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존
1. 취향입니다, 존중해 주시죠?
2. 존중입니다, 취향해 주시죠?

개인적 취향의 자유 보장을 의미하는 ‘취존’은 ‘취향입니다, 존중해 주시죠?’라는 문장의 압축어다. 취미, 관심사, 동경의 대상 등과 관련해 몰이해와 비난을 표출하는 타인의 반응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당사자의 불쾌감을 드러내는 문장이기도 하다. 기본적으로 ‘취향입니다’라는 선언은 ‘취향은 함부로 폄훼되거나 억압될 수 없는 것’이라는 명제를 전제하고 있다. 이러한 성격은 후속 문장에서도 발견되는데, ‘존중해 주시죠?’의 어미는 ‘주세요’, 혹은 ‘주십시오’와 같은 정중한 청원의 형태와 달리 다소 공격적인 명령의 분위기를 풍긴다. 즉, ‘취존’에 내포된 의미는 단지 존중을 보장받는 것에 그치지 않고 타인의 취향을 평가하는 비상식적인 태도에 대한 비난까지도 포함하고 있는 것이다.

취향의 존중에 관한 담론은 지난 1월 tvN 에 일명 ‘오덕 페이트’로 불리는 애니메이션 마니아가 출연하면서 수면위로 떠올랐다. 실제로 공공에 위해를 끼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다수의 비난을 받아온 소수 문화 애호가의 존재가 공적으로 거론되면서 ‘취존’은 공고한 현대 사회의 매너로 자리 잡게 되었다. 그러나 존중을 강요하기 위해서는 취향의 범위에 대한 정의가 필요하며, 나아가 취향의 문제로 침범 당하지 않을 윤리에 대한 논의가 우선시 되어야 한다. 존중이란 그저 공격하지 않고 존재를 인정해 주는 것이 아니라 그 가치를 귀하게 여기는 것을 뜻하므로 쉽게 강요할 수 있는 마음가짐이 아닌 탓이다. 예컨대,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작은 동물을 그리는 취향을 가진 사람의 사소한 행동이 국격을 훼손시키는 것이라면 그의 취향은 존중 받아야 하는 것일까. 혹은, 자신에게 일말의 적개심이라도 보이는 사람은 무조건 윽박질러 겁준 뒤 범죄자로 만들어야 속이 시원한 가학적 취향을 가진 사람의 그것은 존중 받아야 하는 것일까.
예문
* 남들과 달리 나는 누워서 자고 싶다구요! 취향입니다, 존중해 주시죠?
* 아놔, 나는 그렇게 수동적인 취향이 아니라고! 취존 몰라?
* 타고난 성량과 상관없이 흥겨운 아카펠라를 부르고 싶습니다. 취존, 아시죠?

글. 윤희성 n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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