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지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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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게게 열풍’이다. 2010년 3월 29일 시작한 NHK 86번째 시리즈 가 18%가 넘는 높은 평균 시청률을 기록하며 화제를 낳고 있다. 첫 방송이 시작할 무렵엔 미지근한 반응이었지만 8월 이후 시청률이 급상승했고, 최근엔 트위터 일본판의 주목 키워드로도 떠올랐다. 드라마의 무대가 된 도쿄도 초후시는 인기 피크닉 장소로 주목받았고, 드라마의 원작인 에세이 는 서점에서 다시 베스트셀러 순위에 진입했다. 9월 25일 방영된 마지막 회는 22% 넘는 시청률을 기록했다.

는 실사 영화로도 만들어져 국내에서도 인기가 높은 요괴 만화 의 작가 시미즈 시게루의 전기에 가깝다. 원작으로 삼은 시미즈 시게루의 아내 무라 누노에의 에세이는 태평양 전쟁 이후 무라 본인의 어린 시절부터 시미즈 시게루와의 결혼생활, 그리고 시미즈의 만화가 완성되기까지의 험난한 고생담을 담고 있다. 아내의 시선으로 그린 걸작 요괴 만화의 출생담이라 할 수 있다. 만화 잡지가 나오기 전 대여점을 기반으로 한 ‘대여 만화’의 세계, 와 , 등 시미즈 시게루 명작의 뒷얘기가 상세히 그려진다.

보이지 않지만 있는 것들의 힘
보이지 않지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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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인기는 최근 부진을 면하지 못하고 있던 NHK 에도 활기를 줬다. 이전 방영된 , 가 10% 초반의 시청률을 맴돌며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는 8월 이후 꾸준히 20%가 넘는 시청률을 유지했고, 관동지방에 태풍이 왔던 9월 7일에는 24.8%의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주연을 맡은 무카이 오사무, 마츠시타 나오의 주가도 높아져 피아니스트로도 활동하고 있는 주연배우 마츠시타 나오의 새 앨범 발매 이벤트에는 5천 명이 넘는 사람이 행사장을 찾았고, 상대 배우 무카이 오사무는 영화 < BECK >, 에 이어 최근 만화 의 주인공으로도 발탁됐다.

의 인기는 15분의 아침 드라마로는 좀처럼 보기 힘든 내용과 구성에도 있다. 험난한 결혼생활을 그리되 적당히 미화하는 보통의 아침 드라마와 달리 는 역사적인 사실을 삽화로 넣으며 전쟁 후의 비참했던 실상을 고스란히 전한다. 여주인공 후미에 할머니의 내레이션으로 진행되는 방식은 친절하지만 풍성한 입체감도 준다. 이미 세상을 떠난 할머니의 목소리는 가난한 삶을 사는 후미에가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또 다른 세계다. 그리고 무엇보다 극 전반을 감싸고 있는 요괴의 세계는 를 비범한 아침 드라마로 만든다. 거듭해서 등장하는 “보이지 않지만 있다”라는 대사는 단순히 요괴를 칭하기도 하지만, 보이지 않는 희망, 오지 않을 것 같은 미래, 그리고 모든 자연과 사물에 숨어있는 신의 공간을 가리키기도 한다. 는 가난을 이겨내는 힘을 단순한 긍정이 아닌 넓은 세상의 품에서 찾는 드라마다. 일견 평범하고 소박해 보이지만 비범한 드라마. 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신비한 매력이 있다.

글. 도쿄=정재혁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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