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명석의 100퍼센트] <무한도전>, 우리는 새로운 걸 원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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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놀라지도 않아요. (우리는) 새로운 걸 원해요”
– 유재석, MBC 의 ‘7’에서

KBS ‘1박 2일’이 위기였다면, MBC 은 새로움이 필요했다. 물론 은 매회 새롭다. 하지만 은 매년 새로운 프로젝트들이 추가되면서, 언젠가부터 1년 단위의 패턴을 예상할 수 있는 쇼가 됐다. ‘봅슬레이’나 ‘프로레슬링’ 같은 스포츠 프로젝트와 ‘식객’ 같은 리얼리티쇼가 매 해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그 사이에 ‘달력특집’이 들어가며, 남은 분량에는 ‘여드름 브레이크’ 등 크고 작은 추격전들이 채워진다. 쇼의 패턴이 안정적으로 정착되는 것이 나쁜 일은 아니다. 오히려 장기적인 계획에 따른 사전제작은 만의 힘이었다.

캐릭터가 죽어버리는 과거진행형 쇼
[강명석의 100퍼센트] <무한도전>, 우리는 새로운 걸 원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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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레슬링 특집’이 방영되는 10주 동안 출연자들은 2009년에 보여준 캐릭터와 사건을 되풀이한다. 길은 다시 살이 빠지고, 정준하는 ‘쩌리짱’으로 되돌아갔다. 여기에 봄에 찍은 ‘아이돌 특집’이 겹쳐지면 은 ‘과거진행형’이 돼 버린다. 독립적인 에피소드의 가치는 있지만, 현재의 상황을 쇼와 캐릭터에 반영할 수는 없다. 매회 캐릭터가 살아있는 생물처럼 변하는 의 중요한 장점이 사라지는 셈이다. ‘레슬링 특집’은 에도 물리적 한계가 있다는 걸 증명한다. 여러 프로그램에 출연중인 멤버들은 물론, 여러 프로젝트를 동시에 소화해야 하는 제작진 역시 ‘레슬링 특집’에만 매달릴 수는 없다. ‘레슬링 특집’이 1년여 동안의 제작기간이 잘 느껴지지 않을 만큼 출연자들이 체육관에 모여 연습하는 것만을 반복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출연자들이 1년 동안 매일 연습을 하거나, 그것을 일일이 쫓아다니며 찍을 여력이 없다. 한 달에 하루 시간을 내서 사진을 찍고, 곧이어 투표로 우승자와 꼴찌를 결정하는 ‘달력특집’도 마찬가지다. 한 두 개라면 의 치밀함을 보여줄 프로젝트들이 패턴화 되면서 오히려 움직임을 둔하게 만든 셈이다. 위기는 아닐지라도, 에는 좀 더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는 새로운 무엇이 필요했다. 그리고, 김태호 PD는 얼마 전 한 인터뷰에서 “하반기는 단기 프로젝트 위주로 갈 것”이라는 요지의 발언을 했고, 지난주 ‘7’이 방영됐다.

움트는 또 하나의 창조의 씨앗

서울 전역을 돌아다니며 문제를 해결한다는 점에서 ‘7’은 식 추격극의 연장선상에 있다. 하지만 ‘7’은 보다 정교한 추격전이다. 제작진은 출연자들에게 계속 문제를 던지고, 출연자들은 그에 맞춰 다양한 상황을 이끌어내야 한다. 노홍철은 문제를 풀기 위해 도시 한 복판에서 쌀을 고르면서 일반인들과 어울렸고, 길은 서점에서 책을 찾다 점원과 상황극을 펼쳤다. 복귀 후 아직 자리를 못 잡은 하하도 다른 캐릭터와 뭉쳐 다니면서 나름의 역할이 생길 것이다. 그리고, ‘7’은 추격전 후에 출연자들을 파티에 초대해 벌이는 또 다른 게임을 준비하고 있다. ‘7’은 추격전에 보다 치밀한 게임과 상황극, 콩트 등 예능의 기본 요소를 새롭게 배합했다. 장기 프로젝트들이 점점 늘어나는 상황에서 은 2~3주의 방송만으로도 캐릭터의 모든 것을 뽑아낼 수 있는 치밀한 에피소드를 개발하기 시작한 건 아닐까.

그건 이미 자리 배치 하나로 한 시간 만에 캐릭터의 현재 역할과 위치를 짚고, 심지어 미니 추격전까지 벌인 ‘자리 분양특집’에서 시작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은 지금까지 수많은 쇼의 포맷들을 끌어들였고, 그 과정에서 만의 장르라고 해도 좋을 추격전을 창조했다. 그리고 김태호 PD는 그들만의 장르를 새로운 차원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실험을 시작한 것처럼 보인다. 이미 시작한지 5년째, 과연 은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그들이 만들어온 새로움 위의 새로움을 창조할 수 있을까.

글. 강명석 tw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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