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칼린 “오래간만에 원칙으로 돌아간다”
박칼린 “오래간만에 원칙으로 돌아간다”
“초심으로 돌아가서 정도의 길을 가야한다.”(박명성 신시컴퍼니 대표) 뮤지컬 (AIDA)는 거대한 무대예술과 환상적인 조명, 세 남녀의 국적을 초월한 비극적 사랑으로 작품성과 흥행성을 동시에 거머쥔 작품이다. 하지만 한국초연 5년 만에 부활한 2010 는 전혀 다른 각도에서 주목을 받는다. 바로 원캐스트. 주인공인 아이다를 비롯해 모든 배역에 단 한 명의 배우만이 존재하는 시스템. 더블, 트리플을 넘어 한 배역에 4명까지 선택되는 쿼드러플 캐스팅이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자리 잡고 있는 한국뮤지컬시장에서 신시컴퍼니는 아이러니하게도 “당연한” 선택으로 눈길을 끈다.

물론 한 배역에 다양한 배우가 캐스팅되는 경우, 넓어진 선택의 폭만큼이나 새로운 작품을 만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하지만 “같은 역에 배우가 3~4명씩 되면 각자의 해석이 생기게 마련이고, 그렇게 되면 작품이 원래 가지고 있던 수많은 의미가 날아가게 된다”는 연출가 박칼린의 말은 뮤지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되짚어보게 한다. 무대는 약속의 예술이다. 대다수의 작품이 1~2주면 끝나는 무대셋업기간이 6주나 된다는 것은 그만큼 단 2시간의 공연을 위해 무대 안팎을 통틀어 100여 명이 넘는 사람들의 약속이 합치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는 “작품이 가진 철학과 퀄리티를 동일하게 유지”하기 위해 원캐스팅을 고집했고, 여기서 살아남은 배우들은 “충분한 연습량과 100%의 교감”(옥주현)을 장점으로 꼽으며 작품을 차곡차곡 만들어나가는 중이다.

뚝심의
박칼린 “오래간만에 원칙으로 돌아간다”
박칼린 “오래간만에 원칙으로 돌아간다”
지난 22일 극장 용에서 열린 쇼케이스는 그런 뚝심의 힘을 마음껏 발산하는 자리였다. 의 작곡가 엘튼 존은 다양한 장르를 선택하지만 대중친화적 멜로디로 감정을 고양시키고, “수많은 의미를 담은 춤”은 역동적인 앙상블의 몸짓으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여기에 이집트의 노예가 되는 누비아의 공주 아이다(옥주현)와 이집트 파라오의 딸 암네리스(정선아), 적국의 여인을 사랑한 이집트의 장군 라다메스(김우형)의 비극적 운명과 사랑이 더해지며 보편적 감수성을 갖는다. 5년 만에 다시 아이다가 되는 옥주현은 “다른 공연들을 하다 보니 5년 전의 에 너무 미안해서, 다시 만나면 잘 해주고 싶었다”는 말로 작품에 임하는 소회를 들려준다. “꿈의 배역” 라다메스에 간택된 김우형은 “게으르고 놀고먹기 좋아하는 배우라 남성미 강한 작품을 통해 본의 아니게 건강해지고 있다”며 너스레를 떨고, 열아홉 살 의 미미로 뮤지컬에 입문한 정선아는 “오랜만에 다시 집에 돌아온 느낌”으로 암네리스를 연기한다.

박칼린 연출의 해설로 진행된 이번 쇼케이스에는 총 6곡의 넘버가 소개되었으며, 그 중 라다메스의 사랑과 누비아인들의 리더 사이를 고민하는 아이다의 모습을 그린 ‘Dance of the robe’는 아프리카 타악기 선율과 에너제틱한 안무, 폭발적 성량을 자랑할 수 있는 멜로디라인이 더해진 의 대표 넘버다. 특히 “호흡을 함께해야 하는 무대에서 호흡을 주고받고 나누는 시간이 의미 있게 느껴진다”고 고백한 옥주현은 이 넘버로 뮤지컬배우로서의 존재감을 재확인시켜주기에 충분했다. 3개월, 120회 동안 원캐스트로 진행되는 뮤지컬 가 “배우 스스로 한계치를 확인하고, 대형배우로서의 자질을 갖추는 작업”(박명성)이 될 수 있을까. 증오의 시대에 살던 연인들의 이야기, 는 12월 14일부터 2011년 3월 27일까지 성남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글. 장경진 three@
사진. 이진혁 el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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