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상우 “앞으로 계속 교복 입어야 할지도”
권상우 “앞으로 계속 교복 입어야 할지도”
권상우는 교복을 다시 꺼내 입었다. , 에서 고등학생 역할로 영화를 흥행시켰던 그는 6.25 전쟁을 그린 에서 반항기 가득한 학도병 구갑조로 돌아왔다. 한 아이의 아버지가 된 그에게 교복은 어쩌면 맞지 않는 옷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71명의 학도병이 북한 최정예 군에 맞서 싸웠다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에서의 권상우의 눈빛과 표정은 결기 가득한 학도병 모습 그 자체였다. 폭압적인 대한민국 고등학교를 향해 내질렀던 현수의 울부짖음은 조국과 동료를 지켜내기 위해 생과 사를 넘나드는 감정으로 한층 더 격화됐다. 민족보다 이념이 우선이었던 시대, 조국을 지키기 위해 희생한 학도병의 죽음이 “숭고하고 가슴 아프게 느껴졌다”는 권상우와 이야기를 나눴다.

첫 기자시사를 했다. 소감이 어떤가.
권상우 : 솔직히 뻥 터지는 것은 하늘의 뜻이다. 하지만 우리를 외면할 것 같지는 않다. (웃음) 영화가 가지고 있는 정서가 좋다. 끝으로 갈수록 학도병들의 죽음이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갑조는 영화의 감정을 쥐고 가는 인물”
권상우 “앞으로 계속 교복 입어야 할지도”
권상우 “앞으로 계속 교복 입어야 할지도”
최승현 군은 영화를 보면서 많이 울었더라.
권상우 : 걔는 막 울고 그러더라. (웃음) 승현이한테는 가 첫 작품이라 그런 마음이 이해가 간다. 나도 그 나이 때는 아무것도 몰랐던 거 같다. 마지막 액션 신을 찍고 나서 그렇게 눈물이 나올 수가 없었다. 승현이도 아마 그런 느낌을 받지 않았을까 싶다.

유독 추웠던 올 겨울 날씨 탓에 촬영할 때 많은 애를 먹었다던데.
권상우 : 지난해 11월 말부터 4월초까지 찍었는데, 너무 추웠다. 갈대 밭 신을 찍을 때는 바람이 너무 많이 불어서 텐트가 다 날아갈 정도였다. 내복을 두 겹씩 입으면 몸이 무거워 지고, 땀은 땀대로 나서 힘들었다.

권상우가 교복을 입으면 ‘흥행불패’라는 공식이 이번에도 통할 것 같나. 혹시 그렇게 배우의 캐릭터가 굳혀지는데 대한 우려는 없나.
권상우 : 교복을 입었을 때 흥행이 계속 이어져서 그렇게 봐주시는 거 같다. 영화 처럼 계속 교복입고 나와야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웃음)

영화 이야기를 해보자. 학도병 구갑조는 반항적인 성격에서 캐릭터가 변해가는 인물이다.
권상우 : 승현이가 영화의 화자이고, 일차원적인 주인공이라고 한다면 구갑조는 영화의 사건이 본격화 되면서 감정을 쥐고 가는 인물이다. 감정의 기복이 굉장히 심하고, 영화 속에서 중요한 캐릭터이기 때문에 신경을 많이 썼다. 자신의 친구를 잃고, 돌아버리는 그때부터 영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고 보면 된다.

영화 속 갑조는 다른 학도병들을 힘으로 제압한다. 권상우의 어린 시절은 갑조와 닮은 부분이 있나.
권상우 : 나는 놀아도 교칙에 어긋나는 짓을 하지는 않았다. 까불고 놀긴 해도 퀄리티 있게 놀았으니까. (웃음) 공부도 적당히 하면서 티 안 나게 까불고 싸우고 그랬었다. 초등학교 때까지는 우리 학교에서 가장 주먹이 센 애로 유명했는데 중학교 1, 2학년 올라가니까 애들이 성장이 빨라지고… 키도 막 크고 그러더니 그때부터 많이 맞았다. (웃음)

그런 기억들을 갖고 학교라는 공간 안에서 영화를 한다는 건 남다른 의미였을 것 같다.
권상우 : 의미가 있다. 학교라는 사회의 축소판에서 연기를 한 도 내게 의미 있는 작품이었고,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친 학도병과 남과 북이라는 더 큰 사회를 품어야하는 도 내게 큰 의미였다.

항상 대립하던 오장범(최승현)과 구갑조(권상우)는 인민군에 맞서는 최후의 전투 신에서 감정선이 변하게 된다.
권상우 : 그 신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갑조의 배경이 소개가 되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학생이 아닌 아이였지만, 나라를 구하기 위해서 학도병에 지원해 학도병으로 학생이 된 것을 행복해 하는 큰 주제가 드러난다. 그때가 가장 슬펐고, 내 마음 속에 와 닿았다. 개인적으로는 시나리오 보다 잘 나왔다고 생각되는 신이라고 생각한다. 연기나 표정, 감정이 좋았던 거 같다.

“애국의 마음은 누구나 가슴 한 구석에 있는 게 아닐까”
권상우 “앞으로 계속 교복 입어야 할지도”
권상우 “앞으로 계속 교복 입어야 할지도”
의 이런 이야기가 권상우를 끌어당겼나.
권상우 : 그냥 전쟁영화였으면 안했을 것이다. 학도병이라는 게 신선했고, 죽음이 숭고하고 가슴 아프게 느껴졌다. 그게 최고의 차별성인 거 같다. 총 한번 못 쏴본 친구들이 총을 쏘고, 계란으로 바위치기인 인민군을 상대하지 않나. 그게 우리 영화의 장점인 거 같다. 영화가 시작할 때 제작비 규모 때문에, 큰 영화로 비춰질지 모르지만 스토리 위주의 영화다. 아무래도 비주얼을 생각하다보니까 대작처럼 느껴지는데 그런 거 보다는 스토리가 매력이 있었던 영화였다.

이재한 감독과도 많은 부분에서 교감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권상우 : 배우가 캐릭터와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작품을 이해하기 힘들면 어려워지는 거 같다. 이번 작품이 힘들지만 재밌게 찍을 수 있었던 것은 내 캐릭터에 잘 맞았기 때문이었다. 감독님은 내가 생각한 것과 갑조 캐릭터가 잘 맞는다고 판단하시는 듯 했다. 예를 들어, 내일 찍을 신에 대해서도 현장에서 ‘이렇게 해볼까요’라고 제안하면, 유연하게 잘 받아들여 주셨다.

현장은 온통 남자들 밖에 없어서 심심하진 않았나.
권상우 : 아니다. 남자들끼리 있으니까 오히려 재밌었다. 캐릭터들도 많고 선배들도 재밌고 너무 즐거웠다. 합천은 작으니까 밥 먹고, 소주 한 잔하고 그런 게 낙이었다. (차)승원이 형이랑 촬영한 거 보고, 서로 좋다고 얘기해주고 영화 외적인 이야기들도 많이 했다. 서울 오니까 볼 시간도 별로 없어서 아쉽다.

이렇게 전쟁 영화를 찍다보면, 전쟁을 대하는 감정도 다를 것 같은데.
권상우 : 영화를 통해 가상으로 전쟁에 임하지만, 전쟁은 실제로 일어나서는 안 된다. 일본에 히로시마 전쟁 박물관을 가 봤는데 너무 참혹했다. 요새 전쟁이 일어나면 6.25 같은 게 아니지 않나. 당시에 그렇게 어린 사람들이 희생됐다는 게 참 가슴 뭉클하고, 아마도 지금 젊은이들에게 똑같은 상황이 와도 그렇게 할 거 같다. 애국의 마음은 누구나 가슴 한 구석에 있는 게 아닐까. 가슴 한 구석에 있는 그런 마음을 일깨워서 많은 분들이 볼 거 같다.

미국 스탠포트 대학 시사회에서 영화 속 갑조의 담배 피는 모습이 제임스 딘을 닮았다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는데.
권상우 : 실제로는 담배를 못 피운다. 이번 영화에서 담배 피우다가 ‘다시는 담배 피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웃음) 건강에도 신경이 쓰이고 해서 담배는 안 피우는데 말이다. 그렇지만 제임스 딘 닮았다고 하는 건 참 고마운 이야기다. (웃음)

최근에 즐겨 본 전쟁 드라마가 있나.
권상우 : 미국 드라마 를 좋아하는데, 전쟁이라는 삶과 죽음이라는 무거운 소재를 흡입력 끌어당긴다. 반면 는 어딘지 모르게 가짜 같다는 느낌이 들어서 안 보게 되더라.

배우들은 캐릭터 몰입을 위해 자료들을 많이 참조하기도 하는데. 이번 영화를 위해 특별히 학도병과 관련된 자료를 본 것은 있나.
권상우 : 나는 그런 게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느낌을 가지고 있는 게 중요하고, 연기는 자기 자신과의 작전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게 잘 맞아야 한다. 연기를 해야 되는 건 결국 본인이고, 시나리오 대상에 어떻게 몰입하고 접근하는지가 중요하다.

“다음 작품이 기대되는 배우로 기억됐으면”
권상우 “앞으로 계속 교복 입어야 할지도”
권상우 “앞으로 계속 교복 입어야 할지도”
아이 룩희가 생기고 세상을 대하는 마음도 많이 달라졌을 것 같다.
권상우 : 촬영할 때도 룩희가 눈에 너무 아른거리고 그랬다. 그 기억으로 영화를 찍었다. 결혼해서 아이를 낳아 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감정일 거다. 극한적인 상황에 처해도 룩희를 위해서 희생할 수 있을 거 같은. 작품에 임하는 태도는 다를 게 없지만, 룩희에게 좋은 작품을 찍어서 보여주고 싶은 욕심은 생긴다.

결혼을 둘러싸고 말들이 많아서 마음고생을 많이 했을 것 같기도 하다.
권상우 : 마음고생이라고 할 만큼 흔들지는 못한다. 우리가 잘못한 게 뭐있나. 사랑해서 결혼해서 한 건데. 범죄를 저지른 것도 아니고. 인터넷도 신경 안 쓴다. 집에 와서 어머니랑 룩희랑 와이프랑 시간 보내고 푹 쉬는 게 낙이다. (웃음)

슬럼프를 극복하는 자신만의 방법이 있나.
권상우 : 슬럼프라는 것은 따로 시기가 있는 게 아니라, 작품의 성공여부로 오는 거 같다. 털어진다고 털어지지 않는 게 슬럼프고, 기억에서 지워지는 것도 아니다. 세상은 냉정하고, 최근 몇 년 간 흥행작이 없어 슬럼프였다. 배우는 그런 부분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아무래도 잘 안 된 작품은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고, 이제는 그런 실수를 답습하지 않기 위해서 신중하게 잘 해야지 하는 생각이 든다. 요즘에 많이 안 좋아서 이번에 잘 돼야 한다. (웃음)

관객들은 같은 로맨틱 코미디가 가미된 영화에 대한 기대도 있다.
권상우 : 그건 흐름이 있는 거 같다. 요즘은 로맨틱 코미디가 아닌 거 같은데, 완성도 있는 시나리오가 들어오면 해보고 싶다. 그리고 잘할 수 있을 거 같다. 아직도 하고 싶은 게 너무 많다. 눈물이 있는 코미디도 해보고 싶고, 눈물이 많은 진중한 사랑 이야기도 해보고 싶다.

사람들에게 어떤 배우로 기억되고 싶나.
권상우 : 연기를 잘하는 배우라는 수식어 보다는 다음 작품이 기대되는 배우로 기억됐으면 한다. 그게 지금 내게 필요한 말 인거 같다.

글. 원성윤 twelve@
사진. 채기원 ten@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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