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김연아의 키스 앤 크라이’(이하 ‘키스 앤 크라이‘)와 MBC 는 2명이 짝을 이뤄 무대를 만들어낸다는 공통점이 있다. 또한 두 프로그램의 도전자들은 전문 스포츠인들이 아니어서 도전 과정이 다사다난하다. 현재 6회를 방송한 ‘키스 앤 크라이’는 오는 7월 3일 10팀 중 두 팀의 첫 탈락자가 나오고, 3회까지 진행된 는 벌써 두 팀의 탈락자가 나왔으며, 한 팀은 개인 사정으로 중도 하차했다. 준비, 도전, 탈락이라는 오디션 프로그램의 기본 과정을 한 번 거친 셈이다. 목표를 위해 달리는 과정에서 훈훈한 결과로 예상치 못한 감동을 주곤 하는 두 프로그램은 지금 순항하고 있는 걸까.

‘키스 앤 크라이’

현재 스코어
점점 좋아지고 있다. 초반에는 출연자들의 부족한 실력과 이전 방영분을 지나치게 길게 다시 보여주면서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도전이 계속될수록 점차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런 반응을 반영하듯 지난 5월 22일 첫 회에서 AGB닐슨미디어리서치 기준 전국 시청률 11.6%를 기록한 이후 소폭 하락했던 시청률도 지난 26일 10.4%를 기록하며 반등했다. 점차 좋은 반응을 얻는데에는 출연자들의 힘이 절대적이다. ‘달인’ 김병만, 춤 솜씨가 뛰어난 유노윤호, 선수로서 보여줄 수 없었던 유쾌한 이미지를 보여주는 이규혁 선수, 나이를 이겨내는 박준금, 엄마의 도전을 보여준 이아현 등 모든 출연자들이 뚜렷하게 다른 캐릭터를 가졌다. 그러다보니 연습과정에서 각자 예상치 못한 드라마를 만들어나간다. 유노윤호는 개인 프리뷰 무대에서 놀라운 무대를 보여줬지만 바쁜 스케줄로 연습을 못해 좋은 성적을 얻지 못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파트너를 배려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시청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김병만은 평발과 발목 부상이라는 핸디캡에도 엄청난 노력으로 감동의 무대를 만들며 김연아를 울게 하기도 했다. 리얼리티 쇼의 기본이 출연자들의 캐릭터가 만들어내는 드라마틱한 스토리에 있다면, ‘키스 앤 크라이’는 그것을 충실히 해나가고 있다.

제작진
김재혁 PD는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갈등”이라며 초반부터 출연진의 갈등을 자연스럽게 보여주는데 주목했다. 크리스탈과 파트너 이동훈이 티격태격하는 모습, 이아현과 파트너 김현철의 갈등 등 출연진들의 갈등과 화해가 반복되는 모습은 시청자들의 관심을 피겨스케이팅 무대 뿐만 아니라 연습과정에도 쏠리게 만들었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출연자의 캐릭터와 커플의 특징이 생기고, 출연자들의 발전과정에 시청자가 감정이입할 수 있게 됐다. 비전문 분야에 도전해 늘어난 실력을 무대 위에서 과시하는 것이 아니라 연습장면을 통해 갈등과 화해를 차분히 보여주며 ‘키스 앤 크라이’만의 스토리를 만든 셈이다. 그만큼 초반에는 전개가 더뎌 큰 반향은 일으키지 못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탄탄한 고정 시청자들을 만들 가능성이 있다. 그리 아쉬울 것 없는 유명인들을 대상으로 만든 리얼리티 쇼에 성장, 갈등, 감동 등을 모두 존재하도록 한 것만으로도 일정 수준의 성공을 거뒀다고 할 수 있다.

심사위원
‘키스 앤 크라이’ 네 명의 심사위원은 심사 분야가 다르다. 고성희 위원과 김연아는 경연의 필수 기술과 전체적인 피겨 스케이팅의 완성도를 보는 반면 가수 김장훈과 데이비드 윌슨, 박혜미 등이 출연한 스페셜 심사위원은 퍼포먼스와 연기력을 주로 심사한다. 고성희 위원과 김연아가 일반인이 쉽게 알지 못하는 기술을 짚어준다면, 김장훈과 스페셜 심사위원은 무대의 전체적인 관전 포인트를 짚어준다. 김연아와 고성희 위원이 피겨스케이팅의 전문적인 부분들을 대중에게 다가서게 한다면, 나머지 두 심사위원은 대중이 공감하는 요소들을 언급하는 것이다. 그만큼 피겨 스케이팅을 기술의 완성도와 무대가 주는 즐거움 양쪽으로 즐길 수 있다. 리얼리티 쇼에서 심사위원은 출연자들의 평가뿐만 아니라 쇼와 대중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해야하는 것을 생각하면 ‘키스 앤 크라이’의 심사위원들은 평가단에게 장미꽃을 받을 수 있을 만큼 잘하고 있다.
오디션 프로그램 중간점검 ① - ‘키스 앤 크라이’, 김연아만 있는 게 아니다
오디션 프로그램 중간점검 ① - ‘키스 앤 크라이’, 김연아만 있는 게 아니다
핵심 키워드: 김연아
‘키스 앤 크라이’에서 김연아는 신동엽과 MC를 보고, 심사를 한다. 하지만 김연아는 쇼 전체에 부각되거나 하지 않는다. 대신 ‘키스 앤 크라이’는 10팀이라는 많은 출연진들을 고르게 보여주면서 다양한 재미를 끌어내고 있다. 그만큼 김연아도 MC 역할에 너무 부담감을 느끼지 않은 상태에서 정확한 심사평과 솔직한 멘트로 다듬어지지 않은 매력을 살린다. 김병만과 이수경 커플의 무대를 보고 화려한 수식어 대신 “정말, 정말 감동적인 무대였다”며 눈물을 흘리는 모습은 그 자체로 시청자들에게 무대의 감동을 줬다.

하지만 김연아가 스케이팅에 도움 주는 역할을 하는 중간점검에서는 이런 매력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 방송에 얽매이지 않고 솔직하게 자신을 드러내는 김연아는 출연진들의 무대에 다양한 반응을 보여주지만, 정작 선수들과는 더 가까이 교류할 기회가 없다. 무대가 끝난 후 스케이팅에 대한 지적과 발전 포인트를 짚어주는 정도다. 김연아가 연습 도중 출연자들의 표현력 향상을 위해 스스럼없이 막춤을 출 만큼 출연자들의 연습에 관심을 보인다는 점을 생각하면 아쉬운 부분이다. 제작진은 중간점검에서 김연아와 출연자들을 보다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게 할 방법을 생각해보면 어떨까. 그래서 지난 6회에서 김연아가 하위권인 아이유, 서지석 팀의 연습을 따로 봐주며 자연스럽게 간식을 먹는 장면은 주목할만하다. 서로에 대한 호감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아이유와 김연아는 이 자리에서 “평소 먹고 싶은 음식을 많이 못 먹을 것 같다”는 등의 궁금증을 풀어놓기도 했다. 경연보다 다소 긴장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중간점검에서 출연진과 김연아가 함께 어울릴 계기가 있다면 시청자들이 궁금해할 김연아의 매력을 볼 수 있는 동시에 파트너들끼리의 연습만 반복되는 형식도 피할 수 있을 것이다.

글. 한여울 기자 sixteen@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