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이가 계속되면 둘리인 줄 안다
1.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안다
2. 난 이제 더 이상 호구가 아니에요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첫사랑은 개뿔 아니었지만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갑이면서 을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각박한 세상 속에서 복잡한 이해관계로 얽혀 있는 사람들은 자신이 아주 사소한 호의를 드러낸 것만으로도 상대로부터 호구 취급당할 것을 극도로 두려워하며, 영화 <부당거래>는 아랫사람을 쪼고 갈구는 대한민국 검사 조양(류승범)의 입을 통해 이러한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명대사를 남겼다.“호의가 계속되면 그게 권리인 줄 알어!”

이는 과거 “보자보자 하니까 보자긴 줄 아나, 가만히 있으니까 가마니로 보이나” 등의 말장난에서 “내가 그렇게렇게 만만하니 등대처럼 멍하니 서 바보마냥 당하지 않아”(유키스 ‘만만하니’)로 이어진 ‘호구 탈출 넘버원’ 선언의 연장선에 있는 표현으로, 쌍문동 주민 공룡 둘리의 피처링을 통해 “호이가 계속되면 둘리인 줄 안다”로 재탄생되었다. 해리 포터에게 ‘익스펙토 페트로눔’이 있다면 둘리에겐 ‘호이’가 있다고 할 만큼 중요한 초능력 주문인 ‘호이’는 가짜 찐빵을 만들거나 가요제에서 우승해 수저 세트를 받는 데 사용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 이것이 계속되면 둘리인 줄 안다는 데 의의가 있다. 그러나 어린 시절 툭 하면 고길동의 꿀밤을 맞으며 무급으로 희동이를 돌보고 굶은 채로 집에서 내쫓기던 둘리가 늘 억울하게 당하기만 하는 것처럼 보였던 것과 달리, 스스로 의식주를 책임지고 세금까지 내야 하는 어른이 된 후에는 난데없이 쳐들어온 객식구 둘리와 친구들을 먹여 주고 재워 주는 것도 모자라 둘리가 벌인 소동에 대한 손해 배상마저 뒤집어쓰는 고길동 이야말로 ‘참 호갱(호구+고객님)’이었다는 깨달음에는 더욱 깊은 의미가 있다. 우리는 모두 누군가에겐 호구요, 또 다른 누군가에겐 둘리라는 사실이다.

용례 [用例]



– 라면 한 젓가락 줬더니 그릇 가져오면
호이가 계속되니 둘리인 줄 아냐?



흰죽지참수리, 창살 틈 고양이 ‘못된 손’에 충격!
호이가 계속되면 둘리인 줄 안다더니, 내 먹이에서 그 더러운 앞발 치워!



억대 연봉 가장, 자녀들에게 월 수백씩 받은 사연 “아내가 현찰 받는 거 좋아해서…”
호이가 계속되면 둘리인 줄 알고, 뻔뻔함이 도를 지나치면 레 친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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