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들이 아이돌을 사랑하는 이유는 그들이 유명하거나, 대단하기 때문이 아니다. 사실 진정한 아이돌 팬덤은 사소한 이야기, 작은 표정의 변화, 별 볼 일 없는 개인기를 공유하면서 공고해지는 법이다. 그런 점에서 SBS MTV 는 아이돌 팬들에게 최적화 된 방송이다. 매주 초대되는 아이돌들은 무대의 에너지를 그대로 가져오는 마이티 마우스와 같은 아이돌임에도 불구하고 말장난에만 몰두하는 블락비의 지코를 통해 일상의 기분으로 웃고 떠든다. 심도 있는 질문이나 눈물의 고백, 해외에서의 성과를 보고하는 진지한 시간은 이 방송에 없다. 그러나 방송은 목표의식에서 자유로워진 만큼 아슬아슬하면서도 좀처럼 눈을 뗄 수 없는 새로운 방식의 수다를 펼쳐 놓는다. 그 덕분에 시청자들은 게스트와 상관없이 일정한 재미를 보장 받고, 게스트들은 방송의 부담을 내려놓고 즐거울 수 있으며, 무엇보다 세 명의 MC들은 “녹화하러 오는 길이 설렌다”고 할 정도로 신나는 일터를 찾았다. 에너지 드링크를 마셔야 할 만큼 몸은 지치지만, 마음만은 언제나 장난 일발 장전 되어 있는 세 남자와의 인터뷰는 방송과 꼭 닮아 있었다. 한참을 웃고, 불쑥 농담이 튀어나오고, 결국에는 또 만나고 싶어졌으니 말이다.

는 처음 기획부터 마이티 마우스를 염두에 둔 방송이라고 들었다.
상추: 예전부터 감독님이 함께 프로그램을 하자고 하셨는데 그동안은 일정이 잘 맞지 않아서 이제야 같이 하게 되었다. 우리가 워낙 행사형 가수다 보니까 늘 고정 프로그램을 하기에는 시간이 애매했는데, 이제서야 하자! 한 거지. 개인적으로 전화를 드려서 하고 싶다고 말씀을 드리기도 했고, 감독님의 의지와 회사의 사정이 딱딱 맞아 들어간 거다.

다양한 방송을 해왔지만, 두 사람이 함께 방송을 진행 한 것은 Mnet 에 이어 두 번째다.
쇼리: 아, 그 방송을 통해 마이티 마우스, 두 사람의 힘을 찾은 것 같다. 은근히 마니아가 많은 방송이었는데, 아파트 경비 아저씨가 엘리베이터에서 요즘은 안하냐고 물어 보신 적도 있다.
상추: 주변의 가수 친구들이 참 좋아 한 방송이었다. 일주일 치 녹화를 한꺼번에 진행하느라 쉬는 시간에 세트장 바닥에 누워 있을 정도로 힘들기도 했는데, 워낙 좋아하던 방송이라서 그걸 그만 두고 한이 됐었다. 그 아쉬움을 지금 에서 풀고 있는 거라고 본다.

“그냥 주고받는 대화가 다 상황극이고 콩트”
아이돌 춘궁기│마이티 마우스, 지코 “얼마나 방송에서 즐겁게 놀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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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의 우애가 워낙 돈독하다보니 지코의 입장에서는 합류하기 어려운 점도 있었을 것 같다.
지코: 물론 다 된 밥상에 수저를 얹는 것이 아닌가 걱정이 되기도 했는데, 오히려 내가 뛰어듦으로 인해서 이 두 분의 재능을 200 퍼센트로 끌어내는데 공헌을 하지 않았나 생각을 한다. 두 분에게 새로운 목표 의식을 갖게 하는 역할이랄까. 얘를 돌봐야겠다는 책임감 같은 걸 갖게 해 주는 거다.
쇼리: 진짜다. 이렇게 컨트롤하기 어려운 애는 처음 봤다. (웃음) 하지만 이런 아이를 잘 컨트롤 하면서 배워나가는 거지. 적응하기 힘들다고 배제하거나 의미 없게 만들어 버리면 안 되는 거니까 모쪼록 셋을 재밌게 융합 시키려고 노력 한다. 지코가 계속 애드리브를 하는데, 우리가 잘 안 웃어 주는 것도 일부러 캐릭터를 만들어 주기 위해서다. 무조건 박장대소 한다고 좋은 게 아니니까.

확실히 프로그램을 통해서 쇼리의 진행 능력을 새삼 발견하게 된 부분은 있다. 그동안은 어린이 역할을 하기도 하고, 개구쟁이 느낌이 많았는데 이제는 상당히 어른스러워 보인다.
쇼리: 생김새가 워낙 어려 보여서 그런데, 막상 얘기를 나눠보면 어리지 않게들 보신다. 나이가 서른한 살이라 조금씩 어른의 느낌이 풍기나 보다. 진행은 특별히 어떻게 하겠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는다. 순간순간의 애드리브이기도 한데, 재미에 빠져서 대본을 놓치는 경우가 있으면 알려주고 하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진행을 하는 것처럼 보였나 보다.
상추: 키 때문에 가운데 앉다 보니까 자리 때문에 그런 역할을 하게 되는 거다. (웃음)

사실 이 프로그램의 진짜 재미있는 지점은 대본에서 벗어나는 순간에 있다. 그럴 때는 평소에 주고받는 농담의 코드에 기초하는 건가.
상추: 우리는 랩 연습은 각자 따로 하고, 둘이 만나서는 평소에 항상 콩트 연습을 많이 한다. 그래서 주변 스태프들이 우리 둘이 얘기하는 걸 보고 시트콤 같다고들 한다.
쇼리: 특별히 설정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냥 상추 형이 뭘 탁 던지면, 나는 본능적으로 그게 시작인 걸 아는 거다. 서로 역할을 바꾸기도 하는데, 그냥 주고받는 대화가 다 상황극이고 콩트다.

두 사람은 그렇게 다져 온 호흡이 있으니까 가능한 건데, 지코는 어떻게 그토록 자유로운 애드리브를 시도 할 수 있는 건가. (웃음)
상추: 자유롭다기보다는….. 막 하는 거다.
지코: 형들이 워낙 잘 수습을 해 주시니까. 한 가정에 아이가 있으면, 막 어지르지 않나. 그러면 그 뒤에는 언제나 어머니가 있기 마련이다. 나에게는 이들이 부모님인 셈이다. (진지하게) 쇼리 형이 항상 챙겨 주고, 늘 연락 한다고 얘기해 달라고 하셔서 지금 이렇게 말하고 있기도 하고. (웃음)
쇼리: 요즘은 참 아이돌한테 잘 해야 한다. 어떤 선배님이 지금 잘 되려면 선배한테 잘 하고, 미래에 계속 잘 되려면 후배들한테 잘 하라고 하셨는데 나는 그 말을 가슴 깊이 새기고 있다.
상추: 어우, 그 말은 내가 해 준 말 같은데?
지코: 그리고 이런 말이 있다. (휴대폰 보고) 실패한 고통보다 최선을 다하지 못했을 때 깨닫는 것이 몇 배 더 고통스럽다. 앤드류 매튜스.
상추: 어! 나 그 사람 좋아해! 그리고 이런 말도 있지.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랴. 선인께서 하신 말씀이다.
쇼리: 저….. (휴대폰 보고) 에릭 E 라는 사람은 이런 말을 했다. 정말로 값진 선물은 포장이 작게 되어 있다.
지코: 오오오! 그렇다면, 요요요요, 날 찾지는 마요. 저 태양이 날 부르네요. 쇼리 제이. (웃음)

지금의 이런 자유분방한 느낌이 무대에서의 모습과도 비슷한 것 같다. 특히 마이티 마우스는 리허설과 본방이 다르기로 유명한 팀 아닌가.
지코: 리허설이 본방을 방해하는 점도 있는 것 같다. 리허설 때 한번 필을 느껴버림으로서 정작 본방 때는 그만큼이 안 나오는 경우도 있고.
쇼리: 특히 재미있는 얘기는 리허설 때 해 버리면 아무래도 본 녹화 때 그만큼의 재미가 없다. 우리 방송은 사실 리허설도 없지만, 대본을 읽을 때 나는 재미있는 생각이 떠올라도 일부러 아무 말도 안하고 있는다. 나중에 방송에서 처음 꺼내야 느낌이 사니까.

“대본보다는 진짜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는 게 중요하다”
아이돌 춘궁기│마이티 마우스, 지코 “얼마나 방송에서 즐겁게 놀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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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편집의 힘을 믿고 일단 녹화에 임하는 건가
쇼리: 우리 방송은 편집이 많지 않다. 그대로를 보여주는 게 콘셉트라.
상추: 방송을 보면서 깜짝 놀랄 때가 있다. 당연히 편집 될 줄 알고 방송 불가능한 단어를 말해도 그게 삐- 처리 되어서 나가버리더라.

그렇다면 녹화 시간과 방송 시간이 거의 비슷하겠다.
쇼리: 특별히 생각을 하는 건 아닌데, 하다 보면 그렇게 된다. 대본에서는 순서만 보고 얘기를 편하게 나누다가 적당할 때 다음 순서로 가는 식이다.

정해진 시간 안에 출연한 아이돌과 급속도로 친해진다는 얘긴데, 특별히 비결이 있나.
상추: 우리의 강점이 쇼리의 외모 때문에 아이돌인지 아닌지 혼선을 준다는 거다. 힙합 그룹과 아이돌의 범주 사이에서 양다리를 걸치고 있기 때문에 아이돌 친구들이 나와도 금방 친해지기 쉬운 것 같다.
쇼리: 우리가 삼십대 초반인데, 이 나이가 참 적당한 것 같다. 아이돌 중에는 이십대 중후반의 친구들도 있고, 그래서 우리한테 그들의 마음이 잘 보인다. 뭘 좋아하는지. 그리고 형님들을 봐도 대강 알 것 같고, 여러 연령층과 대화를 나누기에 좋은 나이인 거지.

여자 아이돌이 나와도 참 편하게 만들어 주는 것 같다.
지코: 여자 아이돌의 경우는 부류가 있다. 선을 긋고 나오는 경우와 제대로 해 봐야겠다는 분들이 있는데, 전자의 경우는 딱 보인다. 본인도 웃기고 싶고 센 멘트를 날리고 싶은데 회사의 눈치를 보는 게 느껴지는 거다.
상추: 우리도 그쪽 회사의 눈치가 보이기도 하고, 그런 것 때문에 더 친해질 기회를 놓치기도 하는데 그런 점을 극복하는 게 우리의 역량에 달린 문제라고 본다.

남자 아이돌들의 경우에는 남고생들 쉬는 시간처럼 좀 더 편하게 얘기를 하게 되는 분위기더라.
쇼리: 다른 방송을 많이 보는데, 우리는 좀 다른 방식으로 하고 싶었다. 진짜 커피숍에서, 맥줏집에서 얘기를 나누는 스타일로 가고 싶은 거다. 대본이 있으니까 맞춰가는 부분도 있지만 일단은 진짜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는 게 중요하다.
상추: 아이돌과 같이 하는 방송에 새로운 포맷을 제시하고 싶다. 그리고 아이돌들도 다른 방송에서 못하던 얘기니까 나중에는 스스로 하고 싶어 한다. 끝나고 와서 재밌었다, 이런 방송 처음 해본다고 하는 친구도 있고, 간혹 너무 수위 높은 얘기를 했다고 걱정하는 친구들도 있는데 뭐, 우리 소속사 아니니까! (웃음) 그런 면에서 블락비가 참 좋다. 너무 편한 친구들이다.
지코: 한국 시장도 미국처럼 변해야 한다. 오드 퓨처 같은 팀을 보면 힙합을 하는 친구들인데도 서로 디스 하면서 굉장히 장난스러운 모습을 보여 주는데, 사람들에게 거리감을 덜 느끼게 하는 효과를 준다. 우리도 아이돌이라는 직업을 가졌을 뿐이지 당신들과 똑같다는 걸 더 보여주고 싶다. 하는 일이 다른 것뿐이니까. 지코 믹스테잎 9번에 ‘구역질’이라는 곡이 있다. 공인은 과거도 완벽해야 돼? 그런 거다.
상추: 어, 이거 좋은데? 우리 앨범 준비 중인데 타이틀곡에 써야겠다. (랩으로) 공인은 과거도 완벽해야 돼? 어허. 싸비에 막 넣자. (쇼리와 함께) 공인은 과거도 완벽해야 돼? 아 돈 띵 쏘! 아 돈 띵 쏘! 예아.

“공중파에서 꼭 뭔가를 해야 한다는 욕심은 없다”
아이돌 춘궁기│마이티 마우스, 지코 “얼마나 방송에서 즐겁게 놀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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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아이돌을 칭찬하면서 상대적으로 블락비를 자학 개그의 소재로 쓰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인가.
지코: 무대 위에서는 진짜 충실하고 멋있게 하되, 무대 아래에서까지 굳은 모습을 보여 줄 필요는 없다고 생각 한다.
상추: 우리 지코가 아무리 실없는 소리를 해도 내놓는 음반을 들으면 음악적 깊이를 알 수 있으니까, 얘 실력을 대중이 아는 이상 방송에서의 헛소리는 괜찮아 지는 거지.

굉장한 칭찬이다. 방송에서는 볼 수 없던 훈훈한 모습인데. (웃음)
지코: 힙합을 하시는 분들 중에는 꼰대가 없다. 그래서 신인이 나와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지 않고 좋은 점을 발견해 주시는 거다.
쇼리: 우리보다 지코가 훨씬 랩을 잘 한다.
지코: 아이, 형은 왜 또 그걸 과장하고 그래요.
쇼리: 정말 랩을 잘하는 동생들이 많다. 그런데 그 친구들이 마이티 마우스 노래를 하면 우리만큼 절대 못한다. 그거 하나로 우리는 계속 하는 거다.
지코: 진짜다! 부르다가 나도 죽는 줄 알았다. 그 텐션과 에너지를 따라갈 수가 없다.

이제 세 사람의 호흡이라는 것도 생기고, 고정 시청자들도 생기면서 케이블이기 때문에 아쉬운 점도 있을 것 같다. 채널의 한계라는 것이 있으니까.
상추: 전혀 그런 생각을 하지 않는다. 우리 방송이 KBS 와 같은 시간에 하는데, 용호상박하는 것이 목표다. (웃음) 우리는 현실에 만족하는 사람들이고, 공중파에서 꼭 뭔가를 해야 한다는 욕심은 없다. 수많은 사람들이 공중파에서 우리의 부분적인 모습을 보는 것과 케이블에서 우리의 진면목을 집중해서 보는 것 중에 후자가 더 좋은 거다.
쇼리: 확실히 시청자의 연령대가 나눠지니까 채널은 큰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 우리는 아무래도 십대 친구들이 보는 방송이니까 공중파에 비해 이슈는 덜 되더라도, 우리의 콘셉트를 밀어 부칠 수 있어서 좋다.

두 사람은 이미 이미지를 어느 정도 구축했으니 그렇겠지만, 지코의 경우는 신인이니까 입장이 다를 수도 있는데.
지코: 공중파에서 내가 멘트를 하면 눈살을 찌푸리시는 경우가 있다. 케이블에서는 같은 말을 해도 많이 웃어 주신다. 방송 환경이 아직은 많이 보수적인데, 그걸 어떻게 바꿀 힘이 있는 건 아니고 조심할 부분이 많으니까 우리 방송이 나는 더 편하고 좋다.
상추: 공중파에서는 우리 같은 연예인들이 할 수 있는 부분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 에 출연을 할 때도 사실 패널 연예인들은 정말 오랫동안 녹화를 하는데, 우리는 주로 맨 뒷줄에 앉아서 다른 출연자들을 웃기는데 집중 했다. 그러다가 리액션을 지나치게 크게 해서 PD님께 지적당할 정도로. 지금도 그때 같이 출연했던 친구들이 오빠들 있을 때가 재밌었다고 문자가 올 정도다. 얼마나 시청률이 높은 방송에 나오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방송에서 즐겁게 놀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우리는.

앞으로 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더 즐겁게 놀 계획인가.
쇼리: 그런 얘기도 했다. 산에 가서 등산 하시는 분들과 중간에 테이블 놓고 얘기를 해도 재미있지 않을까.
지코: PC방에서 노스페이스 패딩에 트레이닝 바지를 입은 남학생과 얘기를 나누는 거다!
쇼리: 한강에도 가고, 우리의 에너지를 갖고 밖으로 좀 나가도 좋을 것 같다. 부산도 가고, 부산에 있는 클럽도 가고.

글, 인터뷰. 윤희성 nine@
인터뷰. 황효진 기자 seventeen@
사진. 이진혁 eleven@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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