쌈디, 서울말 못해도 괜찮아
쌈디, 서울말 못해도 괜찮아
쌈디, 서울말 못해도 괜찮아
쌈디, 서울말 못해도 괜찮아
이번 MBC ‘뜨거운 형제들’ 편은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아바타 소개팅을 나가는 싸이먼D의 콘셉트를 하필 ‘서울말 쓰기’로 잡을 게 뭐랍니까. 주인 역이 노유민인지라 서울말을 써야만 했겠지만 그 바람에 싸이먼D의 매력은 여지없이 반감되고 말았지 뭐에요. 그러니 소개팅이 어그러질 건 불을 보듯 빤한 일이었던 겁니다. 파트너가 평소 싸이먼D의 팬이라기에 살짝 기대를 걸었지만 그도 별 소용이 없던 걸요. 그의 매력의 원천이 경상도 사투리라는 걸 다시금 확인하는 순간이었어요. 솔직히 저는 싸이먼D를 보려고 ‘뜨거운 형제들’을 기다립니다. 아니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싸이먼D를 보려고’라는 쪽이 더 맞는 표현이겠네요. 지난번 초등학교 교사가 되어보는 상황극 때 “밥 묵었나?”, “뭐 가르쳐 줄꼬?”로 시작해서 “다이어트도 할 뻔 했는데”로 방점을 찍은 후부터 저는 경상도 사투리의 열혈 팬이 되었답니다. 야한 얘기를 그처럼 야한 느낌 없이, 거북스럽지 않게 전달할 수 있었던 건 아마 사투리가 지닌 특별함 때문일 거예요. 그 편안함이 사람을 무장해제 시키는 걸 겁니다. 욕할머니가 퍼붓는 욕설이 거슬리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겠죠.

사투리에 대한 편견을 깨준 부산 사나이들
쌈디, 서울말 못해도 괜찮아
쌈디, 서울말 못해도 괜찮아
아무래도 그간 제가 경상도 남자에 대한 크나큰 편견을 가지고 살아왔지 싶네요. ‘경상도 남자’하면 우선 떠오르는 억센 사나이 강호동 씨 때문일까요? 아니면 퇴근해 돌아오면 “아는(아이는)?”, “밥 도(밥 줘)”, “자자”, 단 세 마디만 한다는 우스갯소리 때문일까요. “여자가 뭘 알겠어?”하며 낮춰 본다든지, 질뚝배기 모양 투박하고, 무뚝뚝하고, 덜 세련된 남자들이라 여기고 있었지 뭐에요. 게다가 무턱대고 자기주장만 내세운다는 근거 없는 오해까지 종종 했음을 고백합니다. 그래서 TV에 나와 사투리를 고수하는 이들을 보면 내심 프로근성이 부족하다며 못마땅해 했어요. 방송 심의 규정이라는 게 괜히 있는 게 아닐 텐데, 표준말이라는 걸 괜히 정한 게 아닐 텐데, 왜 남들은 잘만 고치는 사투리를 혼자 못 고치느냐며 답답해했습니다. 방송을 업으로 삼을 마음이면 정해진 규정은 따르는 게 옳지 않느냐는 거였죠. 이게 바로 오십 평생 서울 붙박이로 살아온 자의 편협한 시선입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다행히 마음이 바뀌었습니다. 온 나라가 표준말을 써야 할 까닭이 무에 있느냐는 의문이 들기 시작했거든요. 각자 살아온 환경이 다르고, 문화가 다르고, 관습이 다를 진데 굳이 서울말을 강요하는 건 경우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나라를 대표할 표준말이 필요하긴 하죠. 하지만 공식적인 행사라든지, 뉴스에서나 사용하면 되는 일 아닙니까? 오히려 각 지역의 향토색을 보존해야할 의무가 우리에겐 있지 않느냐고요. 이런 깨달음을 혼자 얻었다면 좀 좋겠습니까. 그러나 저는 안타깝게도 그다지 현명하지가 못하거든요. 누가 변죽을 울려줘야 겨우 머리에 불이 들어오는 케이스랍니다. 그런 저에게 경상도 사투리의 매력을 처음 일깨워준 건 사실 씨엔블루의 정용화 군이에요.

절대 사투리 고치지 마세요
쌈디, 서울말 못해도 괜찮아
쌈디, 서울말 못해도 괜찮아
언젠가 출연한 KBS 에서 경기를 앞두고 컨디션 괜찮으냐는 질문에 “괘안습니다”하고 외치더니 나직한 음성으로 “가보자!”라고 한 마디 툭 던지는데 그게 그렇게 매력적일 수가 없더라고요. 한때 영화 로 장동건의 경상도 사투리가 장안의 화제였을 때도 꿈쩍 않던 제 마음이 이번에는 대번에 흔들리던 걸요. 경상도 사투리라면 의당 거세고 투박하다는 편견을 깨줬기 때문이지 싶어요. 게다가 MBC 에서 부인 서현 양에게 배려가 묻어나는 사과가 담긴 수첩을 선물한 걸 보면 경상도 남자들이 대체로 무심하다는 세간의 평가 또한 편견이지 싶어요. 무심하기는커녕 오히려 누구보다 세심하지 않습니까? 싸이먼D도 얼마 전 여자 친구를 당당히 공개했지요? 언더에서 이미 다 알려진 일이라 숨기고 자시고 할 것도 없다고 하지만 공개하는 편이 여자 친구에 대한 의리라 여겼으리라 믿어요. ‘경상도 사나이라서 역시 달라!’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혹시 다음에 누가 또 서울말을 쓰라 강요를 한다면 필히 연락주세요. 미비하나마 제가 그 앞에서 일인 시위라도 해드리지요.
쌈디, 서울말 못해도 괜찮아
쌈디, 서울말 못해도 괜찮아
글. 정석희 (칼럼니스트)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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