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코미디계, 지각변동 일어나나
일본 코미디계, 지각변동 일어나나
다운타운이 흔들리고 있다. 지난 5월 23일 데일리 웹 매거진 는 “일본 코미디의 제왕 다운타운에게 찾아온 사양의 빛”이란 타이틀의 기사를 실었다. 최근 저조한 다운타운 진행 프로그램들의 시청률을 바탕으로 방송계가 이들을 대신할 콤비를 물색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불편한 잡음도 들려왔다. 6월 5일 평소 사이가 좋지 않다고 알려진 콤비 나인티나인이 다운타운의 프로그램 중 하나인 (爆笑 大日本アカン警察)에 출연하면서 신경전이 벌어졌다는 뒷얘기다. 유쾌할 줄만 알았던 코미디의 두 지존이 연일 불쾌한 뉴스의 주인공이 됐다. 찰떡 콤비와 쫀득한 입담으로 일본 코미디를 장악했던 두 아저씨에게 무슨 일이 있는 걸까.

승승장구하던 다운타운의 쇠퇴
일본 코미디계, 지각변동 일어나나
일본 코미디계, 지각변동 일어나나
다운타운은 1982년 결성된 코미디 콤비다. 초등학교 친구인 마츠모토 히토시와 하마다 마사토시가 일본 최대 코미디언 에이전시인 요시모토흥업의 코미디언 양성소 요시모토종합예능학원(NSC)에 함께 오사카 1기생으로 들어가며 콤비 생활을 시작했다. 당시 일본은 빠른 입담의 만담이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던 때라 마츠모토와 하마다의 다소 느리고 퉁명한 투의 만담은 역으로 주목 받았다. 오사카 신사이바시스지2초메극장(心?橋筋2丁目劇場)에서의 공연은 젊은 관객에게 좋은 호응을 얻었고, 칸사이 로컬 심야 프로그램 (今夜はねむれナイト)에서는 미니코너 으로 정기적인 방송 출연 기회를 잡았다. 1987년 마이니치방송이 칸사이 로컬 간판 프로그램으로 제작한 (4時ですよ?だ)는 다운타운 인기의 기폭제였다. 이 프로그램은 오사카를 중심으로 큰 인기를 얻어 “4시 오사카 거리엔 사람이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이후 다운타운은 승승장구였다. 심야 콩트 프로그램 (夢で逢えたら), (ダウンタウンのガキの使いやあらへんで!!)의 히트, 그리고 성공적인 도쿄 진출은 이후 다운타운을 일본 최고의 코미디 콤비로 만들었다. 하지만 2010년 다운타운의 프로그램들이 힘을 잃기 시작했다. 현재 이 둘이 사회를 보고 있는 다섯 프로그램은 모두 시청률 10%를 간신히 넘기는 수준이다. 마츠모토 히토시 홀로 진행하는 (人志松本の○○な話)는 10% 이하인 날이 더 많다. 특히 올해 4월 정규 프로그램이 된 은 새로운 기획임에도 시청률이 한 자리 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5월 15일자 방송의 시청률은 7.9%, 동시간대 최하위를 기록했다.

일본 코미디계의 전반적인 위축
일본 코미디계, 지각변동 일어나나
일본 코미디계, 지각변동 일어나나
다운타운은 슬럼프일까? 두 아저씨는 이제 재미가 없어진 걸까? 한 TV 관계자는 6월 5일 의 나인티나인 출연이 “바통터치를 위한 테스트일지 모른다”고 했다. “숫자가 너무 나오지 않아 온갖 수를 궁리하고 있다”고도 했다. 코미디의 세대교체, 일본 코미디계의 전환기란 말도 나온다. 의 5월 특대호에는 ‘TV의 지배자 마츠모토 히토시&하마다 마사토시가 포스트 다운타운을 말한다’는 기사가 게재됐다. 하지만 일부에선 코미디 전반의 위축이란 해석도 나왔다. 의 전 편집장 칸바야시 히로에는 “코미디 버블이 꺼지면서 전체적으로 코미디언들의 방송 노출이 줄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요시모토 내부에서는 중견, 신인 코미디언의 격감한 방송을 만회하기 위해 국영방송인 NHK와 교섭을 벌이고 있다고 한다.

코미디도 장사다. 유쾌한 웃음은 하루의 스트레스를 날려버리는 좋은 약이지만 엔터테인먼트 시장은 그 웃음을 돈으로 잰다. 모든 연예와 오락이 점점 더 많은 매체를 만나 다양화되는 상황 속에서 일본어 고유의 말장난과 입담으로 TV를 누리는 코미디언들의 재능도 시장을 점점 잃고 있다. 더 큰 기획, 더 화려한 무대만이 시청자의 구미를 끌고, 방송사는 DVD 수익까지 고려해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상황에 몰린다. 코미디언들의 무대가 좁아지는 건 당연한 귀결이다. 다운타운이 데뷔하고 30년. 코미디시장은 변했다. 그리고 다운타운도 변화의 상황과 직면했다. 떨어지는 시청률 속에서, 들썩이는 방송계 안에서 이제 일본은 어떤 웃음을 지어낼까. 다운타운의 위기에서 일본열도 코미디의 미래를 점쳐본다.

글. 정재혁 자유기고가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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