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환 “다른 PD들이 날 라이벌로 생각할까 걱정”
신정환 “다른 PD들이 날 라이벌로 생각할까 걱정”
신정환 : 우리 첫 방송 분당 시청률이 나왔다. 시청률을 보니까…어떻게 된 게 엠블랙이 등장하면서 시청률이 떨어졌지? 아, 아니구나. 내가 벌칙 받으면서 떨어졌구나?
안영미 : 그러니까 PD님이 방송에 너무 개입하지 말고 웃긴 건 아이돌들에게 몰아주는 게…
신정환 : 안 작가는 지난주에 없었잖아. 왜 이렇게 말이 많아? (FD를 향해) 너는 테이프가 나보다 중요하니? 니가 닭이야? 공 테이프 품고 있으면 몇 개 늘어나냐? 그리고 조명, 조명은 지난주에 아주 좋았어요. 그런데 전기세가 많이 나오니까 형광등에서 백열등으로 바꾸고 뭐랄까. 볼륨을 주라고. 내가 구체적인 전문 용어를 설명할 필요는 없을 거야. 그리고 안 작가, 시청자 의견 좀 읽어 봐.
안영미 : 지난 주 하얀 세트를 배경으로 신정환 PD님 어깨가 한층 더 좁아보였다는 아이디 탁재훈 님 의견이 있었습니다.
신정환 : 그 사람 아이디 삭제해. 다신 못 들어오게 해.

시트콤 촬영 현장이 아니다. SBS E!TV (이하 ) 녹화 현장이다. 예능 17년차 신정환이 PD 직함을 달고 진행은 물론 연출에서 편집까지 모든 제작 과정에 참여하는 은 5월 25일 첫 방송 후 개그맨 안영미를 작가로 영입하며 전열을 가다듬었다. 6월 1일 오후 목동 방송회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와 현장 공개에서도 신정환 PD와 안영미 작가의 산만하면서도 코믹한 만담이 빛을 발했다.
“PD는 방송을 하면서 한번쯤 해 보고 싶었던 꿈”
신정환 “다른 PD들이 날 라이벌로 생각할까 걱정”
신정환 “다른 PD들이 날 라이벌로 생각할까 걱정”
신정환 : 병원에 다녀오느라 30분 정도 늦었는데 정말 죄송하다. 작년에 오토바이 사고로 다리를 다쳐서 수술한 적이 있는데 병원에서 재수술을 해야 할 것 같다고 한다. 지금 하고 있는 프로그램들을 좀 앞당겨 찍고 6월 15일에 재수술을 하고 나면 1, 2주 정도 쉬어야 할 것 같다. 수시로 실직자가 된다. (웃음) 얼마 전 MBC 파업이 길어져 한동안 어렵기도 했는데 정말 연예인은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미래가 불투명한 것 같다. 아, 그런데 질문을 내가 받아야 하나? 기자회견이라는 게 낯설다. 은 오늘이 2회 녹화인데 1회는 연습했다고 생각하고 오늘부터 정말 열심히 만들어볼 예정이다. 아, 벌써 마지막 각오까지 해 버렸네?
안영미 : 내가 작가가 됐다는 건 기사를 보고 알게 됐다. 하하하하! 자고 일어나니 작가가 돼 있던데 조금은 생소하기도 하지만 개그맨들은 평소에 아이디어를 많이 짜니까 그렇게 낯설지만은 않을 것 같다. 사실 혹시나 신정환 씨랑 닮아서 캐스팅된 건 아닐까 생각도 해봤다. ‘도플갱어 쇼’라는 말도 있는데. 으하하하!
신정환 : 아, 잘 들었습니다. 그런데 웃음소리 볼륨 좀 낮춰주세요. 지금 기자 분들이 웃을 기분 아니시거든요.
안영미 : 네, 미디엄으로 낮추겠습니다. 하하하!
신정환 : 방송 17년째인데 기자회견은 예전에 KBS 100회 특집 때 기자 다섯 분과 떡이랑 과일 먹었던 기억뿐이다. 오늘 이렇게 많이 참석해서 감사드리고 굉장히 당황스럽다. (웃음) 예전에는 공중파만 중심으로 생각하고 케이블 프로그램을 경시하는 분위기가 없지 않았지만 요즘은 아이디어도 다양하고 이슈도 많아져서 모든 예능인들이 하고 싶어 하는 중요한 방송이다.

1회 녹화를 마친 소감과 만의 경쟁력이 있다면 듣고 싶다.
신정환 : 경쟁력이라면 역시 하얀 배경? 비싼 페인트는 아니지만 인물이 부각되고 CF의 한 장면처럼 예쁘게 나오는 것 같다. 하하. 그리고 현재 활동하고 있는 연예인이 PD와 작가로서 제작진들과 함께 프로그램을 만들어 가는 재미가 있는 것 같다. 나 역시 오랫동안 PD들과 방송을 하면서 한번쯤 해 보고 싶었던 꿈인데 지금까지 PD 일일체험은 있었어도 이번에는 정식으로 임명되었기 때문에 그런 점에서 차별화되고 재미가 더해질 것 같다.
안영미 : 나 역시 작가로 참여하고 있지만 시청자분들의 아이디어도 함께 수용해서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혹시 1회 방송에서 직접 아이디어를 낸 부분도 있나? 얼굴에 고무줄 당겨서 맞추는 벌칙 같은 건 너무 옛날 스타일이라는 느낌이던데.
안영미 : 정확히 꼬집어 주셨다. 으하하하!
신정환 : 날카롭다. 하하. 사실 뭐 요즘은 버라이어티에서 두뇌회전을 많이 필요로 하거나 수준이 높아진 벌칙도 다양해지긴 했다. 그런데 우리 프로그램은 신인 아이돌들이 나와서 머나먼 여정을 떠나는 거다. 방송을 시작하는 분들이라 아직 잘 모르고 어떻게 하면 오래 살아남을까, 어떻게 하면 인기를 얻으면서 롱런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친구들에게 우리가 조금이나마 방향을 제시해주는 콘셉트다. 그래서 사실은 밖에 나가서 제작비도 많이 들여서 하고 싶…기도 하지만 모든 유행은 돌고 돌듯이, 내가 방송을 10년 이상 해보니까 고무줄로 당기고 그러는 것도 간혹 보면 재미있다.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 또 표정도 달라지고, 제작비도 많이 안 들고. 사실 그 친구들은 그런 방송을 보고 자란 세대기 때문에 선배로서 그런 경험들을 통해 그 친구들을 강하게 만들려는 의도가…
안영미 : 그냥 열심히 아이디어 회의해서 신선하게 만들도록 하겠다.
신정환 : 하하… 단조로운 벌칙을 좋아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앞으로는 또 많이 좋아질 거다. 아 그런데 질문이 너무 안 나오는 것 같다. 지금 우리 스튜디오에 냉방 잘 되어 있다고 여기서 다른 연예인 기사 쓰는 기자 분들이 있는 거 같은데 이러면 곤란하다.

“이제는 제작진에게 고운 말, 웃는 모습으로 대할 것”
신정환 “다른 PD들이 날 라이벌로 생각할까 걱정”
신정환 “다른 PD들이 날 라이벌로 생각할까 걱정”
늘 카메라 앞에서 서는 입장이다가 제작진 입장이 되니까 어떤 생각이 드나.
신정환 : 우리야 와서 대본대로 하고 시간이 흘러가면 끝나지만 제작진들은 1주일, 한 달 전부터 섭외하고 대본 쓰고 아이디어 회의하고 녹화 끝나도 편집을 어떻게 할지 자막을 어떻게 할지, 다음 회와 특집 고민까지 하시니까 제작진들은 우리의 열 배 이상 고생하는 것 같다. 사실 나도 예전에는 녹화 때 투덜댄 적이 많다. 연예인 투덜 1호는 탁재훈 씬데, 다들 웃으시는 걸 보니 알고 계시는 것 같다. 그런데 나도 컨츄리꼬꼬를 하다 보니까 영향을 받아서 “아, 녹화 언제 들어가요? 우리 배고픈데 좀 쉬었다 하죠? 지금까지 한 거 재밌는데 더 안 찍어도 되죠?” 그런 어필들을 상당히 했던 것 같지만 이 프로그램을 하면서 이제는 제작진들에게 항상 고운 말, 웃는 모습으로 대하려고 한다. 그리고 다음에는 탁재훈 씨도 PD를 꼭 한번 시킬 예정이다.

자기 이름을 건 프로그램에 대한 부담감도 있나.
신정환 : 공중파에서도 프로그램을 많이 했지만 은 내 이름 하나 걸렸다는 것만으로도 기사가 너무 많이 쏟아져서 부담이 크다. 심지어 외국 갔더니 교민들도 알고 있고 부모님이 “니가 언제 PD 시험을 봤냐”고 할 정도다. 그래서 안영미 작가를 영입했다. 부담을 느낄 때마다 한 명씩 영입할 생각이다. 탁재훈 씨도 작가로 한 번 부른다던가. 혹시 이러다가 다른 프로그램 PD들도 나를 라이벌로 생각하거나 “PD가 왜 이렇게 안 웃겨?” 하면서 안 쓰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되고, 사실은 쉽게 가는 미팅 프로그램을 하고 싶다. 그런 건 욕 먹어도 내가 안 먹고 나와서 실랑이하는 커플들만 욕을 먹지 않나. 그런데 여기서는 안영미 씨 이미지가 좋으니까 잘 빠져나갈 것 같고…. 총대는 내가 맨 것 같다.

목표 시청률은 어느 정도인가?
신정환 : 케이블에서는 김구라 씨가 하는 tvN 처럼 독특하고 자극적인 소재의 토크쇼나 시원시원한 미모의 여성들이 나오는 프로그램이 남성 팬들 때문에 시청률이 잘 나오는 것 같던데, 그럴 거면 안영미 씨를 섭외를 안 했을 거다. 레이싱 모델 같은 분을 섭외했겠지. 하하. 시청률에 대한 부담은 없고 기사로 이슈가 많이 돼서 여한이 없다. 욕만 안 먹으면 된다고 생각하는데 욕도 안 먹을 순 없을 것 같다. 첫 회 때 대본 말아서 아이돌 머리를 때리는 신이 나는 굉장히 재밌었는데, 사실 나도 신인 때 많이 맞아본 사람이라. 하하하. 가식적으로 예쁘다, 예쁘다 그러면 팬들은 좋아하겠지만 솔직한 걸 보고 싶어 하는 시청자들이 더 많기 때문에 자연스런 모습을 보여주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내가 그 친구들을 띄워주지만 버라이어티에서의 생존법을 알려주는 취지가 있기 때문에 혼내는 장면도 많이 나올 것 같다.

예능 PD로서 탐나는 예능인이 있다면 누구인가.
신정환 : 유상무 씨 개그를 참 좋아한다. 개인적으로 만나면 항상 폭발하는데 방송에서는 화산 활동을 안 하는 것 같다. 김종민, 천명훈 씨도 참 좋아하는데 군대 갔다 오더니 예능감이 폭발을 안 하고 있어서 통화할 때마다 “착한 모습 안 보여줘도 되니까 군대 가기 전에 사랑받던 모습대로 보여달라”고 말한다. 그 친구들의 능력이 폭발하기 시작하면 아마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할 거다.
안영미 : 저도 유상무 씨 개그를 굉장히 좋아한다. 사석에서는 제일 웃긴데 하는 멘트마다 비방용이라… 안타깝다.

“신인 아이돌에게 버라이어티 생존법을 알려준다”
신정환 “다른 PD들이 날 라이벌로 생각할까 걱정”
신정환 “다른 PD들이 날 라이벌로 생각할까 걱정”
신정환 씨 본인도 룰라로 짧은 아이돌 시절을 경험해 본 선배인데 신인 아이돌들에게 오래 살아남는 팁을 전수해준다면.
신정환 : 나는 상당히 길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94년 6월인가 시작해서 95년 1월에 장대한 막을 내리고 ‘군바리’가 됐다. (웃음) 남자라면 아이돌이든 누구든 군대를 가야 하는 건 당연한데 그 때 나이가 스물한 살이라 내가 너무 모르는 게 많았다. 사람들을 잘 따르지도 못했고 내가 잘 된다고 으스대기도 했고, 나만 잘 하면 오래 가겠지 하는 생각도 했다. 군대 다녀와서 후회했던 게 많다. 일단 아이돌에게는 팀워크가 제일 중요한 것 같다. 지금까지 아이돌로 인기를 얻으면서 제일 오래 갔던 게 신화나 H.O.T. 정도인데 다른 그룹들은 왜 그 이상 롱런하지 못할까 하는 생각을 선배로서 감히 해 보자면, 요즘은 팀이 인기를 얻으면 개별 활동을 많이 하는 추세다. 그런데 나이가 어린데 많은 인기를 얻고 스케줄에 치여서 힘들다 보면 방송국 가족들, PD나 작가나 스태프들, 매니저들이나 운전해주는 친구들과도 대화가 별로 없어지고 그게 나중에 폭발해서 팀이 깨지거나 소속사와 문제가 생겨서 오래 못 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인기는 갑자기 생길 수도 있고, 하루 아침에 사라질 수도 있는 거니까 이걸 평생 직업으로 생각한다면 자부심을 갖고 먼 미래를 보면 좋겠다. 온 국민이 나를 알고 있고 사랑받는다는 생각을 항상 하고, 모든 동료나 방송국 식구들과 교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지 않으면 결국 오래 못 간다. 버라이어티를 해도 신인 때는 MC들에게 와서 열심히 하겠다던 친구들이 불과 몇 개월 사이 뜨고 나면 피곤한 척 하면서 말도 잘 안 하고 하는 모습을 보면 안타까웠다. 그러니까 자기관리를 좀 잘 해서 롱런할 수 있는 아이돌이 많이 생기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각오를 말해 달라.
신정환 : 은 일단 12회 예정인데 이제 11회가 남았다. 오늘부터 새롭게, 제작진이 어렵게 영입한 안영미 씨를, 사실은 ‘분장실의 강선생님’ 이후 활동을 안 하길래 이렇게 한가할 때 영입해야 나중에 바빠져도 계속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데려왔다. 아무튼 남은 11회 동안 타 방송에서 보여주지 못했던 아이돌의 장기나 매력을 꼭 찾아내서 보여드리도록 하겠다.
안영미 : 막막하다. 하하하. 1회 방송을 잠깐 봤지만 솔직히 고무줄 당기는 거 보고 깜짝 놀랐다. 앞으로 회의를 많이 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아이디어도 못 짜고 있지만 앞으로 열심히 아이디어 짜서 신선한 예능 프로그램을 선사하도록 하겠다.

글. 최지은 five@
사진. 이진혁 eleven@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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