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혁 “요즘은 좀 더 사람 같은 캐릭터를 하고 싶다”
이수혁 “요즘은 좀 더 사람 같은 캐릭터를 하고 싶다”
이수혁이 인터뷰 동안 가장 많이 입에 올린 말은 “아쉽다”였다. 처음엔 이상했다. 아쉽다는 건 어떤 기준에 미치지 못했을 때 느끼는 감정인데, 이 남자는 세속의 보편적 기준 따위 아랑곳하지 않고 살아갈 것 같은 ‘이계(異界)’의 얼굴을 하고 있지 않은가. 하지만 섣부른 편견을 벗겨 낸 자리엔 영화를 정말 좋아해서 배우가 되고 싶었고, 이제 막 그 꿈을 이루기 시작했지만 “원하는 것이랑 해야 하는 것은 다른 것”임을 깨달아가고 있는 신인배우의 설렘과 아쉬움이 뒤섞인 얼굴이 있었다. 때로는 멋쩍게 때로는 수줍게 웃던 이수혁과의 대화는 저 멀리 도도하게 서 있던 사슴에게 다가가 뺨을 살짝 만져본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이 사슴, 의외로 순둥이다.

2011년에 SBS 와 MBN 시트콤 등 각기 다른 장르와 캐릭터로 대중과 만났다.
이수혁: 배우로서 스타트를 제대로 처음 끊은 해라서 좋았다. 를 잘 끝내서 마음도 가볍고.

사극에서 볼 거라는 생각은 못 했다.
이수혁: 사실 사극은 하고 싶은 마음도 없었고 어울릴 것 같지도 않았다. 그런데 찍는 동안과 찍고 난 지금은 기분이 정말 좋다. 예전에는 또래들과 작업을 하거나 작은 영화라도 주인공이었기 때문에 마음대로 할 수 있고 편했지만 주변 친구들이 선배님들이랑 작업하는 게 항상 부러웠다. 이번에 대선배님들과 작업하면서 배운 게 정말 많다.

“혁이 형이 리딩부터 액션까지 많이 도와줬다”
이수혁 “요즘은 좀 더 사람 같은 캐릭터를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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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혁 “요즘은 좀 더 사람 같은 캐릭터를 하고 싶다”
이수혁 “요즘은 좀 더 사람 같은 캐릭터를 하고 싶다”
예를 들면 어떤 것?
이수혁: 어렸을 때부터 뭘 배우는 걸 잘 못했다. 회사에서 시키는 트레이닝도 잘 안 받는다. (웃음) 혼자 고민하거나 현장에서 경험하는 게 좋다. 선배님들은 ‘이런 느낌이 어떠냐? 이번 톤은 이게 더 낫다’라고 직접적으로 가르쳐주실 때도 있고, 연기하시는 것만 봐도 배우는 게 되게 많다. 누구라도 인정하는 대단한 분들이니까 행동 하나 하나에 이유가 있다. 한 마디 해주시는 게 정곡을 찔러서 멍해질 때가 많았다. 나름대로 열심히 보고 생각했는데도 자기 캐릭터가 아닌데 옆에서 스윽 보고 말씀해주시는 한 마디에 더 선명해지니까. 특히 (장)혁이 형이 많이 도와줬다. 처음 전체 대본 리딩 하고 나서 톤도 잘 모르겠고 캐릭터도 말투도 딱딱해서 고민을 많이 하고 있는데 형이 불러서 직접 가르쳐주셨다. 액션 연기도 형이 없었으면 그 정도까지 못 했을 거다. 물론 잘 하지도 못했지만. (웃음)

윤평은 대사로 자신을 설명할 수 있는 역할이 아니었다.
이수혁: 객관적으로 어려운 역할은 아닌데 잘 못 하면 바보 같아 보일 수도 있었다. 외모나 목소리도 생활연기에서는 개성으로 봐주시니까 반감이 덜한데 사극은 정해진 틀이 많고 인물도 워낙 많다보니까 내가 봐도 화면에서 너무 튀더라.

철저히 정기준을 지키고 충실히 따르도록 길러진 일종의 살인기계인데 답답하진 않았나?
이수혁: 사실 처음에는 소이에 대한 감정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캐스팅이 된 거라 연기하면서 좀 혼란스러웠다. 초반엔 일부러 더 칼같이 연기했다. 나중에 소이에 대한 마음이 드러나거나 소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무언가를 해야 할 때 확 풀어지면 감정이 더 극적으로 다가올 것 같아서. 소이와의 장면은 나름 미묘한 감정을 갖고 연기했는데 그것 때문에 시청자들이 좀 헷갈렸던 것 같다. 그래도 다행히 마지막 죽음에서 정기준을 지키는 캐릭터의 이유가 이어져서 좋았다.

“여기가 제 죽을 자리인가 봅니다”라고 하고 씨익 웃는 게 인상적이었다.
이수혁: 사실 두 번 촬영한 거다. 정말 추운 이틀이었는데 감독님이 드라마틱한 걸 원하셔서 우리를 개울가에 집어넣었다. (웃음) 발을 한 번 넣었다 빼면 다 얼고 피를 손에 묻히고 칼을 잡으면 얼어서 칼이 안 떨어질 정도로 말도 안 되게 추웠는데 찍다 보니까 시간이 지나서 밤이 돼버린 거다. 개인적으로는 첫 날 느낌이 좀 더 살았던 것 같다. ‘아, 마지막 촬영이구나’ 하는 마음도 있고 집중이 잘 됐다. 두 번째 찍을 때는 그런 게 많이 표현이 안 돼서 아쉬운데 방송에는 그게 나갔다.

무술의 고수라고 했을 때 연상되는 단단함이나 묵직함 보다 가볍고 늘 사라질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이수혁: 채윤이 거친 느낌이라면 무휼은 꽉 잡고 있는 역할이고 나한테는 좀 여성스럽고 부드러운 선을 원하시긴 했다. 처음 합을 짤 때는 원을 많이 그리고 여러 사람이랑 붙는 식으로 맞췄는데 작품 안에 포함이 안 돼서 좀 아쉬웠다.

무술은 빨리 배우는 편이었나?
이수혁: 잘 배우고 못 배우고를 떠나서 처음엔 스스로 한복도 칼도 너무 어색했다. 사실 매니저 형들한테 늘 얘기하는 게 제발 슈트 입는 역할 좀 하자고. (웃음) 아무래도 칼보다는 총이 좋고 현대극이 어울린다고 생각했었으니까. 작품이나 액션 연기를 많이 해본 상태에서 이 캐릭터를 받았으면 달랐을 텐데 처음 연습할 때는 스스로 너무 어색해서 많이 힘들었다. 배우가 연기할 때 스스로 어색해하면 분명히 카메라에 드러난다. 아무래도 초반에 그게 보일 텐데 (장)혁이 형이 많이 잡아주고 응원해주셨다. 나 때문에 다치기도 많이 다쳤다. 잘 못 건드린 것 같은데 티를 안 내셔서 ‘아, 괜찮으신가 보다’ 생각했는데 나중에 보니 손에서 피가 막 나는 거다. 괜찮으시냐고 했더니 신경 쓰지 말고 얼른 다음 것 하라고 하시는데 정말 선배님 소리가 절로 나오더라.

“요즘은 ‘윤평이다, 밀본의 나쁜 애’라며 애기들도 알아본다”
이수혁 “요즘은 좀 더 사람 같은 캐릭터를 하고 싶다”
이수혁 “요즘은 좀 더 사람 같은 캐릭터를 하고 싶다”
그런 태도 역시 현장에서 배우는 것 중 하나였겠다.
이수혁: 배우가 되는 게 계속 꿈이었지만 아직 어리고 모델 출신이라 막연히 배우가 되고 싶다는 생각만 했지 좋은 배우가 되겠다는 생각은 감히 못 했다. 연기도 못 하고 그릇도 안 되니까. 나름대로 보여줄 수 있는 것을 보여주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생각만 했는데 이번 작품 하면서 좋은 배우, 넓은 그릇을 가진 배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했다. 한석규 선배님이나 (장)혁이 형이 걸어가는 뒷모습을 보면서.

확실히 두 분은 좋은 배우기도 하지만 좋은 사람인 게 먼저인 것 같다.
이수혁: 그걸 무시할 수 없는 것 같다. 배우가 연기할 때 콘셉트를 잡고 꾸며서 만들어 내는 것도 있지만 결국 그 사람이 할 수 있는 걸 하는 거니까, 그 사람의 그릇에서 나오는 게 큰 것 같다.

여러 즐거움과 깨달음을 느끼면서 24부작의 대장정을 해냈는데, 부족함이나 한계도 많이 느꼈을 것 같다.
이수혁: 나름 연습을 했지만 중후반이 돼서야 캐릭터가 좀 잡히는 것 같았다. 말도 편해지고. 프로라면 촬영 들어가기 전에 모든 준비가 돼있어야 하는데 초반 7, 8부의 화면이나 표정은 너무 보기 싫다. 연기라기보다 너무 상황에만 집중해 있어서. 초반부터 확실히 감을 잡고 했으면 더 좋았을 텐데 아무래도 경험이 부족하니까.

는 시청률도 높았고 지금까지 했던 것 중 가장 대중적인 작품이었다. 당신의 존재감은 아는 사람들에게는 강렬한 것이었지만 대중에게 보편적으로 알려진 건 처음이다.
이수혁: 요즘 시트콤이나 영화 촬영장 가면 애기들도 와서 ‘윤평이다, 밀본의 나쁜 애 아냐? 칼 액션 한 번 해 봐요’ 이런다. 그래서 더 안타깝기도 하다. 많은 분들이 봐주신 첫 작품인데 스스로 만족할 수 있을 만큼 연기를 했으면 좋았을 텐데.

아이들이 알아보는 건 좀 다른 느낌일 것 같다.
이수혁: 그렇지. 지금까지 나를 아시는 분들은 나한테 관심이 있거나 팬인 경우가 많았으니까. 팬들은 오래 봐주신 분들이라 스타일이나 성격을 대강 아시니까 이해도 많이 해주셨다. 어린 애들, 나이 많은 어른들이 를 보고 알아봐주시면 되게 감사한 반면 아쉬운 모습을 많이 보여드린 것 같아서 빨리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려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때보다 에서는 대사전달이나 발성이 안정적이었다.
이수혁: 의 윤수는 워낙 애가 좀 맛이 가 있었고, 감독님도 툭 툭 던지는 걸 원하셔서 표현해야 하는 것보다 더 풀어진 부분도 있었다. 그래서 윤수를 첫 모습으로 보신 분들은 좀 안 좋게 보시기도 하는 것 같다. 뭐, 내가 봐도 그렇게 느껴지니까. (웃음)

외모에서 비롯되는 분위기 때문에 불안한 내면을 지닌 소년이라는 설정이 잘 어울렸지만 연기하는 입장에서는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이수혁: 처음엔 윤수가 마음에 안 들었는데 중후반으로 가면서 매력을 많이 느꼈다. 어떤 캐릭터든 캐릭터에 대한 이유를 확실히 말해주고 마무리가 좋아야 연기하기도 쉽고 보시기에도 매력을 느끼는 것 같은데 윤수는 그런 점에서 좋았다. 1년 전이기도 하고 그 사이에 너무 많은 일이 있어서 사실 어떻게 연기했는지 기억은 잘 안 난다. (웃음)

지금은 영화 , 시트콤 를 하고 있는데 어떤가.
이수혁: 영화는 촬영이 끝났다. 중후반부터 시트콤, 영화를 같이 찍었다. 초반에는 윤평에 집중할 수 있어 좋았는데 나중에는 차에서 자다가 매니저 형이 깨워서 한복 입으라고 하면 입고 또 자다 일어나면 영화 촬영장이고 시트콤 현장이고 정신이 없었다. 하나에 온전히 집중해서 할 수 있었으면 더 표현할 수 있는 게 많았을 텐데 아무래도 신인이고 기회가 늘 오는 것도 아니고 회사의 입장도 있으니까. 그래도 작품이 모두 좋아서 놓치고 싶지 않았다.

에서는 모델 역이라고?
이수혁: 굉장히 싸가지 없는 모델이다. 마지막 촬영 장면이 진짜 까칠하게 구는 거였는데 잘 안 되더라. 내가 겉보기엔 되게 그래 보이는데 그런 행동은 거의 안 하기 때문에 사실 좀 부담스러웠다.

“이미지가 좀 더 편안해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수혁 “요즘은 좀 더 사람 같은 캐릭터를 하고 싶다”
이수혁 “요즘은 좀 더 사람 같은 캐릭터를 하고 싶다”
은 어땠나? 신비로운 천재 작곡가라는 설정인데 부담스럽기도 했을 것 같다.
이수혁: 진짜 부담스러웠다. (웃음) 방송이 늦어졌지만 드라마로는 첫 작품이었는데 영화처럼 모니터를 보거나 집중할 시간이 없는 상황이라 그 때는 연기 수업을 좀 받았다. 그런데 혼자 수빈이는 이럴 거라고 생각해버린 게 굳어져서 톤이 잘 안 바뀌더라. 연기 선생님들이나 작가님 앞에서 할 때 어려움이 있었다. 사실 이 제일 아쉽다. 캐릭터가 정말 좋았는데 내가 너무 못 했다. 그것도 랑 같이 찍었는데 많이 아쉽다.

‘다른’ 느낌을 주는 캐릭터를 주로 연기했다. ‘다르다’라는 건 ‘다르게 생겼다’에서도 ‘다르게 행동한다’에서도 비롯될 수 있는데, 아무래도 당신은 전자의 영향이 컸다.
이수혁: 아직은 신인 배우고 갖고 있는 무언가를 많이 못 보여드린 상황인데 생김새도 그렇고 모델 할 때의 이미지가 너무 세서 그런 쪽으로 가는 것 같다. 요즘은 좀 더 사람 같은 캐릭터를 하고 싶다. 일단 옷 잘 입는 역할을 안 하고 싶다. (웃음) 그게 결국은 너무 뻔한 거라서.

실제로 보면 화면에서보다 오히려 일상의 느낌이 있다.
이수혁: 너무 그런 캐릭터들을 맡아서. 어떻게 보면 실제로 나는 그런 애가 아닌데. (웃음) 예전에 좀 사람다운 캐릭터도 한 번 들어왔었다. 평범한 아픔이 있고 잘 살지도 않고 옷을 잘 입는 것도 아니고 계속 트레이닝복 입는. 사실 멋을 부리고 패션을 좋아하는 게 맞지만 그런 모습은 다른 곳에서 다른 때에도 보여줄 수 있는 것 같다. 지금은 그냥 사람 같은 모습이 부각될 수 있는 캐릭터를 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시기인 것 같다.

배우에게 나만이 가질 수 있는 존재감이라는 건 경력으로도 얻을 수 없는 굉장한 무기이지만, 신인에게는 굴레이기도 할 것 같다.
이수혁: 때 박연선 작가님이 그러시더라. 보이는 모습이나 목소리가 엄청난 장점이지만 어려운 부분이 될 수도 있다고. 그 때는 들으면서 ‘네?’ 하고 말았는데 와 를 찍으면서 많이 느낀다. 이 장점을 극대화시키려면 내가 더 많이 연습하고 배워야한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의 무까딜이 흥미롭다.
이수혁: 예전 같으면 회사에서 아무리 권해도 시트콤을 선택하지 못했을 거다. 작품을 몇 편 하면서 생각이 변했다. 하고 싶은 일, 하기 싫은 일, 이런 걸 떠나 지금 해야 하는 일이 있다는 걸 알겠더라. 주위 분들이 연기하는 데 있어 도움이 많이 될 거라고 하셨고 스스로도 이미지가 좀 더 편안해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고.

‘아, 이 사람이 이걸 즐기고 있구나’ 싶은 표정이 보일 때가 있다.
이수혁: 시놉시스나 콘셉트가 좋았다. 사실 뱀파이어는 폼 잡는 게 극대화된 캐릭터이지 않나? 그런데 그걸 풀어서 재미있는 소재로 바꿀 수 있다는 게 신선했다. 같이 하는 친구들과 지내는 것도 좋아서 제일 즐겁게 촬영하고 있다.

시트콤 연기는 순발력과 집중력이 필요하지 않나? 자칫 장면을 흘려보내기 쉬울 텐데.
이수혁: 그래서 정말 준비를 잘 해야 하는 것 같다. 영화는 모니터도 보고 내 입장도 얘기할 수 있고 서로 조율해서 가장 좋은 상황을 만들어내고, 드라마는 드라마대로 틀이 잡혀 있다. 시트콤은 한 번 하면 끝이라 우리끼리 웃는 장면도 너무 많이 나간 것 같다. 시트콤이라 용서되지만 좀 더 자제해야지. 그런데 신동엽, 김수미 선배님이 정말 재미있으시다. 아직 화면에 확 부각되지는 않는데 상황 판단이나 순발력, 재치 이런 게 정말 대단하시다. 그런 호흡은 여기서 말고는 배울 수 없으니까.
이수혁 “요즘은 좀 더 사람 같은 캐릭터를 하고 싶다”
이수혁 “요즘은 좀 더 사람 같은 캐릭터를 하고 싶다”
배우를 오랫동안 꿈꿨는데 무엇이 계기였나?
이수혁: 영화를 정말 좋아한다. 영화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게 뭘까를 생각하다보니 배우라는 꿈을 갖게 되었다. 어렸을 때 아빠랑 비디오가게에 가서 ‘뭐 볼래?’ 이러면 ‘이거, 이거’ 하면서 두세 개 빌려와서 연달아 보고 자곤 했다. 극장에 많이 가거나 한 건 아닌데 그렇게 영화를 고르고 보고 아, 이런 내용이구나 하면서 갖다 주던 경험이 꼬마 때부터 즐거움 중 하나였다. 좀 자라서 영상이나 비주얼에 관심을 가지면서는 어떤 감독을 파고들어서 찍었던 영화들을 순서대로 보기도 했다. 데이빗 핀처, 미셜 공드리, 팀 버튼 이런 감독들. , 같이 멋있고 남자다운 걸 좋아하다가 미셸 공드리 영화 보면서 사랑에 대한 귀엽고 아름다운 표현도 많이 배웠다. 배우로는 조니 뎁이나 애드리언 브로디도 좋아한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는 그냥 브래드 피트가 짱인 것 같다. (웃음)

모든 걸 거쳐 온 남자니까. (웃음)
이수혁: 젊은 시절부터 할 수 있는 것과 해야 하는 것을 하고 난 지금의 브래드 피트가 가진 꾸미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나오는 남자의 매력이 최고인 것 같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의 강미르나 일본드라마 에서 쿠보즈카 요스케가 연기한 타카시처럼 남자답고 강한 느낌과 소년다운 까불거림이 함께 있는 캐릭터를 좋아했다. 그런데 사람들이 내게 원하는 건 윤수나 수빈 같은 느낌이다. 원하는 것이랑 해야 하는 것은 다른 것 같다.

런웨이 위나 카메라 앞에서 느끼는 희열은 살면서 경험할 수 있는 자극의 강도로 보면 상당히 높은 수준의 짜릿함일 것 같다. 배우는 모델보다 더 강한 자극인가, 다른 자극인가?
이수혁: 아예 다른 문제다. 사실 모델은 뭘 모를 때 했고 일을 편하게 했다. 다들 예뻐해 주시고 기회도 많이 주어졌고. 옷을 워낙 좋아하다보니까 정보도 많아서 이럴 때는 이렇게 하면 되겠다는 걸 알았다. 그런데 신인 배우의 입장에서 일을 하는 건 굉장히 긴장된다. 스태프들도 많이 지켜보고 계시고. 잘 하는 거면 그래도 좀 당당하게 하겠는데 아직 어색한 부분도 많고 긴장할 때가 많다. 완전히 다른 자극이다.

배우는 모델보다 대중과 만날 기회가 많고 원치 않는 부분까지 노출되기도 한다.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서 몇 가지의 싫은 일들을 해야 하는 순간이 많아질 텐데.
이수혁: 지금도 하기 싫은 건 티가 팍팍 난다. 대신에 하고 싶은 걸 할 때는 정말 많이 노력하고 생각도 많이 한다. 하지만 아직은 이거다! 싶은 것을 할 입장이 아니니까. 그런 역할을 위해서라도 지금 주어진 것을 열심히 하려고 하는 것 같다. 물론 윤수나 윤평도 하기 싫었니 어쩌니 했지만 정말 싫었다면 안 했겠지. (웃음) (김)영광이 형이랑 술 마시면서 얘기한 적이 있는데 형이 그러더라. 주어진 걸 다 해내는 게 정말 멋있는 거 아니냐고. 맞는 말 같다. 무엇보다 이 일을 하고 있는 것 자체가 행복이기도 하고.

장소 협찬. 쉐라톤 서울 디큐브시티 호텔

글. 김희주 기자 fifteen@
사진. 이진혁 eleven@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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