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K김동욱의 자진 사퇴, ‘나는 가수다’의 딜레마를 드러내다
JK김동욱의 자진 사퇴, ‘나는 가수다’의 딜레마를 드러내다
MBC ‘나는 가수다’(이하 ‘나가수’)에서 JK김동욱이 자진 사퇴했다. JK김동욱은 한영애의 ‘조율’을 부르다 중간에 스스로 멈췄고, 노래를 다시 불렀다. 이는 일부 네티즌에 의해 특혜 논란으로 이어졌고, 언론을 통해 보도되며 확대됐다. 이에 부담을 느낀 JK김동욱은 스스로 “룰을 어겼다“면서 사과하고, 자진 사퇴를 결정했다.

생방송 전환? 노래 다시 부르기는 특혜?
JK김동욱의 자진 사퇴, ‘나는 가수다’의 딜레마를 드러내다
JK김동욱의 자진 사퇴, ‘나는 가수다’의 딜레마를 드러내다
하지만 음악 프로그램 녹화에서 가수가 노래를 다시 부르는 일은 드물지 않다.옥주현처럼 제작진 실수할 수도 있고, JK김동욱처럼 감정이 엉켜서 노래를 멈출 수도 있다. 더 나은 무대, 더 완벽한 무대를 위해 흐름이 크게 깨지지 않는다면 다시 노래를 부르는 것은 어느 정도 용인되는 일이다. 그러나 이것이 ‘나가수’의 무대에서는 논란을 일으킬만한 일이 됐다. 방송을 보기 전부터 사람들은 그들의 재녹화가 ‘특혜’가 아니냐는 의심을 했고, 논쟁을 벌였다.

이런 논란은 예능과 음악 사이에 있는 ‘나가수’의 독특한 정체성에서 비롯된다. 현재도 ‘나가수’의 시청자 게시판에서는 생방송 전환 요구를 쉽게 볼 수 있다. 생방송 전환 요구는 특히 김건모의 재도전 논란 이후 쏟아져 나왔고, ‘나가수’의 공정성을 지키고 스포일러 유포를 막을 수 있는 대안으로 주장됐다. 그러나 ‘나가수’같은 음악 프로그램이 생방송으로 진행되기는 쉽지 않다. 가수들이 리허설을 할 시간도 부족하고, 제대로된 사운드를 내기도 어렵다. ‘나가수’가 MBC 같은 프로그램보다 월등히 좋은 사운드를 낼 수 있는 건 100% 라이브 사운드를 세밀한 후반작업을 통해 믹싱, 시청자들에게 들려주기 때문이다. 게다가 ‘나가수’처럼 가수들이 다양한 스타일로 편곡을 해서 각자 다른 악기를 세팅하는 경우는 생방송이 불가능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불분명했던 영역이 가수를 더 압박하는 룰이 된다
JK김동욱의 자진 사퇴, ‘나는 가수다’의 딜레마를 드러내다
JK김동욱의 자진 사퇴, ‘나는 가수다’의 딜레마를 드러내다
시청자가 음악 프로그램에서 생방송의 의미를 정확히 모르기 때문에 생방송을 주장할 수 있다. 하지만 JK김동욱의 재녹화 논란은 상당수 시청자가 지금 ‘나가수’의 어떤 부분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는지 보여준다. 재녹화가 특혜라고 생각한다는 건 ‘나가수’에서 경쟁의 공정성 확보가 가수가 바라는 무대의 완성도보다 더 중요하다는 인식에서 나온다. 만약 ‘나가수’가 경쟁 형식을 빌려 가수들의 최고의 무대를 선보이는 프로그램이라는 인식이 더 강했다면 재녹화 논란은 벌어지는 것 자체가 이상하다. 생방송 전환 요구 또한 일고의 가치도 없다. 그러나 탈락이 존재하는 경연이라는 점에 중심을 두면 재녹화에 대한 비판이나 생방송을 통해 문자 투표 등으로 시청자가 경연에 좀 더 개입하고 싶다는 욕구는 이해할 수 있다.

사실 ‘나가수’에서 노래를 무조건 한번에 불러야 한다는 룰은 지금까지 확실히 정해진게 없었다. 실제로 JK김동욱 외에도 이전에 노래를 다시 부른 가수가 있다는 기사도 있었다. 재녹화에 대한 논란은 탈락 시스템이 있는 경연이라는 예능 프로그램적인 특성과 재녹화가 드물지 않은 음악 프로그램의 특성 사이에 있었던 불분명한 영역이었다. JK 김동욱의 재녹화에 대한 논란은 음악과 예능 사이에서 자신이 생각하는 ‘나가수’에 대한 관점을 명확히 드러내는 순간이었고, 많은 대중은 음악 이전에 경쟁의 공정성에 손을 들었다.

그래서 JK김동욱의 자진 사퇴는 ‘나가수’를 바라보는 시청자들의 딜레마를 드러냈다. ‘나가수’에서 가수들이 펼치는 감동적인 무대에 만족하고, 또 다양한 음악과 무대를 접하고 싶다는 바람을 갖고 있을 뿐인가. 혹은 ‘나가수’라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가수들이 펼치는 진검 승부, 그리고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긴장감을 원하는가. 대부분의 시청자들은 이 두 태도의 사이에서 불분명한 영역에 있을 것이다. 다만 JK김동욱의 자진 사퇴로 가수들은 실수하면 노래를 다시 부를 수 없다는 룰이 명문화되었고, 안그래도 온갖 논란 속에서 필사적으로 노래하던 가수들은 ‘나가수’에서 더 큰 부담을 짊어지고 노래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MBC 의 가수지망생이 아니라 노래 실력 하나만큼은 인정받는 가수들이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한 것처럼 실수가 용납되지 않는 무대에 올라야 한다. 과연 이렇게 필사적으로 노래하는 가수들에게 그만한 대가를 치르고 있을까.

글. 김명현 기자 eigh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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