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한 마디에 100억이 오가고 사인 하나에 희비가 엇갈리는 SBS 을 보며 이런 생각을 했다. 순간이 모든 걸 좌우한다고. 그만큼 매순간이 긴장의 연속이며 갈등의 정점인 세상에서 드라마 제작사 대표 앤서니 김(김명민)과 초보 작가 이고은(정려원) 등 극중 인물들의 레이스는 지옥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레이스는 꽤나 흥미롭다. 아마도 빠른 전개 속에서 인물의 감정 선을 놓지 않고 긴장을 조절하는 배우들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 중심에 서있는 배우 김명민, 정려원, 최시원과 짧은 분량으로 강한 인상을 남긴 후지이 미나를 기자간담회에서 만났다. “다음 주 방송분을 이번 주 주말까지 찍어야 하는” 빡빡한 스케줄로 “다들 정신이 반쯤 나가있”었지만 누구 하나 흐트러지지 않는 이들에게서 드라마와 비슷한 패기를 느꼈다.

김명민 “앤서니 김과 이고은의 러브라인은 있어야만 한다”

앤서니 김: 앤서니의 대사 뉘앙스와 톤이 전작과 비슷해 앤서니란 캐릭터를 설정하기 어려웠다. 그럴수록 대본에 더 의지했다. 입맛에 맞게 대사를 고치거나 외워지기 편하게 만들면 인물 개성이 없어지고 배우 김명민의 스타일이 반복된다. 토시 하나, 어미 하나 틀리지 않고 받아들여야 작가님이 만든 캐릭터를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그 덕분에 지금의 앤서니가 만들어진 것 같다.

드라마 제작자: 현장에서 연기만 하는 배우로서 실제 제작사의 역할에 대해 크게 생각해 본 적은 없다. 하지만 이번 드라마를 통해 관심이 생기긴 했다. 어떤 작품의 촬영이 불협화음 없이 잘 진행되면 제작사가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단 뜻이란 걸 알게 된 거다. 배우가 굳이 신경 쓰지 않아도 될 부분, 감독이 조율하지 않아도 될 부분 때문에 현장에서 고성이 오고 간다면 그건 제작사의 탓이다. 이 외의 다른 역할은 잘 모르겠다.

자유와 방만: 많은 사람들이 ‘이젠 즐기면서 연기해도 되지 않냐’고 물어보지만 이미 즐기면서 하고 있다. 다만 자유와 방만은 다를 뿐이다. 혼자 있을 때 잠만 자고 편하게 스스로를 풀어 놓으면 막상 현장에서는 즐길 수 없다. 본인 캐릭터에 대해 충분히 고민하고 대사를 습득해야 촬영이 편하다. 주연 배우가 대사를 못 외워 자꾸 NG 내 촬영이 길어진다고 생각해봐라. 다행히 이번 작품 배우들은 모두 각자의 역할을 정확히 숙지해 오기 때문에 현장이 늘 재밌는 것 같다.

부심: 스케줄이 점점 빡빡해지고 있지만 지구상에 이 드라마만 있다고 생각하고 촬영하고 있다. 모두들 다른 거 신경 안 쓰고 오로지 캐릭터에만 몰입하고 있는 거다. 앞으로도 아주 다양한 내용이 전개될 거다. 아직 확실히는 모르지만 그 안에 앤서니와 이고은의 러브라인도 있지 않을까. 아니, 반드시 있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웃음) 지금은 많은 분들이 ‘둘 사이에 무슨 캐미(스트리)가 돋냐’고 하시겠지만 돋고 있고 앞으로 더 돋을 거다. 앤서니의 옛 연인 성민아(오지은)가 등장해 고은이도 긴장할 거고.

정려원 “선수들이 보는 드라마라 책임감이 더 강해진다”

해방감: 원래 상담해주는 걸 좋아해서 개성 강한 사람들 이야기 들어주는 이고은이 익숙하고 편하다. 하지만 직구를 잘 던지는 건 나와 정말 다르다. 이번에 연기를 하면서 해방감을 느끼는 이유도 그래서인 것 같다. 화병으로 죽지 않으려면 이고은의 태도가 필요하단 생각이 들더라. 나쁜 의도를 갖지 않는 한 자신의 신념이 맞다고 생각할 때 이고은처럼 직구를 던지는 건 건강한 거고 배워야 하는 점이라고도 생각한다.

드라마 작가 정려원: 이 대본으로 데뷔를 하신 이지효 작가님을 롤 모델로 삼아 연기하고 있다. 경험담도 많이 듣고 작업실도 놀러갔다. 나중에 드라마 대본을 직접 쓰게 될 기회가 되면 주위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스토리로 만들고 싶단 생각을 했다. 아시다시피 드라마에선 극적인 효과나 재미를 위해서 써야 하는 부분들이 있지 않나. 그런 거 빼고 배우들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그대로 쓰면 재밌을 것 같다. 물론 누굴 폭로하는 식의 부정적인 것은 아니다.

김명민의 빙의: SBS 에서 이범수 선배님과 호흡을 맞췄을 때도 그랬지만 김명민 선배님한테 정말 많이 배우고 있다. 이범수 선배님은 현장에 오실 때 5, 6가지 예를 생각해 와서 매번 다른 리액션을 보여주셨는데 그런 걸 배우는 재미가 있었다. 김명민 선배님은 같이 연기를 하면 할수록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게 만든다. 현장에서 딱히 제시하는 건 없지만 선배님이 캐릭터에 빙의돼 연기하기 때문에 상대하는 나도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드라마 vs 현실: 이 드라마는 특히 미디어에 종사하는 분들이 눈여겨보신다는 느낌이 들었다. 시청 소감 문자도 그런 분들한테 많이 받았고. 그럴 때마다 선수들이 보는 드라마니 더 잘해야겠다는 책임감이 강해진다. 그리고 가끔 드라마 내용처럼 실제로 그런 일이 있는지 심각하게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우리의 의도는 누구를 비판 하거나 혹은 이렇게 했으니 칭찬해 달라는 게 아니다. 현실에 있는 부분을 재밌게 꾸미고 보여드리고 싶은 것뿐이다. 그 부분을 좋게 생각해 주시면 좋겠다.

최시원 “똘기 충만한 예술가를 떠올리며 연기한다”

똘기: 강현민을 연기할 땐 똘기 충만하고 하나에만 몰두하는 열정적인 예술가를 떠올린다. 다른 걸 참고하거나 힌트를 얻기 보단 그런 예술가의 모습에서 영감을 받는다. 그리고 많은 분들이 연예인의 밝은 면을 주로 보시는데 강현민을 통해 그 외에 상상하기 힘든 모습도 보여 주고 싶었다. 대중은 모르지만 친한 지인들은 많이 아는 내 코믹한 모습처럼 말이다.

Before & After: 방송 이후 반응 중 하나는 어머니가 걱정을 하신다는 거다. 실제로 밖에서 강현민처럼 행동하는지 물어보시더라. (웃음) 또 사석에서는 무슨 말만 하면 다들 웃으신다. 예전 SBS 이나 KBS 찍을 땐 전혀 그렇지 않았다. 하지만 요즘엔 “안녕하세요”만 해도 웃으신다. 그럴 때마다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일단 강현민처럼 웃으면서 넘기고 있긴 한데 그래도 재밌게 봐주셔서 너무 감사드리고 모두 사랑한다. (웃는 려원 가리키며) 이것 봐라. 별 말 안 했는데 지금처럼 이렇게 사람들이 막 웃는다. 근데 이상하게 회사에선 별 말이 없다. 다들 최시원과 강현민을 헷갈려 하시는 거 같다.

슈퍼주니어: 예성 형이 OST를 불러줘서 고맙다고 하고 싶었는데 지금 멤버들이 나만 빼고 다 싱가포르에 가 있어 전하지 못했다. 이 자리를 빌려 금 같은 곡을 줘 고맙다고 하고 싶다. 그리고 슈퍼주니어 멤버 중 강현민과 비슷한 사람은 지금 열심히 군복무 중인 이특 형인 것 같다. 물론 이미지만으로 따질 때 그렇다. (웃음) 사실 특이 형이 입대하기 전에 카메오로 등장할 뻔 했는데 바쁜 일정 때문에 못해 아쉽다.

배우 최시원: 끝내고 좀 가벼운 역할을 맡고 싶었다. 회사에서도 그런 걸 원했고. 그래서 당시 요원 비슷한 역할을 또 받은 상황이었지만 을 선택한 거고. 촬영도 즐겁게 하고 있다. 물론 배우로서 매번 부족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아직 스스로 배우라는 생각은 한 적이 없지만 이번에 (김)명민이 형, (정)려원 누나 등 많은 분들을 만나 배우게 돼 기쁘다.

후지이 미나 “손예진 선배님 완전 좋아한다”

My name is 후지이 미나: 일본에서 17살 때부터 배우로 활동했다. 원래 한국에 관심이 있어서 한국 드라마나 영화를 많이 봐 왔고 5년 전 대학교에서 제 2외국어로 한국어를 선택해 공부했다. 그러다 작년에 인연이 돼 한국에서 활동하고 있다. 은 오디션을 보고 들어오게 됐는데 늘 TV로만 봐 오던 한국 드라마 안에 들어올 수 있다는 게 꿈같다.

아키꼬의 미래: 일본에서도 드라마에 몇 번 출연했는데 일본과 한국은 좀 다른 것 같다. 일본에서는 스토리와 맡은 역할이 앞으로 어떻게 되는지 어느 정도 알고 연기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키꼬가 어떻게 될지 아무것도 모르겠다. (웃음) 그래서 촬영 스케줄이 언제 잡힐지 몰라 한국에서 계속 지내고 있다. 좋은 기회가 오길 기대한다.

손예진과 조니 뎁: 손예진 선배님 완전 좋아한다. 일본에서 영화 , SBS 도 봤다. 그리고 롤 모델은 조니 뎁이다. 영화 에서처럼 원래 없는 인물을 있는 것처럼 연기하시는 게 매력적이더라. 개인적으로는 이승기 선배님도 만나보고 싶다. 3년 전 친오빠 아키라가 한국에서 유학하고 있을 때 KBS ‘1박 2일’ 유학생 특집에 나가 이승기 선배님과 촬영했는데 이승기 선배님이 잘 도와주셨다고 들었다.

사진제공. SBS



글. 한여울 기자 six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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