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제작발표회에서 배우들에게 쏟아지는 질문 중 대부분은 정치라는 소재에 어떻게 접근했는가에 대한 내용이었다. 과 같은 ‘공화국’ 시리즈를 제외하면 이렇게 본격적으로 대통령직을 다룬 정치 드라마가 드문 탓에 질문의 초점이 한 쪽으로 몰린 것도 일견 당연해 보였다. MBC 에 이어 또 다시 권력을 손에 쥔 여인을 연기하는 고현정과, 실제 정계진출 제의를 받은 적이 있는 차인표는 민감할 수도 있는 질문도 능수능란하게 대답했다. 이 그릴 정치가들의 모습이 더욱 기대가 되는 건 아마 그 때문일 것이다. 29일 잠실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작발표회 현장에서 배우들과 나눈 대화를 공개한다.

“정치인은 섬기는 자라고 생각한다”
고현정 “시청자들을 대신 해 속을 확 풀어 주고 싶다”
고현정 “시청자들을 대신 해 속을 확 풀어 주고 싶다”
에서 그리도 원하던 권좌를 이번에 드디어 차지했다. 서혜림과 미실과의 차이점은?
고현정: 기본적인 건 비슷하지만, 서혜림은 원래부터 정치에 뜻이 있었거나 대통령이 되겠다는 야심을 가진 인물은 아니다. 평범하던 내 이웃이 어느 날 대통령이 되었다고 보면 될 거 같다.

혹시 연기 스타일이 미실과 비슷해지는 거 아닌가?
고현정: 혹시 또 눈썹을 올리게 되는 건 아닌가 걱정도 된다. (웃음) 어떤 연기패턴을 미리 만들어 놓고 들어가는 스타일은 아니어서 그냥 매 순간 그 인물의 상태에 충실하려 노력한다.

물론 은 픽션이지만, 보는 사람들은 틀림없이 현실 정치 속의 인물과 현실 정치 상황을 드라마와 연결시킬 것이다. 부담스럽지 않나?
고현정: 대사들을 보면 너무나 직접적으로, 무서운 것 없이 말을 토해낸다. 현실 정치에서는 그럴 수 없겠지. 드라마를 매개로 시청자들이 하고 싶던 말들을 대신 해드리며 속을 확 좀 풀어 드렸으면 한다. 그래서 연기를 할 때도 스스로가 사심이 없어야 할 것 같아 마음을 비우려고 한다. 내가 정말 이 상황이라면 어떻게 이야기할까를 60% 정도의 비중으로 잡고 연기한다.

차인표는 실제로 정치권에서 여러 차례 러브 콜을 받지 않았나. 정치인을 연기하는 기분이 남다를 거 같다.
차인표: 예전에 지역구나 비례대표 제의를 몇 차례 받은 적 있는데, 매번 고사했다. 정치인은 섬기는 자라고 생각한다. 나는 아직 그렇게 국민들을 사랑하며 섬길 준비가 되어 있는 것 같진 않다. 국회의원이든 대통령이든 국민들이 권력을 모아서 당선시켜 주는 것은 정말 국민을 잘 섬겨 달라는 의미라 생각한다. 아마 에서 서혜림 대통령이 어떤 모습을 보이는지 보시면 섬기는 자의 모습이란 어떤 것인지 알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연기가 쉽다고 생각하는 순간이 가장 위험하다”
고현정 “시청자들을 대신 해 속을 확 풀어 주고 싶다”
고현정 “시청자들을 대신 해 속을 확 풀어 주고 싶다”
연기와 정치는 비슷한 부분이 있는 것 같다. 사람의 마음을 사야 하는 건 마찬가지니까 말이다. 그런 점에서 정치가를 연기하는 게 조금은 쉽지 않았을까?
고현정: 비슷할 수도 있겠다. 그런데 쉽다고 생각하는 순간 긴장을 덜 하게 되면서 배냇짓 같은 게 나올 수 있다. 내가 아는 게 다인 줄 아는 행동들. 그런 게 연기에 섞여 나오는 순간이 가장 위험하다. 지금껏 단 한 번도 어떤 역할을 하면서 잘 아는 소재라고 해서 쉽게 연기한 적은 없다. 잘 아는 상황이라면 10개 표현할 수 있던 걸 14개, 15개로 더 많이 표현해보려고 노력하겠지. 24부는 짧지 않은 여정이니까, 혹시라도 내 연기에서 그런 배냇짓이 보이면 여러분들이 먼저 말씀해 달라.

권상우는 이번 작품을 하면서 정지훈과 시청률 대결을 하게 되었다. 신경이 쓰이나?
권상우: 긴장이 되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쟁쟁한 선배님들과 동료들과 함께 하고 있기 때문에 마음은 편하다. 스토리도 탄탄하고. 오종록 감독님이 훌륭한 연출자이시니까. 꼼꼼히 매 장면을 짚어주시는 것 볼 때마다 안심이 된다.

하도야는 검사 캐릭터다.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고 표현했나?
권상우: 사실 검사라는 직업에 대해 잘 알지 못 한다. 모르는 걸 아는 척 하면서 연기할 수도 없고. 하도야라는 인물은 검사라는 점이 본질인 캐릭터는 아니다. 결국 서혜림을 대통령을 만들어 가는 캐릭터이니까. 자기가 정한 정의에 대해서는 굽히지 않는 괴짜 같은 모습들이 여러분들께 재미를 드릴 수 있을 거 같다.

“자연스러운 모습, 그게 서혜림”
고현정 “시청자들을 대신 해 속을 확 풀어 주고 싶다”
고현정 “시청자들을 대신 해 속을 확 풀어 주고 싶다”
드라마를 준비하면서 전, 현직 대통령이나 정치인 중 모델로 삼은 사람이 있나?
차인표: 실제 국회의원들이 대정부 질문, 청문회 때는 어떻게 하나 궁금해서 인터넷으로 故 노무현 대통령의 명연설 영상들을 봤다. 그런데 강태산과는 잘 안 맞는 것 같았다. 고민하던 차에 촬영 들어가기 직전 국무총리를 비롯한 주요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일주일 정도 있었다. 마침 촬영도 없고. 여러 국회위원들이 나와서 여러 모습을 보여주시는 데 산 교육이 되었다. (좌중 폭소)
고현정: 모델로 삼은 사람은 딱히 없는 거 같다. 어느 나라더라, 여자 총리가 대정부 질문 받다가 못 참고 웃음을 터뜨리는 동영상을 본 적이 있다. 그런 모습이 서혜림의 모습인 것 같았다. 그런 자연스러운 모습을 표현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고현정은 청순하고 연약한 이미지에서 연예계 복귀 후 여장부 이미지로 굳어진 것 같다. 예전에 했던 역할 같은 것 해보고 싶은 생각 없나?
고현정: 그냥 자연스러운 거 아닌가? 내가 지금 마흔인데, 내 안에 연약한 면이 없는 것도 아니지만 그런 건 젊은 날에 실컷 했다. 언제까지 ‘나 아무것도 몰라요’ 이럴 순 없는 거다. 일을 하면서 만나는 사람들과 시간 낭비 하지 말고 효과적으로 일을 하자고 생각했다. 그러다 보니 본의 아니게 여장부 캐릭터가 되는 거 같은데.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건 아니지만 나도 여성스러울 땐 여성스럽다. 그저 일을 해야 할 때와 평상시를 명확하게 구분을 지으려는 거지.

권상우는 불미스러운 사건도 있어서 마인드 컨트롤이 쉽지 않았을 텐데?
권상우: 사실 가장 괴로운 것도 나였고, 현장에서도 자신감이 많이 떨어져 있던 건 사실이다. 연기자로서 작품을 통해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는 게 첫 번째인 거 같다. 현장에서 누구를 마주쳐도 다 미안하고, 혹시나 작품에 누가 될까 걱정을 많이 했다. 하지만 현장의 선배님들도 마주칠 때마다 기운 낼 수 있도록 도와주신다. 촬영을 계속 하면서 자신감을 많이 얻고 있다. 최대한 좋은 연기로 마음을 보여드리는 수밖에 없다 생각한다. 열심히 할 테니 너그럽게 지켜봐 달라.

사진제공. SBS

글. 이승한 fourteen@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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