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나의 작품이 소비자 앞에 전시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지만 자본주의는 상업성과 대중성이 보장되지 않는 작품에는 유예기간을 주지 않는다. 타 장르에 비해 순수하다 여겨지는 공연시장 역시 쉽지 않은 제작여건과 수익의 압박으로 신작보다는 재공연을, 창작보다는 검증된 라이선스 뮤지컬이 선호되었고, 그 결과 2010년 올 한해도 스타캐스팅을 담보로 제작된 라이선스 작품들이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최근 2-3년 사이 젊은 창작자를 발굴·지원하는 이른바 ‘아트 인큐베이팅’이 본격적으로 등장해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어가는 중이다. 외국에서는 정식 공연 전 다수의 공개워크숍과 쇼케이스 등을 열어 투자의 가능성과 미래 관객들로부터 다양한 피드백을 받으며 경험치를 쌓아가지만, 국내무대에서는 그 사례를 쉽게 접할 수 없었다.
국내공연시장에는 문광부의 ‘창작팩토리’와 서울문화재단의 ‘대학로 우수작품 인큐베이팅 프로젝트’, 아르코 예술극장의 ‘봄작가, 겨울무대’ 등 다수의 아트 인큐베이팅이 진행되고 있다. 그 중 단연 돋보이는 프로젝트는 2007년 재개관과 함께 계속되어 온 두산아트센터의 ‘창작자 육성 프로그램’와 2010년 CJ 아지트에서 진행중인 ‘크리에이티브 마인드’. 초기의 인큐베이팅이 제작비 지원에만 그친 것에 비해 최근 진행되는 프로젝트들은 제작비를 비롯해 배우캐스팅, 연습실 대여, 데모 음원 제작, 이후 공연장 대관 등 제작전반에 필요한 구체적인 부분까지 지원하며 창작자들의 든든한 동료가 되고 있다.
구체적인 제작전반을 지원하는 아트 인큐베이팅

11월에 시작된 또 다른 인큐베이팅 프로젝트 ‘크리에이티브 마인즈’는 지원대상을 ‘뮤지컬’에 국한시켜 한 달에 한작품씩 공개리딩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27, 28일에는 에 이어 ‘크리에이티브 마인즈’의 두 번째 작품 가 소개됐다. 사랑을 잃은 한 남자의 집착과 분노, 슬픔을 담은 이 작품은 아카펠라라는 독특한 형식으로 주목을 받은 뮤지컬 의 민준호 연출작. 뒤늦은 후회와 반성, 자신을 소중히 하라는 교훈까지 다소 평범한 내용과 결말을 담았지만 ‘꿈치료’라는 독특한 소재와 이별을 대하는 인물들의 보편적 정서, “하나의 배우”로 작용하는 영상처리로 발전가능성을 놓치지 않았다.
시장내 다양성을 가져올 창작

창작의 어려움과 중요성을 공개적으로 드러내는 이러한 일련의 프로젝트는 공연장르를 발전가능한 새로운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영역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증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문제점은 산재해있다. 하지만 무분별하게 펼쳐진 시장 내 거품이 어느 정도 사그라들고, 이와 같은 아트 인큐베이팅을 비롯해 많은 제작사에서도 새로운 신작 발굴을 게을리 하지 않아 2011년 한해 다양한 방식의 창작 신작이 소개될 예정이다. 드라마를 원작으로 한 뮤지컬 과 연극 에서부터 故 이영훈 작곡가의 곡들로 이루어진 주크박스 뮤지컬 와 해외 크리에이티브가 합세한 까지. 다가오는 2011년 공연시장의 다양성과 실험정신이 창작 작품에서 시작되길 기대해본다.
사진제공. CJ문화재단
글. 장경진 th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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