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밀히 말하자면, ‘Trouble Maker’는 둘이 부르는 솔로곡이다. 혼성 듀엣곡이라면 남녀 파트에 따라 키(key)가 바뀌는 게 당연하지만, 현아와 현승은 같은 키로 노래한다. 그리고 보통의 듀엣곡 노래 가사에 등장하는 여자와 남자는 각자의 입장을 노래로 말한다. 그러나 ‘Trouble Maker’의 화자는 한 명이다. ‘네가 나를 잊지 못하게 자꾸 네 앞에서 또’라는 가사에서 ‘나’는 현아가 될 수도, 현승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결국 ‘Trouble Maker’는 서로가 서로를 유혹하기보다는 무대에서 현아와 현승 중 누가 더 많은 사람을 유혹하는지 대결하는 구도다. 때문에 유닛이 만들어내는 조합보다는 개인의 퍼포먼스가 중요시된다.
[본격! 무대탐구생활] Trouble Maker의 ‘Trouble Maker’
[본격! 무대탐구생활] Trouble Maker의 ‘Trouble Maker’
무대에서 현아와 현승이 ‘Trouble Maker’로 보여주고자 하는 이미지는 합집합보다는 교집합에 가깝다. 그들은 젠더로서 여성과 남성의 전형적인 특징을 버리고, ‘도도한 섹시함’을 강조한다. 현아는 ‘니 맘을 깨물고 도망칠 거야 고양이처럼’에서 고양이가 무언가를 할퀴는 행동을 안무 속에 넣었고, ‘고양이 같이 도도한 여자’의 이미지를 만드는데 성공했다. 한편, 현승은 이 곡에서 남성다운 파워풀한 동작보다는 주로 절제된 웨이브 동작을 선보인다. ‘멈출 수 없어’ 이후 현승은 발끝이나 손끝을 세우거나 정면보다는 사선으로 시선을 두는 안무로 도도한 이미지를 만들었다. 중요한 건, 이 교집합을 통해 곡과 안무로 전달하고자 하는 이미지가 극대화된다는 것이다. 현아는 포미닛과 솔로 활동에서 도발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었는데 이번 무대에선 자신의 움직임과 눈빛으로 파트너를 더 섹시하게 돋보이게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특히 후렴구 ‘Trouble Maker’에서는 현승의 절제된 웨이브와 현아의 유연한 웨이브로 서로의 특징이 살아있는 무대를 만들어낸다.

하여 ‘Trouble Maker’가 유혹적이라면 그들이 유혹하고자 하는 대상이 대중이기 때문이다. ‘이젠 내 마음을 나도 어쩔 수 없어’라는 대목에서 현아와 현승이 등을 지고 서서 동시에 카메라를 응시할 때도, ‘갈수록 더더더’에서 현아가 현승의 양복 깃을 쓰다듬을 때도 시선은 항상 대중을 향해 있다. 결국 현승은 대중에게 노래를 전달하기 위해 현아를 이용하고, 현아도 마찬가지 방법으로 현승을 이용하는 셈이다. 윈-윈, 그리고 시너지. 현아와 현승의 지분이 적절히 들어간 ‘Trouble Maker’는 새로운 듀엣 유닛이 성장하는 과정을 보여줄 수 있을까.

글. 박소정 기자 nine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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