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net <슈퍼스타 K 2>가 시청자들에게 끼친 세 가지 영향. 하나, 노래만 들으면 가사 전달력과 고음에서의 테크닉을 따지도록 한다. 둘, 어린 아이들이 더 이상 윤종신을 우습게 보지 않는다. 그리고 마지막, 무대 연출의 중요성. 존 박은 ‘Man in the mirror’ 도입부에서 거울 앞에 선 것만으로 여성팬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허각은 ‘하늘을 달리다’를 가상의 서재에서 앉은 채 노래를 부르다 관객 앞으로 뛰어나가면서 노래의 역동적인 전개를 무대로 옮겼고, 그가 ‘TOP 2’에 남을 만한 실력자라는 것을 각인시켰다. 단 한 번의 무대가 대중을 흔든다. 가인의 프로듀서 이민수는 “KBS <뮤직뱅크>에서 컴백무대로 배정받은 5분여의 시간동안 모든 것을 쏟아 부었다”고 말했다. 가인은 혼자 ‘진실’을 부른 뒤 곧바로 맨발로 남자 댄서들과 ‘돌이킬 수 없는’을 불렀다. 두 개의 무대를 편집해 만든 극적인 대비는 상처 입은 여자라는 가인의 캐릭터를 부각시켰다. 또한 가인은 댄서들과 군무 대신 서로 다양한 동작을 만들며 전체적인 ‘그림’을 만들었고, 뒤에는 가인과 비슷한 여성들이 배경으로 자리 잡았다. 음악 프로그램 무대가 뮤지컬 같은 배경을 가진 무대가 됐다. 이 무대 후, ‘돌이킬 수 없는’은 탱고를 내세웠음에도 차트를 ‘올킬’했다.

점점 더 크고 화려해지는 가요 프로그램의 무대



오랫동안 가요 프로그램에서는 발라드보다 댄스가, 솔로보다 그룹이 유리했다. 휑한 무대에서 보여줄 게 더 많았기 때문이다. 특히 인터넷을 통해 보다 쉽게 더 많은 영상을 볼 수 있는 시대가 되면서 춤의 중요성은 더욱 커졌다. 그 와중에 카라의 ‘엉덩이 춤’처럼 대중이 따라하게 만드는 이른바 ‘포인트 춤’도 등장했다. 그러나 요즘 어떤 가수들은 무대 연출의 개념을 안무 이상으로 확장한다. YG엔터테인먼트의 가수들이 대표적이다. 태양은 ‘I need a girl’에서 뮤지컬처럼 한 남자와 한 여자의 만남을 표현했다. ‘I`ll be there’에서는 태양을 포함한 모든 댄서들이 군무 대신 각각의 동작을 하며 하나의 미장센을 만들었다.

2NE1은 SBS <인기가요> 컴백무대의 ‘Can`t nobody’에서 흑백 대비가 부각되는 세트로 아예 한 편의 뮤직비디오를 찍었고, ‘Go away’의 댄서들은 춤을 추는 대신 클러버의 모습을 연기하며 이 곡이 어디서 들어야할 곡인지 시각화시켰다. Mnet < M! Countdown >의 ‘박수쳐’는 아예 두 개의 무대를 따로 찍고, 편집으로 하나의 무대처럼 연출했다. 마지막에는 CL이 치켜든 손가락 앞에 ‘2NE’를 붙여 2NE1의 로고를 만들었다. 2NE1에게 가요 프로그램의 무대는 공간보다 시간의 개념이다. 가요 프로그램의 시간을 대여해 그들이 제작한 영상물을 보여준다. 그게 어떤 공간에서 찍는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그들은 더 이상 같은 바닥과 세트에 줄 서서 나와 춤으로 변별력을 갖지 않는다. 미스 A의 ‘Breath’도 마찬가지다. 미스 A 주변에는 화려한 세트가 설치되고, 곡 중반부터 뒤편에 여성 댄서들이 등장해 배경 역할을 한다. 그들 중 일부는 앞으로 나와 미스 A와 여러 상황을 연출한다. 무대 연출이 춤이 아닌 전체적인 그림의 단위로 확대되고, 멤버들과 여성 댄서들의 다채로운 동작을 통해 반복적인 구성의 ‘Breath’는 화려하고 다채로운 느낌으로 변한다.

지금의 가요계가 원하는 가수



가수들만이 아니다. 지난주 SBS <인기가요>는 무대 뒤에 대형 스크린을 설치해 가수마다 다른 분위기의 영상을 보여줬다. 2PM은 세트를 만들어 무대 뒤편은 스크린만 보이게 만들었고, 스크린에서는 2PM 관련 영상이 나왔다. 덕분에 2PM은 컴백무대에서 그들의 뮤직비디오와 최대한 근접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었다. 가수도, 팬도, 방송사도 모두 새로운 볼거리를 만들고, 원한다.

그러나 이 무대는 더 넓어질수록 많은 이들에게는 닫힌 무대가 된다. 군소 기획사나 인디 뮤지션이 2NE1이나 미스 A같은 무대를 보여줄 수는 없다. 강승윤은 <슈퍼스타 K 2>에서 ‘본능적으로’를 불러 가인을 제치고 음원 차트를 ‘올킬’ 했다. 그 무대의 힘은 물론 강승윤이 드디어 가장 어울리는 곡을 만나 그를 아끼는 윤종신의 프로듀싱을 받아 부른데서 나왔다. 하지만 그 전에 강승윤은 <슈퍼스타 K 2>를 통해 몇 번씩 탈락 위기를 겪었고, ‘본능적으로’는 그 스토리의 반전 역할을 담당했다. 두 달여 동안 방송된 강승윤의 드라마가 ‘본능적으로’에서 해피엔딩으로 완결됐다. 실질적으로 <슈퍼스타 K 2>의 무대는 그 쇼 전체다. 그리고 이런 기회를 얻는 가수는 극소수다. 그 외의 가수들은 점점 더 무대에서 승부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변한다. 선택받지 못한 그들은 과거보다 더 음악부터 무대까지 독창적인 스타일과 아이디어를 요구받는다. 어쩌면 가요계는 그들에게 스스로를 통제하고 만들어낼 수 있는 프로듀서가 되길 요구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아니면, <슈퍼스타 K>에 출연하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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