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와 돌이켜보니, 웃을 일이 많았던 한 해였다. 저물어 가는 2011년의 끝에서 우리에게 웃음을 준 예능의 순간들을 정리하는 건, 잊고 있었던 즐거움을 되새기며 한 해를 유쾌하게 마무리하기 위함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웃음 사이 쓴웃음과 헛웃음도 많았다. 오는 2012년에는 순수하게 웃을 일들이 훨씬 더 많아지기를 빌며, 가 함께 기억하고 싶은 웃음의 순간과 아이콘을 뽑아보았다.

2011 텐어워즈│올해의 조물주부터 올해의 해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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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옛날 용왕님은 잔인하게도 본인의 건강 때문에 거북이를 시켜 귀여운 토끼 간을 탐했다. 조금은 양심에 가책을 느꼈을 용왕님께, ‘로봇이라는 설까지 돌았던 인간’이 간은 욕심낼 만큼 좋은 거라고 노래를 불렀다. 어설프게 손을 내밀며 노래 부르는 것도 웃긴데 간이 그려진 슈퍼맨 옷을 입고 온갖 청소를 하는 차두리의 모습은 보기만 해도 즐겁다. “전쟁 같은 출근시간, 길어지는 회의시간, 직장상사 잔소리와 개념 없는 후배들”처럼 가사는 직장인의 피로를 자극하지만 그 모든 스트레스를 단순하게 “피곤한 간 때문”이라며 무한 반복하는 멜로디는 직장인은 물론, 용왕님도 절로 들썩이게 만들지 않았을까. 물론 음원도 만들어주시고 업계 2위가 된 사장님만큼은 아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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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생부터 거대한 폭풍을 몰고 올 것을 예고했다. 김건모와 그의 재도전을 허용해 준 김영희 PD는 ‘신들의 경연’을 그르친 주범으로 지목되며 한바탕 논란을 일으켰다. 반면 박정현과 김범수는 요정과 비주얼 가수라는 애칭을 얻으며 CF계의 블루칩으로, ‘로큰롤 대디’ 임재범은 각종 프로그램의 섭외 1순위 스타로 재탄생했다. 이소라가 보아의 ‘넘버 원’을 파격적으로 편곡해 부르는 모습을 볼 수 있었던 것도 이 무대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경연에서 ‘광탈’(빛의 속도처럼 빠른 시간 안에 탈락)한 김연우와 조규찬의 경우 오랜 팬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내기도 했지만, 결국 ‘예능늦둥이’로 부상하는 기회를 얻었으니 이 또한 ‘나가수’의 업적이다. 매주 발표되는 순위와 각종 이슈들은 다른 연예뉴스들을 간단히 삼켜버렸고, 음원들은 오래도록 차트 상위권에 머물러 있었다. ‘나가수’가 너희를 창조하고, 소멸시키고, 부활시키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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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마주보는 것이 아니라 같은 곳을 바라보는 것이란 말은 이런 경우를 두고 생긴 말인가 보다. 처음 여가부가 가사의 ‘술’이란 단어 때문에 “술에 취해 너를 그리지 않게” “나를 달래며”(SM 더 발라드 ‘내일은…’) 살겠다는 노래를 청소년 유해매체물로 판정할 때는 상상도 못했다. 몇 달 후 여가부가 “그만 마셔야 될 것 같”(비스트 ‘비가 오는 날엔’)다는 데도 청소년의 음주를 걱정해 앨범에 ‘19금 딱지’를 붙여주시고, 방통위가 PD들에게 현아의 ‘버블팝’ 춤이 선정적이라고 친히 고자질했을 때도 혹시나 했다. 하지만 여가부가 쥬얼리의 3년 전 노래 ‘One more time’를 가져와 ‘섹시한 눈빛과 뜨거운 몸짓에 좀 더 다가와’를 지적하고 방통위가 에게 고성을 지른다며 품위 유지를 요구할 때 이들의 관계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젠 셧다운제로 성인까지 게임 못하게 관리하시는 여가부와 개인 SNS 계정도 차단하려는 방통위. 이건, 사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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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유난히 많은 연예인들이 트위터를 통해 활발히 자신의 생각을 알리기 시작했다. 이전에도 연예인들이 앞 다투어 미니홈피에 몰려가던 시절이 있었지만, 보다 즉흥적이고 구독이 편리한 트위터는 단순히 셀카를 올리는 공간이 바뀐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장근석과 이효리는 방송·연예 활동이 아니라 트위터를 통해 자신의 이미지를 바꿔나갔고, 김여진과 김제동은 사회적 이슈에 적극적인 발언을 하다 거친 욕설을 듣거나, 선거법 위반으로 고발당하기도 했다. 전 세계 다운로드 1위에 빛나는 또한 트위터를 통해 빨리 자리 잡을 수 있었다. 이 수많은 사례들은 트위터의 힘을 말하지만, 사실 그 가치를 판단할 수 있는 증거는 아니다. 어떤 사람에게 트위터는 세상을 바꾸는 희망의 파랑새일 수도 있고,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연예인과 팬의 설전 끝에 계정을 삭제한 에릭처럼 폭탄이 싣고 오는 앵그리버드일 수도 있다. 다만 분명한 것은 트위터가 있어서 많은 연예 기자들이 더 많은 기사를 썼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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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도 때도 없이 손 키스와 윙크를 날렸다. “내가 바로 근짱이다!”라는 위풍당당한 외침도 빼놓지 않았다. 그래도 몰랐다. 왜 일본 팬들이 장근석에게 그토록 빠졌는지, 어떻게 일본에서 ‘욘사마’ 이후 ‘근짱’의 시대가 열린 것인지를. 이제야 알았다. 지난 9월 ‘무릎 팍 도사’에 출연해 무반주로 발바닥에 불나도록 셔플댄스를 추고, 이승기 ‘형’과 친해지고 싶다고 애교를 부리며, “지금은 앙드레 가뇽의 곡 제목도 가물가물하다”고 옛 허세를 솔직하게 인정하는 그를 어찌 미워하랴. 그의 재롱에 그저 고개를 끄덕끄덕, 허허실실 방심하다가 묘하게 익숙해져버렸다. 물론, 그렇다고 지금 당장 장근석의 ‘장어’가 되는 것까지는 어렵겠지만. 그나저나 휴대폰 배터리 문제로 중단한 그의 ‘폭풍트윗’은 언제쯤 재개되는 것일까. 은근히 신경 쓰이는 걸 보니, 국민 펫이 아니라 국민 조련사였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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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신의 영역에 도전했다. 삼지창 하나로 물을 용솟음치게 하는 그리스 신화 속 해신, 포세이돈과 비견해 ‘오세이돈’이다. 쏟아져 내린 비를 다시 끊임없이 땅에서 샘솟게 해 물바다를 만들고, 버스가 그 물을 가르고 달리게 하는 기적을 행했다. 한 환경단체는 2005년 641억 원에 달했던 서울시의 수해방지 예산이 2010년 66억 원까지 줄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지만, 시는 하수도 특별회계, 재난관리 기금 등을 다 합하면 2007년 1794억 원에서 2011년 3436억 원으로 증가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한강르네상스 사업에는 약 5500억 원을 퍼부으면서, 빗물이 빠질 하수시설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한 건 엄연한 사실이다. 어쨌든, 서울은 지키지 못했지만 서울을 물의 도시로 만들겠다는 선거 출마 당시의 공약은 지켰다. ‘불치이치(不治而治)하고 무위지치(無爲之治)(일하지 않는 것처럼 조용히 일하고 다스린다)’했다. 비록 지금은 공직에서 물러났으나, 무릇 훌륭한 행정이란 그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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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2시간짜리 거대 광고다. 출연자들은 ‘빈폴’의 옷을 입어야 하고, 깜짝 생일 파티는 ‘뚜레쥬르’에서 해야 한다. 그리고 미션에서 우승을 하면 ‘올리브 영’에서 마음껏 쇼핑할 수 있는 혜택이 주어지는데, 계산은 꼭 ‘KB카드’로 해야 한다. 이 때, 점원은 손에 슬로우 모션이라도 걸어 놓은 듯 단말기에 카드를 천천히 긁어 카드이름을 한 번 더 보여준다. 그러니 지난해 아무로 나미에의 “겟겟겟겟겟겟 와일드” 광고에 이어 올해도 심사위원석에 가지런히 놓인 ‘코카콜라’는 애교로 느껴질 정도. 심지어 깜짝 등장한 박태환은 출연자들을 위해 찌개와 반찬으로 식사를 차리더니, “한국 사람은 밥을 먹어야 한다”며 ‘햇반’을 꺼내드는 것으로 PPL에 화룡정점을 찍는다. 언제까지 PPL의 존재에 대해 있어도 없는 듯이, 알아도 모르는 척 속아줘야 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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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태지와 이지아가 97년 비밀리에 부부가 됐고, 2006년 이혼했다는 뉴스가 정말 김경준을 추방하고 BBK 사건을 종결하는 ‘가카’의 꼼수였는지는 영원히 밝혀지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 뉴스는 충분히 다른 모든 사건을 뒤덮을 정도로 큰 폭탄이었다. 그리고 서태지 외에도 서태지와 아이들 멤버 전원이 품절남 대열에 올라섰다. 양현석은 인터뷰나 YG 홈페이지를 통해 자꾸만 ‘딸바보’임을 인증하고 있고, 이주노는 23살 연하 만삭의 신부를 맞이하게 됐다. 90년대는 96년 모 매체가 터트렸던 서태지 결혼설보다 서태지 사탄설이 더 크게 나라를 뒤집어놓았던 시절이다. 그 시절 청소년기를 보낸 이들에게 이들의 결혼과 이혼, 출산만큼 황망했던 순간들이 또 있을까. 아마 올해는 산타가 아빠였다는 사실을 깨닫고 유년기와 작별을 고한 이후 가장 충격적으로 한 시대와 이별한 해로 기억될 것이다.

글. 황효진 기자 seventeen@
글. 김명현 기자 eighteen@
글. 한여울 기자 sixteen@
글. 박소정 기자 nineteen@
편집. 장경진 th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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