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끼하지만 괜찮아
느끼하지만 괜찮아
지문 다가가기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졌다. 그런데 천사는 아니다. 기름 돋는 미성, 그윽한 시선, 무심한 말투로 미취학 아동부터 여배우는 물론 동료 스턴트맨에게까지 아낌없이 색기를 뿌리고 다니는 나쁜 남자. 시선만으로도 여자가 제 발로 따라와 이름을 묻게 만들 수 있는 고수.

궁지에 몰릴 때는 상대의 말을 잘라 대화의 초점을 분산시키는 필살기 “보고 싶었어요” “나 좋아해요?” “첫사랑…해보셨어요?”를 활용한다. 물론 여기에 설레면 지는 거다. “상처 준 사람 잊기 쉬운 게 아니니까. 그 때부터 보고 싶었어요. 뭐…‘그런’ 말로 착각하는 건 아니죠?” 라며 약을 올리고, 오라고 해서 가면 “정말 왔네” 라며 하나도 안 아쉬운 척 한다. 닫히는 엘리베이터 문에 기대 “좋은 사람 만나. 너만 봐 주는, 그런 사람 만나라구” 라며 다른 남자 까는 동시에 순정을 가장하는 것이 기본과정이라면 여자의 상처 난 손가락을 입에 가져가다 문득 당황한 듯 떼고 “이럼 안 되지. 미안. 그 사람한테 밴드 붙여 달라 그래” 라며 슬픈 삼각관계를 설정하는 것은 심화과정이다. 잠수타서 애 태우다 나타나 “난 니 취미생활이 아니야. 한두 달 열심히 했다가 금방 싫증내고 창고에 버려질 물건, 난 그런 거 되기 싫어” 라며 상대에게 죄책감까지 안기면 작업 성공률은 백 프로. 어절 사이 2, 3초가량의 미묘한 침묵과 섬세한 눈짓은 옵션이다. 아, 그런데 미모가 필수다.

갈래 : 경국지색, 치명치명열매, 나쁜남자라 불린 사나이

[1점 문제] Q. 다음 대화에서 밑줄 친 부분의 대사가 틀리지 않은 것을 고르시오.

태라 : 1) 단도진입적으로 얘기할게요. 우리 모네랑 어쩔 작정이세요?
건욱 : 어쩔 작정 없는데. 꼭, 그런 게 있어야 됩니까?
태라 : 그럼, 어쩔 작정도 없으면서 애 마음을 흔들어 놓은 거예요? 그 애가 지금 당신 땜에 어떤 지경인지 알아요? 밥도 못 먹고 잠도 못 자고-
건욱 : 첫사랑 해보셨어요?
태라 : 뭐라구요?
건욱 : 첫사랑 해보셨으면 알 텐데…그 땐 상대가 누구든 2) 중요하지 않죠. 그 감정에 몰입돼 버리니까. 밥도 못 먹고 잠도 못 자죠. 3) 개떼처럼 들끓으니까. 지금 남편 분이 그 첫사랑은 아니실 테고…
태라 : 이봐요 심건욱 씨, 원하는 게 뭐야. 원하는 게 뭔지 말하면-
건욱 : 안타깝네요. 원하는 게 없어서. 난 내가 좋으면 만날 거고 싫으면 안 만날 겁니다. 그리고 원하는 게 있으면 내 방식대로 얻을 거예요. 누구든 4) 관섭할 수 없어요. 그게 당신이라도.
태라 : 당신, 당신 때문에 우리 모네가 상처받고 아파하다 죽는다고 해도 상관없다는 거야? 당신이 5) 돈벌이삼아 건드릴 때마다 걘 아파.
건욱 : 당신은, 당신은 아파 본 적 있어요?
[2점 문제] Q. 다음 건욱과의 대화가 진행되는 동안 재인의 심경과 가장 가까울 것으로 짐작되는 내용을 고르시오.

재인 : 이봐요. 당신 누구야?
건욱 : 하아…들었잖아요. 심건욱.
재인 : 그럼 지금까지 나한테 홍태성이라고 거짓말한 거였어?
건욱 : 하아….난 거짓말한 적 없는데. 그쪽이 맘대로 날 홍태성이라고 불러서 가만 있었고 내가 홍태성이길 원하는 것 같아서 그런 척 해주고…

1) 아줌마 여기 망치나 비타민워터 있어요?
2) 아저씨, 노동을 하세요. 땀을 흘리고 일을 해야 돈이 나오지.
3) 아 나 진짜 씨, 나 더러워서 못해먹겠네.
4) 상관없잖아. 우리 사귀는 사이도 아닌데.
5) 부잣집에서 태어났다고 아무 여자한테나 껄떡대는 니 모습이 우습고 역겨워.
[3점 문제] Q. 다음 중 사지가 오그라들더라도 심건욱에게 듣고 싶은 말을 하나만 고르시오.

1) (꽃 꺾어 건네며) 생일이라며, 몇 살인진 정확히 모르겠고. 두 개면 되나? 안 불거야?
2) (도로 한복판에 선 차 문을 열고 옆자리에 타며) 위험하니까 문 잠그고 다녀.
3) (말다툼 벌이는 커플에게 다가가) 그 손 놓지? 애가 싫다잖아.
4) (한없이 쓸쓸한 미소를 지으며) 넌 당당하고 거침없을 때가 제일 예뻐.
5) (노출 신 위해서 옷 걷어 올리자) 니가 내 여자도 아닌데 내 옷은 왜 벗겨?

* 지난 주 정답
1점 문제 – 4) 부동산 개발
2점 문제 – 5)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3점 문제 – 1) 2) 3) 5)

[실전! 한 번 사는 인생, 일단 지르고 보는 말하기 전략]* 길에서 담배 피우지 말라는 행인에게
나 좋아해요? 그냥 지나가도 될 텐데 내 걱정하는 거 보니까 나 좋아하냐구요.

* 연체료 밀렸다고 닦달하는 대여점 알바생에게
상관 없잖아. 우리 사귀는 사이도 아닌데.

* 접촉사고 났는데 상대 차주가 합의 안 해줄 때
첫사랑… 해봤어요? 누구 때문이든 간에 한 번이라도 아파 본 적 있냐구요.

글. 최지은 five@
편집. 장경진 th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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