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막 이야기 시작했어요. 조금만 더 하면 안 되나?” 김남주는 인터뷰 시간을 재촉하는 진행요원을 만류했다. 1년 5개월의 기다림 끝에 다시 박지은 작가와 재회해서 으로 돌아 온 김남주의 얼굴에는 자신이 가장 하고 싶었던 일을 해 낸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포만감이 서려 있었다. 지난 11일 논현동 임피리얼 팰리스 호텔에서 열린 제작발표회는 이렇게 기 세고 입담 좋은 여배우들을 중심으로 유쾌한 분위기 속에 진행이 되었다. 개중에서도 압권은 역시 카리스마의 결정체 하유미. “누님들이 너무 배려를 잘 해주셔서 좋습니다. 정말 편하게 연기하고 있는 거 같습니다.” 뻣뻣한 박시후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하유미가 말꼬리를 문다. “어째 대답에 진정성이 없다?” 인터뷰 내용을 타이핑하던 기자들도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 했다. 과연 기 세고 당찬 커리어 우먼들을 전면에 내세운 드라마답다. 김남주를 비롯한 주연배우들이 제작발표회 현장에서 나눈 대화를 정리해서 옮겼다.

“박지은 작가의 대본만큼 공감 되는 작품을 만날 자신이 없었다”
정준호 “김남주의 아줌마 같은 모습을 종종 본다”
정준호 “김남주의 아줌마 같은 모습을 종종 본다”
김남주는 에서 까지 이어지는 유일한 주연이다. 부담이 크겠다.
김남주: 굉장히 부담스럽다. 전작의 기준치가 있으니, 코믹연기가 넘치든 모자라든 보시는 분들의 질타를 피할 길이 없을 거 같았다. 그런데 김승우가 “네가 개그맨도 아니면서 왜 웃기는 것에 대한 부담을 가지냐”고 하더라. 아 그렇지 싶었다. 그래서 그냥 나답게 연기를 해야겠다 마음 먹었다. 전작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주연이니 그만큼 ‘여왕 시리즈’의 톤을 잘 잡아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질타야 보내주시면 겸허하고 감사하게 받아야지.

앞서 언급했듯 유일하게 살아남은 주연인데, 1년이 넘게 작품활동이 없었다.
김남주: 사실 여러 가지 곡절이 좀 있어서 자칫 나도 출연을 못 할 뻔했다. 새로운 작품에 도전하는 게 맞는 건지, 시즌2를 기다렸다가 참여하는 게 맞는건지 고민도 많았고. 하지만 시리즈는 내 것이라는 생각이 있었다. 박지은 작가의 대본만큼 현실적이고 공감이 되는 작품을 만날 자신이 없어서 꾹 참고 기다렸다.

은 김승우가 적극 추천한 걸로 알고 있는데, 도 추천하던가?
김남주: 아니, 내 의견보다 김승우의 의견이 더 궁금한 건가? (웃음) 김승우는 대본도 얼마 안 보고는 고민의 여지없이 “이건 네가 해야 한다”고 하더라. 1회 대본 정도만 훑어 봤으면서. 하긴, 그 사람 대본 참 안 본다. 심지어 자기 대본도 잘 안 보는 사람이라니까. (웃음).

정준호와 김남주는 함께 호흡을 맞춰보니 어떤가?
정준호: 형수님과의 멜로 연기라서 상당히 불편하다. 남의 집 여자랑 연기하기가 이렇게 힘들구나 생각했다. (웃음) 처음엔 그랬는데 좀 지나니 김남주는 신랑이 누군지 착각할 정도로 만족하시는 거 같다. 결혼 생활을 해서 그런지 결혼 후 장면으로 넘어오니까 능숙하게 남자를 가지고 놀더라. (웃음)
김남주: 나를 불편하게 생각하는 게 불편하다. (웃음) 난 정준호가 정말 편하다. 오히려 지금은 김승우를 못 본 지가 오래 돼서 김승우가 더 낯설다. (좌중 폭소) 처음에 정준호가 계약을 망설인단 얘기를 듣고 같이 하면 좋을 텐데 싶었다. 해외에 화보촬영을 다녀왔는데, 돌아오자마자 제일 먼저 정준호의 계약 여부를 물어 봤을 정도였으니까. 이렇게 이야기해야 사이가 좋아 보이지? (좌중 웃음)

하지만 정준호는 주로 코미디에서 돋보였는데, 이런 이미지 고착이 두렵진 않나.
정준호: 아직 개봉은 안 했지만 최근 찍은 영화에서는 파격적인 노출연기로 연기 변신도 시도했다. (웃음) 배우로서 늘 변신에 대한 욕구는 있지만, 개인적으로 욕심나는 작품을 제안 받으면 아무래도 그 쪽으로 욕심이 난다.

그에 반해, 박시후는 그동안 맡아왔던 역할과는 다소 다른 코믹 캐릭터인데.
박시후: 일단 이름부터 용식이 아닌가. (웃음) 극 중에 아버지한테 미국에서 쓰는 이름은 제임스인데 용식이가 뭐냐고 따진다. (폭소) 대본 봤을 때 용식이란 이름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앞으로도 용식이란 이름은 얻기는 어려울 것 같다. 원래 성격이 좀 내성적이고 낯을 가리는 편이지만, 정말 친한 친구들 앞에서는 용식이 같이 동네 이장의 느낌으로 대할 때도 있다. 그런 느낌을 에 살려서 표현하고자 한다.

전작의 윤상현은 노래를 부르며 매력을 발산했다. 박시후는 이번엔 어떤 매력으로 어필하는가?
박시후: 공교롭게도 드라마마다 노출 장면이 꼭 있더라. 이번엔 데뷔 이래 최고 수위의 노출이 있으니 기대 해 달라. 첫 등장부터 하반신 노출이니까. (웃음)

“준수와 정준호, 허풍쟁이의 모습이 닮았다”
정준호 “김남주의 아줌마 같은 모습을 종종 본다”
정준호 “김남주의 아줌마 같은 모습을 종종 본다”
정준호 “김남주의 아줌마 같은 모습을 종종 본다”
정준호 “김남주의 아줌마 같은 모습을 종종 본다”
채정안은 오랜만에 얄미운 여우 백여진 역할로 돌아왔다. 혹시 채정안도 코믹연기를 하게 되나?
채정안: 항상 코믹한 작품을 해보고 싶었다. 그렇지만 여진이란 캐릭터는 기본적으로 차갑고 도회적인 인물이다. 상대하는 사람들마다 표정도 바뀌고. 참 대단한 여자인 거 같아서 연기하기는 재미있다. 욕망과 현실 괴리의 공허함이 큰 캐릭터다. 상황이 이 여자를 악녀로 만드는 거지, 실제로는 악녀가 아니다. 웃기는 캐릭터로 갈 순 없겠지만, 매 장면을 재미있게 만들려고 노력 중이다.

그렇다면 실제 성격도 좀 여우 같은가?
채정안: 실제로는 곰 같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여우 같은 사람들은 부지런하고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미리 계획도 세우는데, 나는 계획을 세우다 잊어 버린다. 목표를 달성하는데 시간이 걸리거나, 심지어는 목표조차 잊는 경우가 많다. (웃음)

일을 하다 보니 모태솔로가 된 한송이 역을 맡았다. 하유미 본인은 일과 결혼에 대해 어찌 생각하나?
하유미: 여기 여기자들도 많이 왔으니 공감하겠지만, 한국이 여자가 가정과 직장에서 똑같이 100점을 받긴 힘든 사회 아닌가. 그래서 골드미스로서의 삶이 옳은 건지, 아니면 가정도 챙기고 일도 성공하는 슈퍼우먼의 길이 옳은 건지 잘 모르겠다. 한송이 상무도 지위만을 쫓았던 모태솔로인 건 맞지만, 그 이전에 여자이고 나이도 지긋해서 인간적인 외로움이 크다. 막상 그 위치에 올라가면 물러서는 게 쉬운 일이 아니고. 가진 걸 포기하려면 굉장한 용기를 내야 하니까. 이 여자는 일로 얻은 성취가 최고의 즐거움이자 행복이라 생각하면서 사는 거 같다.

그러면 한송이는 멜로가 없는 건가?
하유미: 기왕에 모태솔로 캐릭터를 맡았으니 어디 한번 끝까지 가보는 것도 좋겠고, 아니면 신입 사원에게 반해서 그 사람 앞에서 무한히 작아지고 바보 같은 짓도 하는 내용이 들어간다면 그것도 페이소스 있는 역이 될 거 같다. 작가에게 멜로 좀 넣어달라고 말했더니 뭐 정색은 안 하더라. (웃음) 내심 기대 중이다.

서로의 모습에서 극 중 캐릭터와 닮은 모습을 발견한 적이 있나?
김남주: 참 질문 좋다. (웃음) 준수의 허풍스러운 모습은 실제 정준호와 많이 닮았다. 정준호가 무거운 짐을 들어 올리는 장면이 있었다. 컷을 외쳤는데도 굉장히 힘들 텐데 계속 안 내려놓고 다음 테이크까지 기다린다. 괜찮다고는 하는데 하나도 안 괜찮은 게 뻔히 보인다. 그런 허풍쟁이의 모습이 닮았다면 닮은 부분이다.
정준호: 김남주의 아줌마 같은 모습을 종종 본다. 촬영장에서 아무 곳에나 여기저기 편하게 널브러져 있는 모습. (웃음) 그런데 김남주가 계속 자기는 결혼해도 그렇지 않다는 걸 보여주려 조심하는 거 같다.
채정안: 준수의 옛 애인이라서 두 사람의 회상장면이 많다. 나는 닭살 돋는 회상장면을 연기할 때면 손발이 오그라들게 민망하다. (웃음) 그런데 정준호는 연애를 많이 해서 그런 건지 몰라도 리드를 잘 해 주더라. 나도 어떻게 저런 닭살연기를 할 수 있을까 했는데, 내 안에도 그런 게 있더라. (웃음)

요즘 MBC 드라마가 강세는 아니다. 부담되지 않는가?
채정안: 시청률도 우리가 한번 다시 ‘역전’ 시켜야지. 우리에겐 여왕이 있으니까, 다른 드라마들이 여왕님의 발 아래 있지 않겠나. (웃음)
하유미: 김재철 사장이 아까 30% 넘기면 끝나고 여행 보내 준다고 하더라. 33.9% 정도는 나오면 좋겠다. (웃음)

사진제공. MBC

글. 이승한 four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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