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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기지 않겠지만, 박명수는 8집 가수다. 아직까지도 ‘박명수’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노래는 11년 전 불렀던 ‘바다의 왕자’고, 노래보다 일명 ‘오동도 사건’으로 더 유명한 ‘바람의 아들’의 아픔이 있다. 애국심 가득한 ‘We love 독도’를 불러도 사람들은 김장훈의 독도 사랑만 알아주지만, 그래도 박명수는 가수다. 심지어 실력파 가수나 비주얼 가수처럼 좋은 호칭은 남들에게 다 양보한 ‘기계파 가수’다. “내가 빅뱅 같은 가수들과 대결할 수 없지 않겠느냐”며 9집 앨범 발매시기를 늦춰야 했던 딱한 박명수를 위해 가 곡 작업부터 녹음, 뮤직비디오 제작, 컴백무대 그리고 혹시 남몰래 계획하고 있을지도 모를 단독 콘서트까지 단계별 전략을 마련했다. 이렇게 준비하면 대박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쪽박은 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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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제시하는 플랜B" src="https://img.hankyung.com/photo/202001/2011040502500540190_3.jpg" />미안한 얘기지만 지난 해 박명수의 히트곡은 8번째 앨범 타이틀 곡 ‘Fyah’가 아니다. 각각 소녀시대의 제시카, 카라의 니콜과 함께 부른 듀엣 곡 ‘냉면’과 ‘고래’다. 두 곡 모두 음원이 공개되자마자 싸이월드 뮤직과 소리바다를 비롯한 각종 실시간 차트에서 1위를 차지했다. 박명수가 음원순위 상위권에 오르기 위해서는 유명한 가수들에게 슬쩍 묻어가야 된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대목이다. 제시카와 니콜에 이어 여자 아이돌과 듀엣을 하고 싶다면 오렌지캬라멜의 리지를, 남성 뮤지션으로는 UV를 추천한다. 혹시 유세윤이 후배 개그맨이라 자존심 상하는가. 그렇다면 UV가 노린 이태원보다 규모가 큰 곡을 제안한다. 바로 뉴욕 시장을 겨냥하는 ‘본격 부성애 자극송’인 ‘민서애비뉴(Minseo Avenue)’다. 물론 ‘냉면’을 부를 때 박명수보다 제시카가 더 돋보였던 것처럼, 듀엣곡은 박명수 위주가 아니라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지만 이슈몰이와 가창력 상승을 위해서는 이만한 전략이 없다. 언제까지 ‘바다의 왕자’ 노래방 애창곡 순위권 진입에 만족하고 살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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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제시하는 플랜B" src="https://img.hankyung.com/photo/202001/2011040502500540190_8.jpg" />박명수는 자기 자신에게 냉정한 가수다. 자신의 목소리가 ‘라’까지밖에 올라가지 않는 현실에 낙담하지 않고 현대 기술을 최대한 이용해 단점을 극복한다. 최신곡 ‘Fyah’ 녹음도 약 95% 정도 기계음에 의존했을 정도다. 겉으로는 “대충 불러도 기계가 다 알아서 해줘”라고 무심한 척 하지만 사실은 “녹음실에 신기계가 들어오면 제일 먼저 테스트” 할 정도로 얼리어답터 인생을 살고 있다. 이번 9집에서는 좀 더 완성도 있는 녹음을 위해 최고급 기계를 물색하는 동시에 오토튠(기계음)의 비중을 99%로 끌어올리는 것은 어떨까. 수치는 고작 4% 상승했을지 몰라도 만족도는 400%에 달할 것이다. 만날 “노래는 좋은데 내가 못 불러서…”라고 투덜대지 말고 즉각 실천에 옮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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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제시하는 플랜B" src="https://img.hankyung.com/photo/202001/2011040502500540190_9.jpg" />MBC ‘200회 특집 편’의 굴욕을 기억하는가. ‘뚱스’가 시도 때도 없이 방해했던 ‘Fyah’ 뮤직비디오 제작으로 시작해 시원하게 쏟아진 물대포로 끝난 박명수 몰래카메라, 이 사건을 걸고 제작진에게 뮤직비디오 제작을 정식으로 요청하자. 라이브 무대에 취약한 박명수로서는 뮤직비디오 홍보 효과를 최대한 노려야 하는데, 의 유명세를 빌려 제작과정부터 대중들의 이목을 사로잡을 필요가 있다. 매 타이틀곡마다 뮤직비디오를 제작했지만, 안타깝게도 박명수를 과도하게 클로즈업한 나머지 모든 노력이 수포로 돌아갔던 과거를 거울 삼아 이번에는 ‘미남’ 1순위로 뽑힌 노홍철을 주인공으로 한 뮤직비디오를 만들어보자. 억울해도 어쩔 수 없다. 조성모의 ‘To heaven’ 뮤직비디오에 이병헌이 출연해 얻었던 파급력이 떠오르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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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제시하는 플랜B" src="https://img.hankyung.com/photo/202001/2011040502500540190_10.jpg" />앨범을 발매할 때마다 비슷한 시기에 컴백하는 대형가수들과 측면승부를 벌이던 박명수가 KBS 와 같은 지상파 음악프로그램을 통해 컴백한다면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지난 해 ‘Fyah’를 처음 선보인 무대도 KBS 였다. 노련한 립싱크 실력과 흠잡을 데 없는 퍼포먼스로 그 좁은 목욕탕을 일순간에 사우나로 만들었던 박명수라면 9집 컴백무대 역시 자신이 고정출연하고 있는 예능 프로그램이어야 한다. 하지만 SBS 는 탁재훈, 김제동, 대성 등 박명수를 공격하거나 비웃을 사람밖에 없고 은 뮤직비디오를 제작하기로 했으니, 남은 건 이다. 물론 박경림과 토니 안의 깐족거림을 견뎌야겠지만, 그래도 박명수가 박수를 강요할 수 있는 어리고 순한 아이돌들이 많지 않은가. 그 무대가 처음이자 마지막 공연이라는 마음으로 흑채가 휘날리도록 노래, 아니 춤추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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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제시하는 플랜B" src="https://img.hankyung.com/photo/202001/2011040502500540190_11.jpg" />그럴 일은 없겠지만 만약의 사태에 대비한 단독 콘서트 전략이다. ‘오동도 사건’과 본인의 깨방정으로 게릴라 콘서트를 물거품으로 만들었던 ‘지산 밸리 록 페스티벌 사건’의 실수만 되풀이하지 않아도 절반은 성공이다. 하지만 누가 의도적으로 음이탈을 하고 비밀을 폭로하겠는가. 리허설을 무려 7번이나 했음에도 불구하고 발생한 사태가 바로 ‘오동도 사건’이었다. 그러니 처음부터 그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뿌리를 뽑는 것이 좋다. 게릴라 콘서트를 비롯한 각종 깜짝 이벤트는 꿈도 꾸지 말고 국내 최초 100% 립싱크 콘서트를 유일한 목표로 삼아야 한다. 혹시 팬들이 라이브를 요청하더라도 최대 두 곡 정도만 부르길 바란다. 스스로 두 곡 이상 부르면 목이 쉰다고 하지 않았는가. 한 가지 더 당부하자면, 가사 잊어버렸다고 객석에 마이크 넘기는 ‘톱가수’ 액션은 절대 금물이다. ‘바다의 왕자’를 제외하고는 관객들이 ‘떼창’ 으로 부를 수 있는 히트곡이 거의 없다는 슬픈 현실을 직시하자.

글. 이가온 thirteen@
편집. 장경진 th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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