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 감독님, 진정한 리더의 모습을 뵈었습니다
김성근 감독님, 진정한 리더의 모습을 뵈었습니다

MBC <스타로드토크 명사십리>에 출연한 김성근 감독님께
파일럿 프로그램 MBC 에 초대되신 고양 원더스 김성근 감독님. 방송을 마무리 지으며 소감을 묻자 “시작 하기 전에는 이렇게 멀리 가서 괜찮겠나 싶었는데 막상 해보니 아주 즐겁고 좋은 길을 걸었다는 생각이 든다” 라고 하셨죠. 저도 그랬습니다. 시작할 때는 ‘이렇게 대놓고 따라 해도 되나?’ 하는 마음에서 삐딱한 시선을 보낼 수밖에 없었는데요. 마칠 시점에 도달하고 나니 어느새 좀 더 보길 바라고 있더라고요. 시간이 이렇게 빨리 지나갔다 싶어 시계를 봤을 정도였으니 말 다 했죠. 그만큼 감독님의 말씀 하나하나가 알차고 소중하게 다가왔던 거예요. 틀은 모방이고 구태의연했지만 그 속에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은, 기억해야 옳을 내용들이 가득했거든요.

가시밭길을 헤쳐주는 리더가 있어야 뒤따르는 사람이 편안하죠

김성근 감독님, 진정한 리더의 모습을 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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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가장 가슴에 와 닿은 말씀을 하나 꼽아 보라면 시국이 시국이니만큼 “조직을 살리기 위해서는 어떤 비난을 받더라도 리더가 해야 할 일이 있는 거예요” 라는 말씀을 고르게 되네요. 평생을 리더와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아온 저로서는 사실상 공감하기 어려운 얘기였어요. 이제 와서 무슨 영화를 보겠다고, 대의가 뭐라고 욕먹기를 자처하겠는가 싶어서 말이죠. 하지만 뒤를 잇는 “리더는 보이는 것만 가지고 리더가 되는 것 아니다” 라는 말씀이 마치 섬광처럼 제 머리를 내리 치더군요. 한 발 앞서 내다볼 줄 알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가고, 또 자신의 힘을 다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마치 내 일처럼 안타까운 마음으로 독려하는 것, 그게 바로 다름 아닌 리더의 역할이라고 하셨죠.

그렇습니다. 모두가 적당히 타협해가며 가늘고 긴 인생만을 추구한다면 세상이 제대로 돌아갈 리 없잖아요. 누군가 앞서 나가며 가시밭길을 헤쳐 줘야 뒤를 따르는 걸음들이 한결 편안할 테니까요. 그것이 진리이거늘 혼자 똑똑한 양 마른 땅만 살살 밟고 살겠다고 애를 써온 것이 무에 자랑이겠어요. 연배가 높을수록 대접을 받기보다는 먼저 한 발 앞장서서 돌이고 사금파리고 골라내며 길을 다져주는 편이 옳겠죠. 문득 부끄러워졌어요. 자질을 타고난 사람이 리더가 되는 게 맞지만 리더에게 할 일을 마냥 미루는 것도 도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요. 그냥 미루기만 하면 다행이게요. 감 놔라 배 놔라, 훈수를 일삼으며 심기를 어지럽히고 거기에 책임까지 전가하니 답답한 일이지 뭐예요.

제작진은 부끄러움을 알았으면 하네요

김성근 감독님, 진정한 리더의 모습을 뵈었습니다
김성근 감독님, 진정한 리더의 모습을 뵈었습니다
또 한 가지, 의외의 사실이 있었는데요. 원칙주의자인 감독님께서 징크스에 연연하신다는 점이었어요. 이를테면 경기 중에 모자를 벗으면 경기에 진다는 징크스 때문에 어떤 높은 사람 앞일지라도 모자를 벗지 않으셨다죠? 자칫 건방지다는 오해를 살 수도 있는 노릇이지만 승리를 위해 아랑곳 하지 않으신다고요. 사소한 요행 따위에는 결코 흔들리지 않을 강건한 분이시리라는 믿음이 있었던지라 좀 놀랐습니다. 그런데 그건 바로 그렇게까지 최선을 다한다는 의미더군요. “승부에 대한 매달림”이라고 표현하셨죠. 뭐 하나라도 허투루 보시고 싶지 않으신 거예요. 그 말씀을 들으며 나는 과연 얼마나 최선을 다해왔는지 반성해보게 됐어요. 나에게 주어진 일만이 아니라 사람과의 관계, 사회의 일원으로서의 책임감 등 대충 지나쳐버린 일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더라고요. 열의와 치열함이 부족하다는 걸 쿨 한 쪽으로 포장하며 지내왔던 것 같아요. 그러니 생각할수록 낯이 뜨거울 수밖에 없네요.

그런 의미에서 라는 프로그램도 부디 부끄러움을 좀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이것이 최선이었을까요? 이제는 프로그램이고 코너고 국내뿐만이 아니라 세계적으로 물고 물려가며 서로 베끼고 또 다시 베낀다는 걸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그렇다보니 일말의 양심의 가책조차 느끼지 못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김성근 감독님의 삶을 대하는 치열한 자세 앞에서 민망하지 않았다면 그건 정말 큰 탈이 난 거라고 봐요. 어쨌든 되는 사람은 어딜 가도 되는 법이라는 걸 새삼 깨달을 수 있었고요. 되는 사람의 비결이 더도 덜도 아닌 최선을 다한 노력이라는 점, 마음 깊이 새겼습니다. 그렇다면 감독님과의 만남을 주선한 에게도 어쨌든 고마움을 표해야 하겠죠?

정석희 드림.



글. 정석희 (칼럼니스트)
편집. 김희주 기자 fif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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