 부르면 돈이 입금된다. 그런데 대희 형이랑 내가 짠 수많은 코너에서 우리가 작가도 하고 연기도 하고 소품도 만들었지만 그에 대한 저작권은 십 원 어치도 없다. 유행어도 마찬가지고.
김대희 : 작사, 작곡하는 분들에게는 저작권이 있고 가수들은 저작인접권이 있는데 우리에겐 아무 것도 없다.
김준호 : 저작권에 대한 건 좀 많이 고민하고 있다. 직접 외주 제작을 하려고 한다. 개그맨들이 기획하고 연기해서. 개그맨 40여 명이 모여 코미디 코리아라는 법인도 만들 거다. MBC 손헌수, SBS 윤택, 한현민, 우리 쪽의 박성호 등. 그 사람들 위주로 이번에 파티를 할 건데 윤형빈이 사회를 보고 UV는 노래를 부른다. 어디까지 우리가 콘텐츠를 만들 수 있을지 시험해 볼 거다.

방송국에만 얽매이지 않는 자립적인 수익 구조를 고민하나 보다.
김준호 : 보다 뮤지컬 이 매출에서 몇 백배 앞선다. 그만큼 공연의 수익이 크다. 의 경우 코너가 계속 바뀌기 때문에 행사 개념으로만 할 수 있는데, 공연용 코미디 의 대본을 대희 형이랑 써 놨다. 시간이 안 나서 못하고 있는데 사실 이게 한 번 해놓으면 둘만 하니까 돈도 괜찮고 (웃음) 인지도에서도 좋을 것 같다.

글. 위근우 기자 eight@
사진. 채기원 ten@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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