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양반
1. 의사 선생님 (Yeah) 이건 뭔가요? (Haha) 숨이 가쁘고 (Yeah) 열이 나요 (Oh)
2. 세상아 무너져 버려라! 바람아 불어라! 파멸아 오너라!
cf. 기자 양반

2003년 방송된 SBS 에서 김두한의 부하 상하이조가 쏜 총에 맞은 배우 심영은 응급수술을 받고 중환자실에서 깨어난다. 그러나 의식이 돌아오자마자 그가 들은 것은 “하필이면 총알이 영 좋지 않은 곳에 맞았”으며 “총알이 가장 중요한 곳을 지나가”는 바람에 “선생은 앞으로 아이를 가질 수 없”다는 청천벽력 같은 통보였다. 다급히 “이보시오 의사 양반!”을 외치는 심영을 향해 냉정하게 절대안정을 취할 것을 당부한 의사가 자리를 뜨자 “날더러 성불구자가 된다구? 고자가 된다, 그런 말인가? 고자라니, 아니 내가 고자라니 이게 무슨 소리야. 고자라니! 내가 고자라니!”라고 울부짖는 심영의 독백은 절박함과 절망감의 상징으로 강한 인상을 남긴 바 있다.

그러나 화자의 대외 이미지 및 소셜 포지션에 따라 제한을 받는 ‘엄빠주의’형 유행어인 ‘고자라니’에 비해, 보다 다양한 층위의 놀라움 혹은 분노와 자포자기 심정마저 내포한 ‘의사 양반’은 암시적이면서도 짐짓 점잖게 감정의 동요를 드러내는 표현이다. 특히 자신의 삶에서 중요한 무언가를 불현듯 상실했거나 순수한 기대와 믿음을 배반당했을 때, 부정하고 싶도록 잔인한 현실과 맞닥뜨렸을 경우 ‘OO가 XX라니’와 결합해 자연스런 호응 구조를 만들 수 있다. 또한 다수의 환자들이 연령을 불문하고 의사에게 붙이는 존칭인 ‘선생님’ 대신 ‘남자를 범상히 또는 대수롭지 않게 이르는 말’인 ‘양반’을 선택한 것은 보편적인 형태의 권위에 복종하지 않고 무시함으로써 자신의 불편한 심경과 방향 잃은 분노를 강조하는 효과를 얻는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씁쓸한 심경을 담은 감탄어구로서 실제 의사에게 사용하는 것은 권하지 않으며 특히 충치 치료, 프락셀 시술, 대장내시경 전 굳이 이러한 모험을 할 필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용례 [用例]

* 의사 양반, 오늘 달력 좀 보시오!
이보시오 의사 양반, 제헌절이 법정공휴일이 아니라니 이게 무슨 소리요!

* 의사 양반, 여기 체중계 좀 보시오!
이보시오 의사 양반, 수지가 나보다 더 날씬해지다니 이게 무슨 소리요! 날더러 다이어터가 되라구? 그런 말인가?

* 의사 양반, 혹시 피노키오를 아시오?
나는 의사 양반은 아냐 그냥 널 알고 싶어 너란 미지의 대륙의 발견자 콜럼버스.

글. 최지은 f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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