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빈 “아무 말 없이 연인을 보내주는 거? 난 못한다”
현빈 “아무 말 없이 연인을 보내주는 거? 난 못한다”
“다시 시작하면 달라질까?” 이미 헤어졌거나 헤어짐을 앞두고 있는 모든 연인들을 머뭇거리게 만드는 이 오래된 질문. 지금 막 이별을 통보받은 그(현빈)와 그녀(임수정) 역시 마찬가지다. “바람 난 와이프 짐 싸는 것까지 도와주는 나이스한 남자” 그는 아내의 커피 잔까지 에어캡으로 꼼꼼하게 싸면서 빠뜨린 거 없냐고 묻는다. 아무렇지 않게 남자가 생겨서 집을 나가겠다고 선언한 그녀는 오히려 그 배려 아닌 배려에 화가난다. 영화 는 이미 수많은 화제 요소들로 떠들썩하게 알려졌다. 아직도 계속되고 있는 ‘주원앓이’의 주인공 현빈과 임수정 주연에 오랜만의 신작으로 제 61회 베를린 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한 이윤기 감독까지. 그러나 이 모든 화려한 외피를 걷어내고도 영화 자체의 매력은 충분하다. 부엌 한 구석까지 추억으로 쌓인 공간이 재벌 3세나 첫사랑을 찾는 여자라는 보호막 없이 맨몸으로 이별을 연기하는 배우들의 재능으로 꽉 찰 것 같다. 다음은 20일 제작보고회를 가진 영화 의 주연배우와 감독의 기자간담회 내용이다.

배우들이 노 개런티로 출연했다고 하는데.
임수정: 노 개런티라는 걸 좋게 생각해주셔서 감사하지만 그게 그렇게 크게 얘기될 부분은 아닌 거 같다. 우리 뿐 아니라 참여한 스태프들도 한 마음으로 영화를 만들고자 했으니까. 한국영화의 다양성을 위해서 많은 노력을 하고, 고생하는 제작자와 감독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작환경이 좋아지고 있지 않아서 안타깝다. 그분들의 열정에 영화를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 조금이나마 보탬이 될 수 있으면 하는 마음으로 참여했다. 앞으로도 이런 기회가 있다면 계속 참여할 것이고, 그 어느 때보다 즐겁게 촬영했다.
현빈: 임수정 씨가 말했듯이 배우들이 다양한 장르와 소재의 영화에 출연해서 연기하는 건 굉장히 행복한 일이다. 또한 소재가 너무 재미있었고, 열정이 많은 사람이 똘똘 뭉쳐서 만든 영화라 나도 그 사이에 끼고 싶어서 참여했다. 경제적인 걸 떠나서 영화를 만들고 연기한다는 게 새삼 즐겁고 기뻤다. 영화도 그렇고, 드라마도 그렇고 모든 장르에서 배우들이 좋은 환경, 좋은 소재로 연기할 수 있었으면 한다.

“나중에 다른 영화에서 꼭 다시 만나고 싶다”
현빈 “아무 말 없이 연인을 보내주는 거? 난 못한다”
현빈 “아무 말 없이 연인을 보내주는 거? 난 못한다”
극중에서 남자 주인공은 부인이 떠난다고 할 때 굉장히 담담하게 보내준다. 그런 상황이 쉽게 몰입되던가.
현빈: 그라는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나도 저럴 수 있을까라는 물음표를 던져봤는데 이렇게까지는 못할 거 같다. (웃음) 그 마음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거 같다. 정말로 사랑한다면 보낼 수도 있다는 가정 하에 연기를 했고, 사실 그거보다 힘들었던 건 표현 하지 않으면서 감정을 계속 눌러놔야 된다는 거였다. 글쎄… 100프로 이해했다면 거짓말이지만 어느 정도는 이해했던 거 같다.

실제로 연인이나 아내가 일방적으로 이별을 통보한 상태에서 그녀의 짐을 싸는 것까지 도와줄 수 있을까.
현빈: 아니요, 전 못합니다. (웃음) 성격상 속에 있는 마음이나 감정을 일일이 다 표출 하는 건 아니어서 그와 비슷한 부분이 있긴 있는데 그래도 어느 정도는 얘기를 할 거 같다. 솔직히 잡고 싶으면 잡았을 거 같고. 그리고 보내줘야겠다고 판단했다면 짐은 알아서 싸야지. (웃음)

임수정의 경우 극중의 그녀처럼 실제로 누군가와 그런 식으로 결별한 경험이 있나.
임수정: 아직 미혼이기도 하고 (웃음) 연애를 했어도 그렇게 사랑하는 사람에게… 어쨌거나 그녀는 용기 있는 여자다. 새 사람이 생겼다고, 떠나겠다고 남자에게 말하는 게. 나는 그렇게 해본 적은 없다. 그래서 어떻게 연기해야할까 고민도 했다. 영화 내내 그녀는 떠나겠다고 마음을 먹다가도 또 다시 흔들리고 또 다시 그에게 이상한 연민 같은 걸 느끼고 떠나야하나 말아야하나 계속 고민한다. 어떤 정답을 이 영화로 하여금 내린다기보다는 사랑을 하면서 그 안에서 생기는 여러 가지 감정,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그런 사랑의 한 부분을 연기했다. 물론 쉽진 않았지만 하면서 또 다시 사랑에 대해서 느끼게 됐다.

강동원, 비 등 연하의 미남배우들과 많이 작업했는데 이번에도 현빈과 함께 했다. 배우로서 현빈의 매력을 말해준다면.
임수정: 좋은 배우 분들과 많이 작업을 했는데 (현)빈 씨하고 작업할 때는 다른 영화에 비해 기간이 굉장히 짧았는데 끝날 땐 아쉬울 정도로 호흡도 잘 맞고 현장에서 인간적으로 봤을 때도 굉장히 섬세하다. 상대배우도 잘 배려하는 멋진 남자고, 배우로서도 깊은 감정을 소통하고 공감할 수 있는 배우다. 언젠가 다시 기회가 온다면 같이 연기하고 싶은 훌륭한 배우다.
현빈: 나 역시도 이 작업이 굉장히 짧은 기간 동안 진행이 돼서 정말 아쉬웠다. 이제 좀 서로에 대해 교감하고 소통이 되고 있는 와중에 끝이 나서 너무 아쉬웠다. 나중에 다른 영화에서 또 만나고 싶다. (웃음)

“영화의 3번째 주인공은 공간”
현빈 “아무 말 없이 연인을 보내주는 거? 난 못한다”
현빈 “아무 말 없이 연인을 보내주는 거? 난 못한다”
최근 현빈의 해병대에 자원입대하는 것이 크게 화제가 되고 있다.
현빈: 이 질문에 대답은 이것만 하겠다. 이런 자리에서 사적인 걸로 자꾸 말하게 되면 같이 영화한 분들에게 죄송하다. 일단 우리나라 남자라면 누구나 해야 할 의무 중에 하나고, 솔직히 늦은 나이에 입대하게 되서 창피하기도 하다. (웃음) 그래서 조용히 가고 싶다. 많은 분들이 내 선택에 관심을 가져주고 응원해주시는 건 정말 감사하지만 부끄러울 만큼 일이 커진 거 같아서 쑥스럽다. 누구나 하는 거니까 우리나라 남자로서 의무를 다하고 오겠다.

해병대 지원, SBS 의 성공적인 종영, 베를린 영화제 진출 등 최근 좋은 소식이 끊이지 않고 있는데 그 중에서 가장 최선의 선택을 꼽는다면.
현빈: 내 선택은 아니지만 영화제에 초청된 게 가장 기분이 좋다. 어린 나이에 3대 영화제 레드카펫을 밟을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는 게 영광스럽다. 그게 제일 기분이 좋다. (웃음)

남녀가 이별하기까지의 몇 시간이라는 짧은 시간, 한정된 공간에서 이들의 감정을 보여줘야 하는데 배우들의 연기 외적으로 특별히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
이윤기 감독: 주인공은 남녀 캐릭터이지만 그들이 함께한 공간이 3번째 주인공이다. 한정된 공간이기도 하고, 그 안에 그동안의 추억과 기억들이 쌓여있기 때문에 그런 것들을 영화 속에서 자연스럽게 관객한테 전달될 수 있도록 노력했다. 그 외적으로는 영화 내내 비가 오는데 그 비가 굉장히 중요한 요소라 그 비를 가지고도 많이 신경을 썼다. 실제로 관객에게 어떻게 전달되지 모르겠지만 여러 가지 소품에도 배우는 물론이고 스태프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영화를 보시면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앞으로 영화를 보게 될 관객들에게 마지막으로 한 마디 한다면.
이윤기 감독: 무엇보다 영화는 완성하는데 의미가 있는 거 같다. 완성 이후에 그 영화가 개봉해서 어떤 상업적 결과를 낳건, 유명 영화제를 가건 그건 그 뒤에 그 영화가 가진 일종의 운명이라 생각한다. 아주 다행스럽게도 는 좋은 상황을 맞고 있는 거 같다. 그렇게 해서 더 좋은 결과가 있으면 좋겠지만 현재로서 기쁘고 만족한다. 혹자들은 베를린 가서 상을 탈거냐 말거냐 묻기도 하는데 그건 상당히 촌스러운 질문이다. 영화제에서 상을 타는 건 보너스 개념이지 상을 못 타면 실패한 거하는 식의 기사는 안 썼으면 좋겠다. 그리고 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영화를 만드는 환경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누구나 좀 더 다양한 영화를 보고 싶은 욕구가 있을 텐데 그럴 수 있는 상황들이 점점 사라지는 것 같다. 꼭 우리 영화를 보라는 건 아니고 (웃음) 그런 상황에서 제도적으로 의지를 가진 분들이 많이 있어야 되는데 예전보다 그렇지 않다는 게 안타깝다. 우리가 경기도 G-CINEMA의 지원을 받은 것처럼 좀 더 다양한 투자가 이뤄져서 관객들도 좀 더 색다른 영화를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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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지혜 seven@
사진. 채기원 t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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