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명석의 100퍼센트] ‘남자의 자격’에 찾아온 인생의 터닝포인트
[강명석의 100퍼센트] ‘남자의 자격’에 찾아온 인생의 터닝포인트
MBC 은 (독한) 천재의 예능이다. 그들은 ‘7’로 그들의 발명품인 ‘어드벤처 예능’에 일반인들과 함께하는 퀴즈쇼를 더하며 자체 진화중이다. KBS 의 ‘1박 2일’은 (눈치 빠른) 뚝심의 예능이다. 위기설이 피어나오는 순간 CP는 최고 시청률의 프로그램을 ‘고인물’이라 했고, PD는 출연자들에게 카메라 한 대씩 주고 알아서 내용을 만들라고 했으며, 메인 MC는 동료들에게 프로그램에 집중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리고, 의 ‘남자의 자격’은, 박칼린 감독의 입을 통해 “내 목표는 우리가 최선을 다해 도달하는 만큼 해내고 싶은 것”이라 말했다.

영화 에서 남자는 아버지에게 “그걸 지으면, 그들이 올 것이다”라는 예언을 듣는다. ‘남자의 자격’의 남자들은 합창단을 만들었고, 그러자 그들이 왔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드물게 ‘하모니’는 주요 출연자들에게 스포트라이트를 주지 않았다. 합창단을 이끈 건 박칼린 감독이었고, 이경규도 많은 말을 하지 않았다. 에피소드 사이에는 원래 멤버들의 소감 대신 단원들 각자의 삶이 등장한다. ‘하모니’는 합창단을 예능에 맞추는 대신 합창단의 성장과정을 따라가며 모두를 주인공으로 만들었다. 선우와 배다해의 솔로 경쟁은 합창단에 필요했지만, 동시에 Mnet 의 슈퍼위크 이상의 재미를 끌어낸 예능 중의 예능이었다. ‘하모니’는 소리 없이 예능과 다큐의 경계를 없앴고, 게임과 농담 없이 예능이 가능하다는 걸 증명했다.

도전을 통해 변화하는 일곱 인생
[강명석의 100퍼센트] ‘남자의 자격’에 찾아온 인생의 터닝포인트
[강명석의 100퍼센트] ‘남자의 자격’에 찾아온 인생의 터닝포인트
‘남자의 자격’은 ‘하모니’를 통해 지난 1년 동안 자신들만의 어떤 세계를 완성했음을 선언했다. 금연이든 합창단이든, ‘남자가 죽기 전에 해야 할 101가지’라는 부제처럼 그들은 살면서 하지 못한 것들을 했고, 그것들이 인생에 영향을 준다. 터프한 로커로 알려졌던 김태원은 체력테스트 결과 극도로 허약했고, 결국 하프 마라톤 완주에 실패했다. 하지만 그는 방송을 보고 실망한 딸을 위해 지리산 종주를 완주한다. 보통의 예능은 설정된 캐릭터 위에 출연자의 실제 인생을 소재로 끌어들인다. 반면 ‘남자의 자격’은 출연자의 인생에서 캐릭터를 만들어낸다. 프로그램 초반 김국진-이경규-이윤석의 물고 물리는 관계도 그들의 실제 관계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박칼린 감독의 말처럼 그들에게 필요한 건 ‘1등’이 아니라 최선을 다해서 인생에 무엇인가를 얻는 것이다. 소심하고 못 웃기는 이미지가 강했던 이윤석은 밴드에서 드럼을 치며 활기찬 모습을 보여줬다. 밴드 도전 당시 ‘아마추어’에 대한 정의를 ‘즐거운 도전정신의 다른 이름’이라고 한 것처럼, 그들은 아마추어의 자세로 즐겁되 최선을 다한다. ‘남자의 자격’이 지난 1년 동안 요리하기부터 밴드까지 다양한 도전을 하며 도전 자체를 즐길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이 도전 속에서 ‘남자의 자격’은 7명의 인생을 총체적으로 구성한다. ‘남자의 자격’은 김태원의 가족사를 보여주고, 김성민이 그의 아버지와의 관계를 털어놓도록 한다. 김국진의 ‘롤러코스터 인생’을 들려준 강연 에피소드는 ‘남자의 자격’이 도전을 다루는 자세를 보여준다. 인생을 말하는 것이 도전이 되고,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다. 이경규가 강연에서 힘들더라도 인생의 짐을 지고가야 한다고 말했을 때, 중년 남성들은 자기 자신의 모습을 보았을 것이다. 일상은 지치고, 이루지 못한 꿈은 너무나 많다. 그 때 ‘남자의 자격’은 여전히 해야 하고, 할 수 있는 일이 많다고 말한다.

예능 이전에 인생을 바라보는 ‘남자의 자격’의 태도는 리얼 버라이어티 쇼의 새로운 가능성이다. 이경규가 하프 마라톤을 완주한 건 단순히 의지의 문제만은 아니었다. 프로그램을 이끄는 그는 마라톤을 포기할 상황이 아니었다. 프로그램을 책임진 리더가 짊어진 무게. 이경규가 제작진을 뿌리치며 마비가 오는 다리를 끌고 달리는 장면의 힘은 스토리나 영상에서 오는 것이 아니다. 모든 사람들이 아는 한 연예인의 지난 25년의 인생이 끌어낸 절박함이 평범한 컷을 에피소드 전체를 함축한 이미지로 바꿨다. 그건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불가능한 예능의 미학이자, ‘남자의 자격’의 세계다.

아마추어의 자세를 넘어 프로가 되어야 할 때
[강명석의 100퍼센트] ‘남자의 자격’에 찾아온 인생의 터닝포인트
[강명석의 100퍼센트] ‘남자의 자격’에 찾아온 인생의 터닝포인트
‘하모니’는 이 세계의 확장판이다. 배다해와 선우가 솔로 경쟁을 할 때, 카메라는 두 사람만큼 다른 단원의 표정을 보여준다. 드라마라면 노래에 감동하는 그들의 모습이 작위적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남자의 자격’은 노래 대신 단원들의 인생에 주목했다. 그들에게 두 사람의 ‘넬라 판타지아’는 그들이 합창단을 통해 얻고 싶어 하는 인생의 무엇이었을 것이다. 오직 노래만으로 단원들 각자의 인생을 스케치하면서 시청자들에게 말할 수 없는 의미를 전달하는 건 ‘남자의 자격’이 이뤄낸 어떤 성과다. 다른 인생, 다른 사연, 공통의 도전. 그리고 작지만 소중한 깨달음. ‘남자의 자격’은 인생을 안다. 그리고, 그것으로 과 ‘1박 2일’과는 다른 리얼 버라이어티 쇼의 자격을 얻었다.

그러나, ‘하모니’에서 선우와 배다해는 솔로 경쟁을 하며 부담감을 느꼈다. 7명의 남자들은 직장인 밴드 대회에 나서면서 상당한 스트레스를 느꼈다. ‘남자의 자격’은 인생에서 하지 못한 것들을 시도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웠다. 하지만 직장인 밴드를 기점으로 그들의 도전은 장기화되고, 누군가의 평가를 받기 시작했다. 그들은 더 이상 즐거울 수만은 없을 것이다. 그건 밴드든 합창단이든 연습 과정 자체가 그들의 일이기도 한 예능 직장인들의 숙명이다. 꿈이 이룰수록 점점 더 커지듯, 도전의 규모도 커질 수밖에 없다. 그건 리얼 버라이어티 쇼의 성장에서 필연적인 과정이기도 하다. 과 ‘1박 2일’도 처음에는 남자들의 즐거운 놀이였다. 합창 대회가 끝난다고 인생도, 쇼도 끝나지는 않는다. 도전이 인생의 활력을 넘어 인생의 과제가 될 때 그들은 어떤 선택을 할까. 인생에 대해 이야기한 버라이어티 쇼가 인생의 전환점 앞에 섰다.

글. 강명석 two@
편집. 장경진 th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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