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어느 별에서 왔니
넌 어느 별에서 왔니
지문 다가가기
‘스펙’은 최상이다. 부잣집 아들이자 고연봉의 경영 컨설턴트, 아마추어 복싱 대회 미들급 우승자 출신이기까지 하니 마냥 책상물림인 것만도 아니다. 행인들에게 꽃 나눠주고 한 송이씩 전달하기, 피아노 치며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 불러주기 등 이벤트에도 능한 로맨티스트. 약혼녀였던 은영의 친구에게 한눈을 팔아서 파혼당하고 2년 만에 돌아와 은영의 갖은 냉대에도 “하긴…그게 니 매력이지만” 이라고 웃어넘기는 이 남자, 다시 받아줄 법도 하지 않은…

이유는, 남다른 사고 구조 때문이다. 자신 때문에 헤어져놓고 “나 사실 그동안 많이 힘들었다. 내가 받은 상처가 너무 커서. 그래도…시간이 결국 해결해주더라. 이제야 용서할 수 있을 거 같아서 온 거야. 나, 은영이하고 다시 잘해보려고 한다. 너무 통 큰 결정인가? 그래, 힘들었다니까” 라고 일방통행을 시도하거나 멋대로 파티 연 뒤 “고맙다는 말 한 마디도 안 되냐? 나 오늘 돈 꽤 많이 썼는데” 라고 생색내는 한지원은 마치 ‘무거운 짐 들어주거나 병을 따 주고 무심하게 가 버리는 남자가 멋져 보여요’ 라는 여자의 말을 ‘아, 힘 센 남자가 좋단 얘기지? 그래봤자 키 크고 잘 생긴 게 장땡’ 이라 해석하는 남자처럼 어딘가 핀트가 어긋난다. “벌 수 있을 때 바짝 벌어 놔라. 글 써서 얼마나 더 먹고 살 수 있겠어” 따위, 자기 딴에는 걱정이지만 듣는 사람은 열 받을 말을 일상적으로 내뱉으면서도 남들이 자신을 싫어할 가능성은 1%도 생각하지 않아 “내가 옆 건물로 오니까 좋지? 하하하, 너 정말 내가 와서 좋구나?”라고 결론짓는 방식도 남다르다. 게다가 후배 이진수의 인기에 “하긴, 어린 여자들은 돌아이를 좋아하는 법이지” 라고 어이없어하는 한지원 씨, 거울을 보시면 더한 놈이 있습니다.

갈래 : 차도남, 허세남, 비교 말아 얘는 짜증남

[1점 문제] Q. 다음 밑줄 친 대사 가운데 은영을 화나게 하지 않을 만한 내용을 고른다면?

지원 : 2년 전에… 말이야… 1) 니가 나 때문에 꽤 힘들었겠다 싶더라. 배신감이 컸을 거 같단 생각이 들었어.
은영 : 허, 그걸 이제 알았다고?
지원 : 미안하다. 내가 그 부분에 대해서, 최초로, 정식으로, 명명백백히 사과하마. 그래, 2) 우리 파혼은 쌍방과실이 아니라 내 과실이 70프로는 된다고 인정한다.
은영 : 70…?
지원 : 3) 아니 80
은영 : 80~?
지원 : 4) 아, 그래, 90프로라고 치자. 5) 아 뭐 그게 중요한 건 아니고, 어쨌든, 내가, 사과를 한다. 미안하다. 잘못했다. 그치만 말이야, 니가 진수랑 그런다는 건 내가 영미 몇 번 만난거랑 다른 차원의 문제…
[2점 문제] Q. 다음 대화 뒤 이어질 지원의 행동으로 맞는 것을 고르시오.

지원 : 뭐? 그게 지금 레벨이 맞는 얘기냐고? 분석을 하려면 빠진 데가 없어야 될 거 아냐! 머리가 안 돌아가? 야, 니가 얘기하는 이슈 트리는 처음부터 다시 다 뜯어고쳐야 된다고, 왜는? 지금 구조에서 빠진 게 한두 개야? 다시 보고해. (전화 끊고)
은영 : 바쁜 거 같은데 얼른 가지?
지원 : 가야지… 병아리들처럼 모여 앉아서 내가 모이 주기만 기다리고 앉았잖아 이것들. 맘 같아선 퇴원할 때까지 있어주고 싶은데…
은영 : 됐거든? 걱정 말고 가서 열심히 일이나 해. 손 좀 빼고 제발, 손바닥에 땀 나 지금.
지원 : 임마, 나 복싱 체육관에서 너한테 많이 서운했다. 어떻게 그 자리에서 진수 놈 편을 들고, 내가 며칠 동안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아? 그냥 널 여기서 내려놓을까 그런 고민도…
은영 : 내려놓지 그래?
지원 : 했, 었, 는, 데! 너 다쳤단 얘기 듣는 순간, 가슴이, 여기가, 하…….
은영 : 그만-

1) 가슴을 네 번 연달아 두드리며 눈물을 흘린다.
2) 잡고 있던 은영의 손을 입에 갖다 대고 쪽, 입 맞춘다.
3) 은영의 눈치를 본 뒤 조용히 손을 내려놓고 나간다.
4) 다정하게 웃으며 “자식, 뭘 부끄러워 해?”라고 말한다.
5) 셔츠를 풀어헤친 뒤 가슴의 멍 자국을 은영에게 보여준다.
[3점 문제] Q. 다음은 지원을 떼어놓기 위해 벌인 은영과 진수의 애정행각을 목격한 뒤 충격 받은 지원이 보인 반응이다. 이에 대한 비서의 심경을 독백으로 표현한다면? (주관식)

비서 : (지원 앞에 있는 창의 블라인드 걷어주려고) 아, 안 계신 동안 내려놨는데-
지원 : 잠깐, 또 못 볼꼴을 보게 될 거 같아서 두렵네…
비서 : 네…?
지원 : 이 창의 의미를 아나…? 지난 몇 달 동안 나한테 이 창은 말이야, 아름다웠던 내 청춘을 떠올려주는 추억의 창이었다고. 근데 지금은… 지옥의 창이라고 불러야겠어. 오늘은 또 이 블라인드 너머 무슨 지옥 같은 풍경이 펼쳐질까… 두려워서 걷을 수가 없구만. 아니, 지옥이라도 볼 건 봐야지. 확인할 건 확인하고, 응징할 건 응징하고, 깨트릴 건 깨트리고, 그래, 할 수 있어. 왜냐, 난 강한 사람이니까!
비서 : ( )

* 지난 주 정답
1점 문제 – 4) 卓求
2점 문제 – 4) 니가 이뻐 그런다. 조용히 하거라.
3점 문제 – 2)~5)

[실전! 남들이 뭐라던 나만은 속 편하게 사는 말하기 전략]* 외롭고 심심해서 혼자 술 마시는데 월드컵 경기도 없는 새벽 2시, 옛 여친에게
[…자니? 난 니 생
각하면서 한 잔하
고 있었는데 너는
? 혹시..너도 내생
각 중..?]

* 목걸이가 좋았을 뿐 사칭은 하지 않았다
너 이게 얼마짜린 줄이나 아냐? 내가 이걸 뭣 때문에 샀는데. 저 봐…이런 걸 보면 흔들리는 눈빛이라도 보여야 되는데. 야, 영미는 만 틀어줘도 나한테 고마워했어!

* 블로그 관리 잘 하라는 권고일 뿐이야
내가 지난 일에 대해서 사과를 안 하는 이유는, 다 너 때문이어서야! 넌 나에게 모욕감을 줬어!

글. 최지은 five@
편집. 장경진 th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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