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진경│100% 감수성의 음악들
홍진경│100% 감수성의 음악들
“제 안에 주체할 수 없는 뭔가 있나 봐요 (웃음) 계속 뭔가 하게 되네요.” 연예인의 앞날은 쉽게 예상할 수 없다지만, 홍진경처럼 극적인 반전을 보여주는 경우를 찾기란 쉽지 않다. 1993년 16살의 나이에 아직은 대중에게 생소했던 슈퍼모델로 데뷔, TV를 종횡무진 하던 그는 무슨 말이든 직설적으로 하는 ‘별난 소녀’였고, 그런 모습 때문에 오락 프로그램에서 특히나 사랑받던 연예인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홍진경은 더 이상 TV에서 자주 보기 어렵다. 대신 그는 ‘더 만두’와 ‘더 김치’를 경영하는 CEO이고, 매일 낮에는 KBS 라디오 을 진행하는 DJ다. “그때 많은 분들이 절 사랑해주셔서 고마웠죠. 하지만 그것만이 제 모습은 아닌데, 늘 저를 밝고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는 사람으로만 봐주셨어요. 제가 가진 다른 모습을 찾고 싶었죠.”

그래서 2000년대 들면서 몇 년 동안 유학을 다녀왔고, TV 대신 시간을 쪼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DJ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단지 입담 좋은 DJ가 되기 위해서는 아니었다. “예나 지금이나 혼자 있을 때면 언제나 음악을 들어요. 음악을 들으면서 제 마음 속으로 깊게 들어가고, 저를 치유할 수 있었으니까요. 그런 음악의 힘을 사람들과 나누고 싶었어요.” 사업과 결혼 생활로 바쁜 시간 속에서 음악은 홍진경 자신을 찾는 시간을 주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남은 시간을 활용해 음악 공부를 시작했다. 얼마 전 그가 직접 작사, 작곡해 내놓은 디지털 싱글 도 그 결과다. “제가 프로 뮤지션들 같은 실력이 있어서 음악을 내놓은 건 아니에요. 그냥 저한테 음악은 제 얘기를 하고, 저를 표현하는 거니까 음악을 발표해야 한다면 당연히 제가 만든 음악이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의 말처럼 ‘양심 있는 유부녀’는 그룹 W의 배영준이 편곡한 일렉트로니카 사운드와 차분한 홍진경의 보컬이 사색하기 좋은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단지 TV를 통해 홍진경을 알아왔던 사람이라면 의외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홍진경에게 뮤지션의 감성이 있는 그대로 드러난 앨범, ‘100% 감수성의 음악들’을 추천받았다.
홍진경│100% 감수성의 음악들
홍진경│100% 감수성의 음악들
1. Jonsi의 < Go >
“욘시의 노래를 들으면 아이슬란드의 차가운 대지위에 울부짖는 늑대 한 마리가 떠올라요.” 홍진경은 욘시의 보컬에 대한 느낌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자신의 음악 이야기를 시작했다. 욘시는 이제 국내에서도 마니아 팬들을 탄탄하게 모은 그룹 시규어로스의 보컬리스트. 어떤 언어로도 정의할 수 없을 것 같았던 시규어로스의 독특한 분위기는 욘시의 솔로 앨범 < Go >에도 그대로 이어진다. 국내에서도 인기를 모았던 애니메이션 에도 욘시의 ‘Sticks & Stones’가 수록되기도 했다. 특히 홍진경은 이 앨범의 ‘Tornado’를 추천한다고. “일부러 리듬에 맞지 않게 연주한 피아노 연주위로 흐르는 욘시의 목소리가 우리의 삶처럼 예측할 수 없는 불안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것 같아요.”
홍진경│100% 감수성의 음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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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Sade의 < Soldier Of Love >
음악성과 대중성을 모두 인정받은 뮤지션이 10년 동안 앨범을 내지 않았다면 그것만으로도 화제일 수밖에 없다. 게다가 10년 만의 복귀 앨범이 곧바로 빌보드 앨범 차트 1위를 했다면 더욱 그렇다. 보컬리스트 샤데이를 주축으로 한 그룹 샤데이가 그 주인공이다. 소울, R&B등을 밴드 연주를 통해 선보이는 그들의 음악은 비욘세와 알리샤키스가 절찬을 마다하지 않았을 만큼 깊은 호소력을 지녔다. “10년이 지났지만 샤데이의 지난 음악들은 저에게 한 번도 옛스러웠던 적이 없었어요. 10년의 세월을 견디고 이렇게 멋진 음악을 내놓은 것에 감사해요.”
홍진경│100% 감수성의 음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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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Sean Lennon의 < Friendly Fire >
평생 노력한다 해도 아버지의 명성을 넘어서기 어렵다면 어떤 기분일까. 그것도 아버지가 전설 중의 전설 비틀즈의 멤버 존 레논이라면 그 아들은 어떤 느낌일지 상상하기 어렵다. 하지만 션 레논의 음악은 오히려 아버지의 이름에 가려 저평가되는 경향도 있다. 특히 그의 앨범 < Friendly Fire >는 “불완전한 그의 음성과 모습이 훌륭한 멜로디를 만나 완벽한 사운드와 비주얼을 만들어냈어요”라는 홍진경의 말처럼 션 레논만의 음악을 들려준다. 홍진경은 이 앨범에서 특히 ‘Parachute’를 좋아한다고. “이 곡은 뮤직비디오를 한 번 보세요. 정말 비디오 아트의 경지에요.”
홍진경│100% 감수성의 음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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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Maximilian Hecker의 < Infinite Love Songs >
홍진경에게 정말 부러운 것 한 가지. 홍진경은 20대 시절에도 DJ를 했었고, 당시 같은 시간대에 DJ를 했던 이적, 정재형 등의 뮤지션들과 친해지기 시작했다. 이후 홍진경은 많은 뮤지션들과 친분을 쌓았고, 바로 그들에게 음악을 추천받는다고. 한국에서 각종 CF에 쓰이며 화제가 된 독일의 뮤지션 막시밀리언 해커도 그룹 W의 배영준에게 소개받은 것이다. “늘 좋은 곡을 추천해주시는 오빠 덕분에 귀가 호강하고 있어요. (웃음) 이 곡도 오빠에게 소개받았는데 처음 듣는 순간 빠졌죠. 복고적인 포크의 감성과 신비로운 로맨티시즘, 그리고 막시밀리언 해커의 관조적인 음성이 더해져서 깊은 분위기를 내죠. 특히 ‘Sunburnt Days’가 인상적이에요.”
홍진경│100% 감수성의 음악들
홍진경│100% 감수성의 음악들
5. Brian Eno의 < Before And After Science >
일렉트로니카 음악에 관심이 많은 홍진경이 브라이언 이노의 음악을 추천한 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브라이언 이노는 그룹 U2의 프로듀서로도 유명하지만, 앰비언트 음악의 선구자이기도 하다. 신비로운 음향으로 듣는 사람을 어디론가 데려가는 듯한 그의 음악은 진정 감수성 100%의 음악이라 할만하다. 홍진경은 특히 < Before And After Science > 앨범의 ‘By This River’를 좋아한다. “고요한 멜로디 속에 비트가 잔잔하게 깔려있지만, 위트도 굉장하죠. 언제나 저에게 많은 자극과 영감을 주는 음악이에요.”
홍진경│100% 감수성의 음악들
홍진경│100% 감수성의 음악들
사업과 DJ, 그리고 음악 활동도 시작한 홍진경은 요즘 한 가지 일이 더 생겼다. 첫 아이를 임신한 것이다. “아이가 생기기 전까지는 결혼을 했지만 남편이 배려해준 덕에 늘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음악도 그런 생활 중에 나오는 거였구요. 하지만 이제 아이가 제 인생을 많이 바꿀 것 같아요. 정말로 사랑하고, 집중하는 대상이 또 하나 생긴 거니까요.” 홍진경은 많은 바쁜 활동 중에서도 가족이 있어 삶의 균형을 이룰 수 있었다고 한다. 아이가 생기면서 모든 것을 아이에게 맞추는 생활을 준비하는 지금, 홍진경의 일도, 음악도, 삶도 더욱 안정되고 풍요로워지길 바란다.

글. 강명석 tw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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