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윤종신은 그 누구보다 바쁘게 살았다. ‘월간 윤종신’은 상반기-하반기로 나뉘어 프로듀서 윤종신과 보컬 윤종신의 면모를 보여줄 수 있도록 기획되었고, 신치림의 첫 앨범이 발매되었으며, 맡고 있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윤종신이 짊어져야 할 몫은 더욱 커졌다. 그러나 윤종신은 각종 음악 프로그램이나 예능 프로그램의 게스트로 출연하길 마다하지 않았으며, 다른 이들에게 곡을 만들어주거나 공연을 하는 일 역시 소홀히 하지 않았다. 음악인과 예능인, 거기에 생활인으로서의 삶까지 함께 살아온 윤종신의 1년은 얼마나 많은 발걸음들로 채워져 있을까. <텐아시아>가 올한해 발표된 ‘월간 윤종신’과 더불어 그가 출연했던 프로그램들, 진행했던 공연과 행사, 가장으로서의 활약을 정리해보았다. 이름하여 ‘2012 행보 윤종신’. 참고로, 여기 기록된 것 외에도 평창동 카페 운영과MBC <황금어장> ‘라디오스타’(이하 ‘라스’) 출연, 페이스북과 트위터 관리 등 그에게 안겨진 임무들이 무수히 많았음을 미리 알린다.

윤종신│365일 이토록 성실한 생활인의 행보


1월

여성 보컬들과의 협업으로 구성된 2012년 상반기 ‘월간 윤종신’은 윤종신이 가진 편집장으로서의 기획력, 뛰어난 작곡자이자 보컬 디렉터로서의 능력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그가 작사, 작곡한 ‘느낌Good’은 힘을 한결 덜어낸 장재인의 목소리와 잘 어우러져 찬바람 부는 1월의 느낌을 고스란히 그려냈다. 한편, 윤종신은 이달 SBS 라디오 <최화정의 파워타임>과 <박소현의 러브게임>에 출연해 “닮은꼴 확인 결과 조인성이 나왔다”는 이야기를 들려주며 다시금 ‘잘생긴 연예인’으로의 이미지 메이킹을 시도했으나, 안타깝게도 망언으로 치부되며 공허한 자화자찬에 그쳤다. 하지만 트위터에 “셋째 밥먹이면서 이쁘다고 쪽쪽 하고 있는데 옆에 첫째가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더라”는 글과 함께 아들 라익이의 사진을 올리며, 바쁜 와중에도 가장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널리 알리는 데는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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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그리움 축제’는 관능적인 매력이 강한 호란의 목소리를 그리움이라는 정서로 바꿔낸 곡이었다. 윤종신은 이렇게 자신의 인장을 뚜렷이 다듬어가는 동시에 하림, 조정치와 함께 결성한 신치림의 앨범 < Episode 01 旅行 >을 통해 음악적 활동의 외연을 넓혔다. 예능 프로그램 출연 횟수 또한 급격하게 늘어났는데, SBS <강심장>에서는 한예슬과의 키스신 에피소드 및 ‘본능적으로’의 탄생 비화를,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에서는 제작자로서의 각오와 불치병, 가족 등 삶 전반에 관한 이야기를 진솔하게 털어놓았다. 심지어 KBS <개그콘서트> ‘감수성’에 출연해 내시로 분함으로써 홍보의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했으며, MBC <놀러와> ‘라디오스타’ 특집에선 일을 줄이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이달 약 6개월 동안 MC로 활약했던 MBC <우리들의 일밤> ‘나는 가수다’에서 하차했지만, 스케줄의 공백을 거의 느끼지 못할 정도로 활발한 방송 활동을 이어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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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윤종신은 ‘널 사랑해 오늘따라’를 통해 댄스의 여왕 김완선을 록발라드의 영역에서 재발견했다. 더불어 그는 방시혁에게 수차례 거절당한 끝에 같은 달 발매된 2AM의 앨범 < F.Scott Fitzgerald`s Way Of Love >에 ‘잘 이별하기’라는 곡을 수록시키는 쾌거를 이룩하기도 했다. MBC <아름다운 콘서트>와 MBC 뮤직 <뮤직 매거진>, SBS <유앤아이>, Mnet <윤도현의 머스트> 등 줄줄이 이어진 음악 프로그램 출연은 뮤지션이라는 그의 정체성을 좀 더 부각시켰고, 3월 한 달 동안 윤종신이 진행한 KBS <유희열의 스케치북>(이하 <스케치북>) 고정 코너 ‘더 만지다’는 그의 음악성과 예능감을 동시에 발휘할 수 있는 적절한 멍석이 되어주었다. 또한 윤종신은 KBS <해피투게더 3>와 <안녕하세요> 등 기본적인 토크쇼 역시 놓치지 않고 홍보의 장으로 활용했으며, 이 와중에 <김광석 다시 부르기> 공연에 신치림으로 참여하며 음악과 예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함께 좇는 데 더욱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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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003년 개봉한 영화 <봄날의 곰을 좋아하세요?>에서 귀를 사로잡았던 것은 윤종신의 곡에 롤러코스터 출신 조원선의 목소리가 얹혀진 ‘원더우먼’이었다. 그리고 9년이 지난 올해, 윤종신은 이별을 노래하지만 결코 비관적이지 않은 봄의 노래 ‘나른한 이별’에 조원선을 다시 초대해 슬픈 일을 슬프지 않은 정서로 다듬어내는 자신의 특기를 십분 발휘했다. 조정치의 소박한 기타 선율에 맞춰 조원선이 ‘봄이라서 다행이야’라고 나지막이 내뱉는 순간, 이별의 그림자는 깨끗이 걷히는 것이다. 4월의 노래가 발표된 후에도 윤종신은 5월로 예정된 박정현과의 콜라보레이션 뮤직비디오 촬영을 위해 프랑스 파리로 출장을 떠나야 했으며, 트위터를 통해 에펠탑과 루브르 박물관 등에서 찍은 본인의 사진을 공개하며 간간이 소식을 알렸다. 이 밖에 <현대아트홀 러시아워 콘서트>의 총 진행을 맡아 음악으로 직장인들의 애환을 위로했고, 공동 MC의 자격으로 SBS <고쇼>까지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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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고음을 내지르지 않는 박정현의 목소리가 그리웠던 이들이라면, ‘도착’은 그 어떤 것보다 반가운 곡이었을 것이다. 윤종신이 하림의 ‘출국’ 연작곡 개념으로 만든 이 노래는 낮게 읊조리면서도 점차 정서를 고양하는 박정현의 보컬이 돋보이는 곡이기도 하다. 이렇듯 ‘월간 윤종신’이 점차 무르익어 가던 5월은 ‘가정의 달’. 라익, 라임, 라오 세 아이의 아빠이자 어머니의 아들, 장모님의 사위인 윤종신 역시 가족의 일원으로서 많은 활동을 했다. 어버이날인 8일에는 친어머니와 함께 사진을 찍어 트위터에 남겼으며, 12일에는 MBC <찾아라! 맛있는 TV>에 출연해 장모님의 음식에 대한 애정을 고백했다. 아쉽게도 어린이날은 녹화 때문에 아이들과 함께 보내지 못했으나 그에 따른 미안함과 속상함만큼은 트위터를 통해 전달했다. 이와 별개로, ‘라스’에서 가족처럼 오랜 시간을 함께 해온 김구라를 떠나보낸 것은 여러모로 그의 어깨와 마음을 무겁게 만들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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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오르막길’은 ‘이제부터 웃음기 사라질 거야 가파른 이 길을 좀 봐’라는 가사로 시작되지만, 이상하게 마음을 다독이는 노래다. 윤종신은 정인을 위해 오래전 써두었다고 밝힌 이 곡을 통해 그의 목소리에 담긴 어루만지는 힘을 확실하게 보여주었다. 상반기가 마무리되는 6월 초 다녀온 동남아 여행이 아니었다면 어떻게 견뎌냈을까 싶은 윤종신의 스케줄 강행군은 계속 이어졌다. <어쿠스틱 블로섬 뮤직 페스티벌>과 삼척 MBC <박완규의 산골 음악회>에 게스트로 참여했으며, MBC 뮤직 <리얼 모던 콘서트>에 얼굴을 내미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리고 마침내, Mnet <유세윤의 아트비디오>에 출연해 ‘월간 윤종신’ 7월호에 수록될 ‘망고쉐이크’ 뮤직비디오 제작을 의뢰했다. 출연료도 벌고 뮤직비디오도 찍는 일거양득, 일타쌍피의 경지. 윤종신이 유세윤에게 300만 원을 주고 지미짚 카메라까지 요구하며 ‘갑질’을 하는 모습은 실제인지 연기인지 헷갈릴 정도로 섬세하고 현실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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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헤비한 기타 리프로 시작되는 ‘망고쉐이크’는 ‘월간 윤종신’의 2012년 하반기 기획, 즉 프로듀서 특집의 첫 번째 결과물이었다. 이 곡의 작사와 작곡은 015B의 정석원, 장호일이 맡았으며 이 때부터 윤종신은 프로듀서에서 보컬로 포지션을 변경했다. 기다란 금발 머리의 로커로 변신한 윤종신은 지금까지 들려주었던 것과 달리 거칠면서도 찢어지는 듯한 목소리로 새로운 스타일을 선보였다. 한편 TV에서는 SBS <일요일이 좋다> ‘런닝맨’에 윤도현, 김범수와 함께 등장해 사라진 황금을 찾아 나섰으며, <스케치북>에 다시 한번 출연해 김동률과 유희열의 역학 관계에 대한 나름의 분석을 내놓고 자신의 ‘해변 Mood Song’ 뮤직비디오를 언급하며 유희열의 ‘흑역사’를 들먹이기도 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가 모처럼 아이들과의 시간을 보냈다는 사실이다. 푸드송의 대가답게 세 아이와 빙수 파티를 하며 가장의 역할에 복무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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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무더위가 한창인 8월, 그리운 이에 대한 감정을 절절하게 노래하는 ‘자유로 SUNSET’은 다소 낯설다. 그러나 순간순간 떠오르는 생각과 심상을 곧바로 갈무리해내는 것이 윤종신의 작업 방식인 만큼, 이 곡 또한 하림이 만든 선율을 바탕으로 윤종신의 경험이 담긴 가사를 덧붙여 완성한 것이다. 그리고 윤종신은 그리움을 애써 숨기지 않고 후렴구에서 그대로 폭발시킨다. 매달 완전히 다른 창법과 감성으로 노래를 부르는 것만으로도 지칠 법한데, 이 뜨거운 계절에 윤종신은 토크와 음악이 곁들여진 단독 콘서트 <사랑의 역사>를 소극장에서 일주일간 진행했다. 그의 프로젝트에 늘 함께하는 하림과 조정치가 고정 게스트로 출연했음은 물론이다. 한편, 윤종신은 세시봉 붐을 다시 일으키고자 만들어진 <놀러와>의 새 코너 ‘방바닥 콘서트’ 녹화에 015B와 같이 참석해 객원 보컬로 활동하던 시절을 회상하기도 했으니, 그에게 있어 음악과 예능은 더는 따로 떼어놓고 언급할 수 없는 것이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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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월간 윤종신’의 가장 큰 미덕은 다른 아티스트들의 작업까지 엿볼 수 있다는 점이다. 그중에서도 9월호의 ‘몰린’을 만든 이규호는 오랫동안 자신의 앨범을 내놓지 않고 있기에 더욱 반가운 인물이다. 윤종신은 이규호의 창법이 떠오를 만큼 최대한 예쁘고 보송보송한 느낌의 목소리로 이 노래를 소화하되 과하게 치장하지 않았다. 다른 한편으로, 9월은 윤종신이 제작자로 거듭난 시기이기에 중요한 달이었다. 여러 기획사로부터 러브콜을 받아왔던 투개월이 윤종신의 기획사 ‘미스틱89’에 합류하게 된 것. 당시 윤종신은 트위터에 “정말 가능성과 잠재력 많은 두 친구가 고맙게도 저에게로 와주었습니다. 둘의 꿈을 이루는데 제 작은 능력이 큰 보탬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또 하나의 꿈이 생겨서 설렙니다”라는 글을 올리며 새 식구들을 맞이했다. 가수, 예능인, 프로듀서, ‘월간 윤종신’의 편집장, 한 가정의 가장이라는 이름 외에 제작자라는 수식을 하나 더 얻게 된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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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윤종신이 그토록 원하던 윤상과의 첫 작업. 그는 이 과정을 ‘곡 강제 수거 집행’이라는 말로 표현했고, 윤상은 자신의 감성이 물씬 묻어나는 ‘나쁜’이라는 노래를 윤종신에게 선물했다. 담백하고 힘 있으면서도 애절하게 이 곡을 부른 윤종신은 같은 달 발매된 가인의 솔로 앨범 < Talk about S. >에 수록된 ‘시선’의 작사, 작곡과 피처링을 맡아 농염한 분위기를 그려냈다. 그리고 SBS <유앤아이> 마지막 회를 장식하거나 <시월에> 공연에 참여한 것은 물론, ‘10월의 하늘’ 이벤트를 위해 재능기부로 ‘눈물의 성분’이라는 곡을 만들어주기도 했다. 이 행사가 전국 중소도시의 도서관에서 해당 지역의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개최되는 ‘도서관 과학 강연’이었던만큼, 윤종신은 음악 안에만 머물지 않고 그것을 통해 할 수 있는 일들을 하나둘씩 계속 늘려간 셈이다. 아내, 아이들과 한자리에 모인 그의 생일 파티 사진이 유난히 더 따뜻해 보였다면 그런 이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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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검은 정장을 입은 한 중년 남성이 돼지 껍데기 집에서 홀로 술과 고기를 시켜놓고 쓸쓸히 앉아있다. 김현철이 작곡한 보사노바 풍 노래 ‘Lonely Guy’의 뮤직비디오에서 윤종신은 나이를 먹으며 어쩔 수 없이 느끼게 되는 쓸쓸함을 온 얼굴과 몸으로 연기한다. 그러나 흘러버린 세월과는 별개로, 예능인으로서 윤종신의 역량은 리얼 버라이어티의 양대 산맥이라고 할 수 있는 두 프로그램에서 증명됐다. MBC <무한도전> ‘못.친.소(못생긴 친구를 소개합니다) 페스티벌’에 출연해 어깨가 훤히 드러나는 티셔츠와 쫙 달라붙는 레깅스를 입고 섹시함을 뽐냈으며, KBS <해피선데이> ‘1박 2일’에는 좀처럼 예능에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 윤상과 유희열까지 대동해 밴드 ‘등대지기’를 결성하고 열탕체험식 입수를 보여주었다. 이 외에 신치림의 앨범 수록곡들을 배경으로 퇴근길 지하철 안의 풍경을 그린 공연 <퇴근길 오페라>를 진행하고, ‘본능적으로’의 랩 피처링을 도왔던 스윙스의 새 싱글 ‘Lonely’에 보컬 피처링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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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일년의 마지막 달이자, 2012 ‘월간 윤종신’의 마지막 프로젝트는 유희열이 만든 ‘Merry Christmas Only You’였다. 드라마틱한 창법으로 노래하는 윤종신의 목소리는 끈적끈적하지만 따뜻하고, 여기에 더해진 유희열의 내레이션은 화룡점정을 찍는다. 우리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처럼 도착한 이 노래로 윤종신이 1년을 마무리하는 줄 알았더니, 크리스마스 특집 <스케치북>에 출연해 유희열 못지 않은 매의 시선으로 봉춤 추는 가인을 바라보다 노래를 부르고, <해피투게더 3>에 출연해 자신의 ‘노예들’에 관해 이야기했다. 또한 그가 정성들여 쓴 가사는 지난 27일 공개된 빅마마의 마지막 노래 ‘서랍정리’에서 찾아볼 수 있으며, 그의 노래와 연기는 오는 30일까지 재공연되는 신치림 음악극 <퇴근길 오페라>에서 만날 수 있다. 그러니, ‘월간 윤종신’의 1년을 모아둔 <행보 2012>가 이미 발매됐어도 윤종신의 1년은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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