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KBS 의 송삼동을 잊지 못하고 있는 이들을 위한 희소식, 송삼동을 연기했던 배우 김수현도 마찬가지란다. 한창 삼동이에 빠져 있던 촬영 중에도 “(가 끝나면) 그동안 너무 친해져서 헤어지기 아쉬운, 삼동이 생각을 하고 있지 않을까요?”라고 예상했던 대로 그는 여전히 어느 순간 삼동이가 되어 사투리를 쓰고, 쑥스러운 미소를 짓는 동시에 혜미(배수지) 앞에서 스타가 될 거라 호언장담하던 삼동이처럼 야심찬 대답을 내놓기도 한다. ‘촌놈’ 삼동이가 그래미상의 유력한 후보로 성장하는 동안 자신이 꿈꾸는 ‘올라운드 배우’로서의 길을 성공적으로 걷기 시작한 스물넷의 청년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먹먹한 눈빛만으로도 많은 이야기를 전달하는 김수현을 만났다.

“를 잘 끝낸다면 더 많은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김수현│“뭔가 나는, 그런 것 같다. 짝사랑만 하는 배우” -1
김수현│“뭔가 나는, 그런 것 같다. 짝사랑만 하는 배우” -1


촬영이 끝난 지 2주 가까이 됐는데 어떻게 지냈나.
김수현 : 제일 먼저 한 건 잠을 많~이 잔거다. 갑자기 긴장이 확 풀렸는지 열 네 시간 동안 깨지도 않고 잤다. 그동안 못 만났던 친구들도 만나고, 영화 도 봤다. 요즘 만나는 사람마다 강력히 추천하고 있다.

어떤 부분이 그렇게 추천할 만큼 와 닿았나.
김수현 : 영화가 굉장히 독하다. 발레리나들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어떻게 보면 무섭기도 한데 주인공 니나(나탈리 포트만)의 독한 모습이 주는 감동이 있다. 그 사람이 정신적으로 쫓기는 부분도 기억에 많이 남고, 공연을 시작하는 장면부터는 계속 울었다. 그런데 정신을 차려 보니 나만 울고 있어서 ‘왜 다들 안 울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박수를 딱 치며) 아, 원래 영화 얘길 하려던 건 아닌데…(웃음) 아무튼, 꼭 보시면 좋겠다.

는 누군가의 아역이 아니라 주인공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만의 캐릭터를 연기한 작품이라는 면에서 특별한 경험이었을 것 같다. 지나고 보니 어떤가.
김수현 : 후회는 하나도 없는데 아쉬움은 많다. 촬영이 끝났을 때는 가슴이 탁 트인 느낌이었는데, 그 후에는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노래나 춤에서 스스로 부족함을 너무 많이 느꼈고, 연기도 마찬가지다. 그런 부분이 겹치다보니까 자꾸 아쉬워지는 것 같다. 최선을 다 했으니까 후회는 없지만 결과적으로 내가 표현하려던 것에서는 부족함을 느꼈으니까.

처음 오디션 현장에서 당당히 “K를 하고 싶다”고 얘기했다고 들었다.
김수현 : 와하하하! 그랬다. 이 작품에 욕심을 많이 냈다. 올라운드 배우가 되는 게 목표인데 에서는 무대 위에서 춤과 노래를 보여줄 수도 있고 또래 친구들과 어울리는 앙상블도 가능하기 때문에 이 작품을 잘 끝낸다면 더 많은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K가 되고 싶었다.

3년 전 KBS 의 주인공 한재타 역을 맡았을 때는 15가지 버전의 재타를 준비해 리딩 때마다 다른 모습을 선보였다고 들었다. 욕심이 많기 때문에 다양한 표현 방식을 고민하다 보면 캐릭터를 일관되게 그리지 못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김수현 : 일단 때는 무엇보다 감독님께 ‘저 이렇게 열심히 하고 있어요’라고 어필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래서 물론 그 15가지 버전 중 재타 캐릭터에 가까운 것도 있었지만 좀 먼 것도 있었다. 하하. 그만큼 넓게 생각했던 것 같고. 그런데 삼동이 캐릭터는 지금까지 어디서도 본 적이 없는 인물이라 내가 직접 만들어 나가고 싶었다. 삼동이는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한 번은 세련되어졌다가 또 한 번은 상처를 받아서 어두워졌다가, 결국에는 그걸 다 딛고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 준다. 그런데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부분은 진실하고 순박한 면이다. 한 마디로 삼동이는, 남자. 어떻게 보면 귀엽고 또 어떻게 보면 멋있다. (사투리로) 싸나이 송삼동! 하하.

“꽉 안아주고 싶게 만드는 느낌을 어필하고 싶었다”
김수현│“뭔가 나는, 그런 것 같다. 짝사랑만 하는 배우” -1
김수현│“뭔가 나는, 그런 것 같다. 짝사랑만 하는 배우” -1
SBS 의 강진도 그랬고 삼동 역시 혜미에 대한 마음을 보면 비현실적일 만큼 순정적인 남자다. 이런 설정을 보는 사람에게 납득시키는 것도 배우의 몫인데 어떻게 접근했나.
김수현 : 뭔가 나는, 그런 것 같다. 짝사랑만 하는 배우. 하하. 그리고 이제 혜미 마음이 겨우 열렸다 싶으니까 드라마가 끝나 버렸다. 그래서 끝난 게 많이 아쉽나? 어쨌든, 그런 감정을 표현할 때는 모성애를 자극하려고 했다. 눈물도 흘리고, 어딘가 불쌍해 보여서 꽉 안아주고 싶게 만드는 느낌을 어필하고 싶었다.

지금까지 SBS 에서는 최민수, SBS 에서는 정보석 등 대선배들과 붙는 역이 많았는데 는 대부분의 주인공들이 또래였다. 동년배들과 함께 연기하는 건 어떤 경험이었나.
김수현 : 그 친구들과 만들어가는 시너지, 그게 정말 대단했던 것 같다. 날씨가 추워도, 잠을 많이 못 자도, 시간이 갈수록 점점 지쳐가도 다 비슷한 또래들이니까 좋았다. 연기는 기본이고 춤이나 노래까지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는데, 친구들과 함께여서 큰 숙제들이 많이 해결된 것 같다. 예를 들어 수지 같은 경우 나이도 어린데 연기는 처음이고 분량까지 많아서 그 누구보다 많이 힘들었을 텐데 항상 어른스럽고 밝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같이 연기를 하다보면 어떤 사람인지가 다 느껴지는데 그런 부분이 멋있고 좋았다.

이 작품에서는 연기 뿐 아니라 진짜 친구가 되어야만 나오는 분위기도 있었을 것 같다.
김수현 : 사실 우리가 오래 알고 지낸 사이도 아니고 속 깊은 얘기를 나눈 것도 아니었는데 어느 샌가 그냥 편하게 얽히고설키는 느낌이 들었다. 정말 신기했다. 대화를 하다가 그런 감정을 느낀 경우도 많았고, 촬영을 하면서 애드리브를 해도 자연스럽게 흘러갔다.

특히 현장 인터뷰나 메이킹 필름에서 극 중 친구이자 라이벌인 택연(진국 역)과 죽이 잘 맞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혹시 기억에 남는 애드리브가 있나.
김수현 : 사실…방송에 쓸 수 없는 게 대부분이다. 으하하하! 예를 들어, 혜미가 아빠를 따라 미국에 가려고 할 때 삼동이가 방문 앞에서 마음을 고백하는 장면이 있다. “니, 안 가면 안 되겠나? 여기 있어주면 안 되겠나? 그냥 이래 가버리면 내는 우찌해야 되노?” 대본상으로는 이게 끝이다. 근데 여기서 내가 한 마디 덧붙인다. “…진국아.” 와하하하. 그렇게 진국이와 삼동이가 서로 고백하는 애드리브가 많았다. 그러다보니 현장도 더 재밌어지고.

“삼동이 사투리는 족보 없는 짬뽕 사투리다”
김수현│“뭔가 나는, 그런 것 같다. 짝사랑만 하는 배우” -1
김수현│“뭔가 나는, 그런 것 같다. 짝사랑만 하는 배우” -1
의 배우 대부분이 아이돌 그룹 혹은 가수 출신이었는데 그들과 함께 무대에 서는 건 어땠나.
김수현 : 무대에 올라가는 장면이 있으면 안무와 노래 때문에 우선 겁부터 났다. 그런데 그 친구들은 안무를 한 번 가르쳐주면 “아, 이렇게? 돌고, 차고 빠졌다가?” 하면서 바로바로 따라하는 거다. 그렇게 한 번 보고 몸에 익힐 수 있을 정도면 얼마나 연습을 했을까, 진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살인적인 스케줄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닌 것 같다. 택연이는 안 그래도 키가 큰데 무대에 올라가면 더 커보였다. (웃음) 그 친구들이 무대에서 잘 노는 걸 보면 그 경험치를 뺏어오고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뺏어올 수는 없으니 단기간에 따라잡아야 했을 텐데. (웃음)
김수현 : 그래서 기가 죽었다. 기도 죽고 굉장히 위축돼 있었는데 그런 나를 이끌어준 것도 친구들이었다. 택연이는 내가 따라할 수 있도록 계속 안무를 보여주고 우영(제이슨 역)이는 옆에서 “형, 잘 할 수 있는데 괜히 쫄아서 이런 거야” 라며 용기를 줬다. 사실 그 말이 맞기도 한 게, 동작은 이미 다 외웠는데 막상 하려고 하면 팔이 안 펴지고 가슴 위로 손이 안 올라가니까 답답하지! (웃음)

노래, 춤은 물론 사투리 연기도 소화해야 했는데 상당히 자연스럽다는 평을 들었다. 언어는 단기간에 익숙해지기 어려웠을 텐데 어떻게 연습했나.
김수현 : 일단 몇 달 동안 일상에서 항상 사투리를 썼다. 내가 해야 할 말은 텍스트 안에 있으니까 그걸 기준으로 대구, 부산, 진주, 김해 출신 지인들의 말을 많이 듣고 말했다. 그리고 , 같은 영화를 시청각자료 삼아 최대한 많이 연습했다. 그런데 그렇게 하다 보니 모든 경상도 지역 사투리가 다 섞였다. 그래서 삼동이 사투리는 족보 없는 짬뽕 사투리다. 하하.

글, 인터뷰. 이가온 thirteen@
인터뷰. 최지은 five@
사진. 채기원 ten@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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