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를 가장 설레게 만드는 상대는 ‘낯선 여자’라는 우스개가 있습니다. 음악도 이와 비슷하다면 14일과 15일, 양일에 걸쳐 열린 슈퍼소닉 2012는 음악 팬들을 제법 두근두근하게 만들 수 있는 페스티벌이었죠. 지산의 라디오 헤드, 펜타포트의 매닉스트릿 프리처스의 대항마 격인 뉴 오더의 첫 한국방문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순간이었습니다. “Finally Korea! South Korea!”라고 감흥을 전하며 조이 디비전 시절의 명곡을 들려주는 노장 밴드의 모습은 올해 지구 최강의 록페스티벌이라는 런던 올림픽 폐막식 중계에서도 볼 수 없었던 모습이었으니까요. 하지만 슈퍼소닉 2012의 다음 해에 기대를 걸게 되는 지점은 그보다 좀 더 젊은 밴드들의 라인업이었습니다. 관객들의 반응을 좀처럼 점쳐 볼 수 없었던 소울왁스나 짐 클래스 히어로즈의 과감한 타임 테이블이 그러했고, 해외에서조차 아직 ‘핫’한 신생밴드로 거론되는 백신즈와 포스터 더 피플의 센스 있는 섭외가 그러했었지요.

서늘한 실내에서 진행되는 쾌적한 환경 덕분인지 어느 순서 하나 무대가 관객을 압도할 만큼 열정적이지 않은 공연이 없었지만, 그중에서도 하이라이트는 아무래도 고티에의 순서였습니다. 평단의 반응뿐 아니라, 최근 빌보드 차트에서의 성과까지 이끌어 낸 이 뮤지션은 능숙한 솜씨로 객석을 사로잡았습니다. 인삿말은 물론 “광복절 입미다. 돼한민국 만쉐!”라는 멘트까지 한국말로 준비해 온 그는 드럼부터 멜로디혼까지 다양한 악기를 연주하며 음악과 퍼포먼스의 미묘한 균형을 잃지 않았지요. 게다가 투어링 밴드의 매너와 공연 영상물에는 곳곳에 위트와 상상력이 묻어났습니다. 덕분에 호주에서 미국을 거쳐 한국까지 천천히 그러나 끊임없이 세상의 귀를 접수해 나가는 이 남자의 매력을 그 자리에서 순식간에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그에게 음악이란 섬세한 보컬, 진지한 가사, 실험적인 프로듀싱으로 나뉘는 숙제가 아니라 그저 하나로 완성된 소리의 유희였습니다. 그리고 그 즐거움의 가운데에는 타악기의 초월적인 힘이 있지요. 슬픈 이별의 노래 ‘Somebody That I Used To Know’를 합창하는 관객들의 어깨가 흥분으로 들썩거리는 것은 어떤 감수성에도 빠지지 않고 잘 버무려진 비트가 거기 불거져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사람의 마음을 여는 번쩍이는 열쇠를 가진 고티에에게 지난 1년은 시작에 불과할지 모르겠습니다. 심지어 이 남자는 뮤직비디오가 원망스럽게도 상당한 미남이거든요.

글. 윤고모 n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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