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희 “아직도 백마 탄 왕자를 꿈꾸기도 해요”
김태희 “아직도 백마 탄 왕자를 꿈꾸기도 해요”
김태희를 아십니까? 그래요, 모를 리가 없지 않겠습니까? MBC 라는 시트콤 제목의 첫 순서를 차지하던 이름. 예쁘고 똑똑한 여자의 국가적 대명사가 되어 버린 바로 그, 김태희 말입니다. 타고난 미모에 서울대 출신이란 프리미엄까지 더해지면서 김태희는 아침 등굣길과 저녁 밥상머리에 늘 등장하는 ‘엄마 친구 딸’처럼 실재하지 않는 완전체의 이름이었습니다. 누군가에겐 한없는 동경의 존재이기도, 무조건적 숭배의 여신이기도 했습니다. 동시에 예쁘지만 매력이 없노라고, 똑똑하지만 연기는 못한다고, 동정 없는 가혹한 평가가 쉬이 그리고 공개적으로 내려진 사람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웬걸요. 정작 맞은편에 앉아 1시간 가까이 이야기를 이어가는 이 아가씨는 건넛마을 미지의 ‘엄친딸’이 아니라 솔직담백한 이웃집 소녀에 가깝습니다. 속보이게 겸손을 떨지도, 근거 없는 자신감을 내세우지도 않는 단순명료한 성격과 인정 할 건 인정하고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하는 직선적인 말투, 김태희는 상상과 전설 속에서만 존재하는 뿔 달린 유니콘이 아니라, 이제 막 박차를 달고 마력을 높여가는 현실 속 한 마리 건강한 종마였습니다. 이 대화는 그간 잘 알지도 못하면서 안 다고 말하던 여자에게 다가가는 겨우 첫 걸음의 기록입니다. 아니, 갑옷처럼 둘러진 오해와 선입견의 앞섶을 하나씩 풀어가는 기분 좋은 탈의식이도 합니다.

100: 개봉을 앞둔 영화 에서는 기수 역할을 맡으셨어요. 스포츠 드라마와 김태희라니, 평소 이미지가 그다지 역동적이지는 아니라서 그런지 처음에 바로 매치가 되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김태희: 저도 솔직히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는 느낌이 확 온건 아니었구요. (웃음) 같이 하면서 양윤호 감독과 신뢰가 쌓였고 감독님이 제안하셔서 별로 길게 고민 안하고 선택했던 것 같아요.

“예전보다 훨씬 마음을 열게 됐어요”
김태희 “아직도 백마 탄 왕자를 꿈꾸기도 해요”
김태희 “아직도 백마 탄 왕자를 꿈꾸기도 해요”
100: 원래 결정이 빠른 편인가 봐요.
김태희: 아니요. 그 전에는 뭐 하나 결정할 때 진짜 심사숙고하고, 길게 고민하는 편이었어요. 여기저기 묻고 매니저들의 의견들도 종합하고. 그런데 이제는 안 그러고 싶어요. 좀 편하게 유연하게 여러 가지 작품을 빨리 도전하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도 꽤 빨리 결정을 내렸던 케이스고. 원래 스릴러, 액션보다는 잔잔한 멜로나 로맨틱코미디, 휴먼감동 스토리를 좋아하는 편이예요. 삶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고 의외로 유쾌하게 볼 수 있는 영화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100: 본인이 ‘유쾌함’을 맡는 건가요? (웃음)
김태희: 하하, 아뇨. 코미디 연기로 관객들을 유쾌하게 만들어줘야겠다, 하는 욕심까지는 못 부리죠. 코미디연기는 아직 자신이 없기도 하지만, 솔직히 ‘유머감각’이란 것이 제 성격 안에 있는 것도 아니거든요. 그런데 양동근 선배와의 관계 속에서 독특하고 새로운 멜로가 생길 것 같은 막연한 느낌이 있었고 그게 관객들이 유쾌하게 웃을 수 있는 포인트를 줄 수 있을 것 같았어요.

100: 기수라는 것이 홀로 질주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말과의 호흡 없이는 좋은 결과를 내놓기 불가능하잖아요. 어쩌면 김태희란 사람의 인생에서 겪게 되었던 과정도 이것과 비슷했지 않을까 짐작해봅니다. 뭐든지 잘한다는 소리만 듣던 사람이 내가 아닌 타자의 호흡까지 신경 써야만 하는,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연기라는 세계에 발을 들여 놓은 후에 겪었을 과정이 마치 말 타기 같다는 생각이요.
김태희: 그러네요. 비슷한 부분이 있네요. 그런데 전 혼자서도 잘 못했어요. (웃음) 돌이켜보면 주변 사람의 도움을 많이 받고 살아온 편이고 오히려 저만 잘하면 되는 상황이 많았죠. 그래도 비교적 혼자 하는 일이 더 쉽다고 느끼긴 했던 것 같아요. ‘마칠기삼’(馬七騎三)이란 말이 있어요. 말이 70%이고 기수가 30%이라는 건데, 기수가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다고 해도 말이 따라와 주지 않으면 좋은 성적을 내기 힘들거든요. 기수 역시 말이 힘껏 자기 역량을 다해서 달릴 수 있게 그 호흡을 맞춰줘야 하는 거죠. 연기도 마찬가지인 것 같더라고요. 나 혼자만 잘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 상대방과의 호흡이 잘 맞아 떨어져야만 좋은 결과가 나오니까요. 지금은 같이 하는 즐거움을 조금 더 알게 된 것 같고 그 과정을 좀 더 즐길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예전보다 훨씬 마음을 열게 되기도 했구요.

100: 가 전환점이 되었던 걸까요?
김태희: 네, 그랬던 것 같아요. 그 전부터 사실 머리로는 함께 호흡하는 것의 중요성을 다 알고는 있었지만 머리로 안다고 해서 그게 몸으로 되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하면서 많이 깨지고 바뀌었죠.

“확신이나 납득이 없는 상태에서는 연기가 안 돼요”
김태희 “아직도 백마 탄 왕자를 꿈꾸기도 해요”
김태희 “아직도 백마 탄 왕자를 꿈꾸기도 해요”
100: 의 캐스팅을 보면서 상당히 흥미롭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양동근이란 배우의 연기는 ‘지도’가 없잖아요. 정처 없이 떠도는 가운데 접어든 길에서 근사한 풍경을 보여주기도 하는. 그런데 반대로 김태희라는 배우는 자기 안에 로직을 만든 다음에야 몸을 움직이는 스타일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전혀 다른 사람들이 만들어 낼 화학작용이 꽤 궁금하더라고요.
김태희: 이번 작업 함께 하면서 제가 배운 게 많죠. 많이 다르기도 하고요. 양동근 선배님은 무슨 이야기든 되게 철학적으로 하는 편이거든요. 예를 들어 “태희야, 여기 이렇게 보이는 물체가 이렇게 있어. 근데 니가 이걸 이거다, 라고 연기하면 안 되는 거야…”식으로 말씀을 하신단 말이죠. 음… 대충은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지만…. (웃음)

100: 그런 말을 들으면, 아 그렇게 생각하시는 군요, 하고 그냥 넘어가는 편인가요?
김태희: 아뇨, 저는 꼬치꼬치 더 파헤쳐서 캐물어요. (웃음) 그게 어떤 뜻이냐고, 선배님 하시는 말씀을 어렴풋이는 알겠는데 확실히는 모르겠다고. 100% 알아야지 안다고 하는 스타일이거든요.

100: 그렇게 물으면 결국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해 주던가요?
김태희: 아뇨 (웃음) 끝내 설명은 안 해주세요. 어쩌면 설명으로는 안 되는 이야기일수도 있잖아요. (웃음)

100: 스스로 확신하기 전까지는 안다고 생각하지 않는 성격이라고 해도 보통 촬영이라는 것이 그 완전한 이해의 순간까지 기다려 줄 수 있는 환경이 아니잖아요.
김태희: 그렇죠. 양동근 선배님은 이해가 안 되더라도 그냥 한번 해봐라, 하시거든요. 그런데 내가 왜 이런 행동을 하고 왜 내가 이런 말을 하는지 확신이 서거나 납득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여전히 그게 잘 안되긴 해요.

100: 그냥 스스로를 카메라 앞에 확 던져 버려보시는 건 어때요?
김태희: 가끔은 그렇게 하는 게 해볼 때도 있는데 쉽지는 않아요. 처음 연기를 시작하고 힘들었던 것 중 하나가 이거예요. 분명히 나는 이런 감정을 안에서 가지고 그걸 그대로 표현한 것 같은데 밖에서 보는 사람들은 다르게 받아들일 때도 있더라고요. 진정으로 느껴도 보는 사람들에게 진정으로 전달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계산을 차마 못 한 거죠.

100: 이제 그런 계산이 좀 되는 편인가요?
김태희: 아직 멀었죠 뭐. (웃음) 저는 연기에 있어서 진정성을 중요시 한다고 이야기 하는 편이고, 양동근 선배님은 “연기는 쇼”라고 말하는 사람이구요. 둘 다 필요 한 것 같아요. 제가 여전히 부족한 부분은 쇼인 것 같구요.

100: 말하자면 그런 쇼, 혹은 유연성의 부재가, 연기력에 평가로 이어지기도 하잖아요.
김태희: 네… 그렇죠… 앞으로 계속 키워나가야죠.

“연기는 완벽하지 못하기 때문에 더 갈증이 생겨요”
김태희 “아직도 백마 탄 왕자를 꿈꾸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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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영화 보러 극장은 자주 가나요?
김태희: 예, 대학 친구들이랑 워낙 친해서 그냥 모자 쓰고 극장에 자주 가요. 관객입장으로는 로맨틱 코미디가 좋더라고요. 특히 !

100: 은 여배우들에게는 좀 더 특별한 영화일 텐데 어때요? 그런 상황이 본인에게 일어난다면 어떨까요?
김태희: 나에게 만약 이런 사랑이 찾아온다면 줄리아 로버츠처럼 용감할 수 있을지 궁금하기도 한데… 음, 아무래도 사랑에 빠져서 눈이 먼다면 충분히 그런 용기가 나올 수도 있을 것도 같아요.

100: 돌이켜 봤을 때 아, 내가 그 때 눈이 멀었구나, 라고 생각한 적이 있어요?
김태희: 많죠! 저는 항상 그랬던 것 같아요. (웃음) 그리고 그 순간을 이후에 후회한다거나, 내가 눈이 멀었지, 왜 그랬지, 생각하지는 않아요. 그 순간의 감정에 충실한 게 좋은 것 같아요. 그게 잘한 선택이건 아니건 그 순간이 가장 나다운 모습인거니까요. 사랑을 해도 올인 하는 스타일이기도 하구요. 홍보 때문에 일본에 갔을 때 극 중 최승희와 비슷한 점이 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어요. 정말 사랑하는 남자를 위해, 남들이 다 죽었다고 해도 살아있을 것 같은 직감 하나만 믿고 무모하리만큼 용감한 행동을 하는 부분, 그 부분이 정말 저랑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충분히 이해가 될 만큼.

100: 마냥 예쁜 대학생 같아 보이던 사람인데 벌써 우리나라 나이로 서른하나를 맞이했습니다. 요맘때가 보통의 또래들은 자기가 선택한 첫 직업을 계속 할 것 인가 아닌가에 대한 고민을 가장 치열하고 적극적으로 하는 나이잖아요. 어때요?
김태희: 솔직히 처음에 연기를 시작할 때 이걸 평생 하겠다는 확신은 없었어요. 하다보니까 점점 재밌는 순간도 많이 생기고 더 해보고 싶고, 완벽하지 못하기 때문에 더 갈증이 생기고 욕심이 생기고요.
김태희 “아직도 백마 탄 왕자를 꿈꾸기도 해요”
김태희 “아직도 백마 탄 왕자를 꿈꾸기도 해요”
100: 에서 승부만을 쫓던 여자가 말과 함께 하는 즐거움으로 발견하기 위해서 처음에 사랑하는 말을 잃는 시련을 겪잖아요. 결국은 귀한 것을 얻기 위한 과정엔 공짜가 없는 것 같아요. 연기를 시작하고 이제 그 즐거움을 어렴풋이 느끼게 되기까지 잃은 게 있다면 무엇일까요?
김태희: 잃은 게 결국은 얻은 게 되겠죠. 덜 상처받고, 좀 더 수월하게, 그냥 평탄하게 살아왔다면 지금 이만큼 더 많은 것을 알 수도 없었을 거고 더 단단해지지도 않았을 것 같아요. 잃은 거라면…. 프라이버시? (웃음)

100: 풍성한 인생이 되기도 했지만 그만큼 고달픈 인생이 된 것도 사실이잖아요.
김태희: 후회는 잘 안하는 편이예요. 다시 과거로 되돌아간다고 해도 이 길을 선택할 것 같아요, 운명이랄까. 항상. 지금 이까지 온 이 순간이 되게 좋고. 내가 과거에 이렇게 할 걸 하는 후회나 과거가 그때가 너무 좋았어 추억하는 일도 좀처럼 없어요. 다 잊어버리는 스타일이라서 기억력이 좋지도 않고.

100: 대신 미래에 대한 기대는 많아요?
김태희: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는 건 아닌데 막연하게 내가 어떻게 하면 지금보다 더 행복해 질까하는 꿈은 꾸는 편이예요.

“뭐 하나 파는 거에 소질이 있는 거 같아요”
김태희 “아직도 백마 탄 왕자를 꿈꾸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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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연기하면서 행복하구나 느끼는 순간이 자주 찾아오는 편인가요?
김태희: 항상 그렇지는 않아요. 연기를 하면서 어려움에 닥치고 그걸 극복하는 순간 희열을 느끼는 거죠. 그 순간 매번 오는 것도 아니고, 매번 오지 않기 때문에 더욱 소중한 거라고 생각해요. 연기를 한다는 게 상당히 매력적인 일이란 걸 새삼 많이 느껴요. 영화를 보면서 많은 것을 얻는 데, 그런 작업에 나도 동참을 할 수 있다는 것이 가치 있는 일인 것 같고,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도 주고, 팬의 희망도 되고, 무엇보다 누군가에게 힘을 줄 수 있다는 것이 매력적인 것 같아요.

100: 팬들에게 기쁨을 주고 영화로 희망이나 메시지를 주는 것 외에 배우를 하는 가장 이기적인 즐거움은 뭘까요?
김태희: 원한다면 자유 시간을 마음껏 가질 수 있다는 거? 다른 직장인들이라면 휴가 내야하고 일 년에 쉬는 날이 정해져 있잖아요. 일하는 시기와 개인적으로 다른데 투자하고 싶은 시간을 계획하고 만들어 나갈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다른 직업과는 다른 메리트랄까?

100: 시스템 안에서 맞춰 사는 게 편한 스타일은 아닌가 봐요?
김태희: 매일 출근해야하는 직장이었으면 아마 힘들어서 못 다녔을 것 같아요. 매일 지각하고 (웃음). 반복적인 일들을 잘 못하고 엄청 지겹고 답답해하는 편이라 서요.

100: 하지만 보통 김태희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오히려 정해진 일을 빈틈없이 잘 해낼 것 같은 느낌이란 말이죠.
김태희: 학교 다닐 때도 만날 지각했어요. (웃음) 다만 그 때는 대학을 가야한다는 한 가지 목표를 향해 앞 뒤 안돌아보고 돌진하던 시기였기 때문에 본성에도 불구하고 그러려니 하고 참은 거죠.

100: 경주마처럼 뭔가 집중하면 옆을 안보는 편이시군요.
김태희: 네! 그런 거에 소질이 있는 것 같아요. (웃음) 뭐 하나 파는 거.

100: 는 비교적 안전한 가족영화이고 사실 김태희에게 큰 도전이라는 느낌은 안 드는 게 사실이에요.
김태희: 그래요? 일반적으로 어려운 캐릭터나 장르가 아니니까 충분히 그렇게 볼 수도 있겠지만 저한테는 이게 나름 도전이었어요. 어쨌든 지금까지 작품을 보면 남자배우 비중이 더 크거나, 어떻게 보면 안전하고 좀 덜 책임지는 역할을 많이 해왔다면 는 달라요. 오히려 양동근 선배님이 치고 빠질 수 있는 역할이죠, 저는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 나오는데 그다지 임팩트 있는 신은 없다는 점에서는 새로운 도전이었어요. (웃음) 사람들이 이 모습을 보고도 김태희를 매력적으로 볼 수 있다면 저는 너무 다행일 것 같아요.

“어쨌든 전 멈춰있는 건 아니고 달리고 있는 중이에요”
김태희 “아직도 백마 탄 왕자를 꿈꾸기도 해요”
김태희 “아직도 백마 탄 왕자를 꿈꾸기도 해요”
100: 좀 다른 장르에 대한 호기심은 없어요?
김태희: 사람들이 유치하다고 하는 것도 저는 되게 재밌게 보는 편이거든요. (웃음) 유치한 거 좋아하고 소녀적인 감성에 낭만적인 상상 같은 거 많이 해요. 현실감각 없이 백마 탄 왕자를 꿈꾸기도 하고요. 처럼요! 완전 몰입해서 보죠. 그래서 선택한 게 다음 드라마 예요. 10월부터 촬영할 계획이고 내년 1월에 쯤 방영될 예정인데 대본만 봤을 때는 원래 이미지나 성격과 동 떨어 있어서 과연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의심이 들기는 했어요. 어릴 때부터 진지한 편이었고, 평소에 말이 많지도 않고, 오히려 터프하고 몸 움직이는 것을 좋아하는 스타일인데 의 역할은 말도 많고 재치도 있고 발랄하고 천방지축이거든요. 그런데 이게 변신을 위한 변신이라는 생각이 들지는 않아요. 저한테도 어느 정도 그런 성격이 있긴 하니까 그걸 최대치로 끌어올려 보려구요.

100: 우문일 수 있지만, 과연 연기란 게, 뭘까요? 그게 뭐기에 이렇게 열심히 하고 싶은 걸까요?
김태희: 연기란… 아 어려운 질문이네요. 음… 저에게는 말 이예요. 여전히 흥미롭고 잘하고 싶은 존재인 것 같아요. 요즘은 더욱 이것저것 많이 해보고 싶어요. 아직은 그걸 마스터 하지는 못했지만.

100: 이 일에서 언젠가 그 ‘마스터’의 날이 올까요?
김태희: 이병헌 선배님이 그러시더라고요. 아마 김혜자 선생님도 자신의 연기에는 스스로 만족을 못하실 거라고. 글쎄요, 본인 스스로 그걸 마스터 했다, 라고 생각하는 배우가 과연 있을까요? 어떤 훌륭한 배우가 어떤 역할은 정말 잘해낼 수 있지만 또 다른 어떤 역할은 다른 것만큼 못 할 수 있는 것도 있잖아요. 그래서 아무리 열심히 한다고 해도 감히 연기를 마스터했다고 느끼는 순간이란 것이 결코 안 오겠죠. 그냥 저에게 지금 중요한 건 계속 공부해 나가는 것뿐인 것 같아요. 어쨌든 멈춰있는 건 아니고 달리고 있는 중이니까요.

글, 사진. 백은하 one@
편집. 장경진 three@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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