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제부터 가수가 되고 싶었는가. 누구에게나 할 수 있는 간단한 질문이었다. 그러나 케이윌은 차분한 목소리로 청춘의 한 대목을 천천히 되짚어 나갔다. 그 긴 이야기의 시작은 중고등학생 시절부터였다. “수업시간에 나도 모르게 노래를 흥얼거리다가 야단맞기도 하고, 독서실에서 쫓겨나기도 했어요”라고 할 정도로 그는 노래를 좋아하는 학생이었다. 그러나 스스로도 그 마음이 어디까지 자라날 지 알 수 없었던 그는 이루어지면 물론 좋지만, 크게 기대하지 않는 “로또를 하는 기분”으로 그 시절을 보냈다. 대학에서 건축공학을 전공하면서 노래는 한발 짝 그와 멀어졌지만, 의외로 퍼즐은 군입대 후 어깨탈골로 다시 공익근무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 맞춰지기 시작했다. “그냥 면제를 받았으면 복학을 하고, 노래를 부르지 않았을지도 몰라요. 그러나 공익근무를 하면서 그 시간을 흘려보내고 싶지 않았어요. 낮에 근무를 하고, 밤에는 작곡가 형의 작업실에서 녹음을 했죠. 두 곳의 거리가 워낙 멀어서 새벽에 PC방이나 찜질방에서 밤을 새고 다시 출근하는 날도 있었어요”라고 하는걸 보니 찾기 쉬운 퍼즐 조각은 아니었던 것 같지만 말이다.
첫 방송 후 눈물이 뚝뚝 흘렀던 이유

그리고 그 소박하지만 지극한 사랑의 역사를 듣고 나면 첫 방송 후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는 그를 이해할 수밖에 없다. “전날 잠을 1초도 못자는 바람에 리허설을 망쳤어요. 녹화를 할 때는 관객들이 있어서 데뷔 전 공연하던 때를 생각하면서 노래 할 수 있었는데, MC인 윤도현 선배님이 질문을 하시는 순간 다시 긴장해 버려서 질문에 대답도 못했어요. 무대에서 내려오면서부터 눈물이 터지더라구요. 시원하면서 화가 나기도 하고 굉장히 복합적인 감정이었어요.” 그러나 1집 앨범 이후 그의 운명은 다시 불투명한 안개 속에 놓이게 되고, 다시 예전처럼 미래를 불안해하게 된 그는 과거와 현재를 돌아보며 고난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결국 디지털 싱글 ‘러브 119’가 발판이 되고 ‘눈물이 뚝뚝’으로 뛰어 올라 사람들의 기억에 목소리를 남기는데 성공 했지만, 어쩐지 운명의 신이 그에게 유독 가혹했다는 생각이 들 지경이다.
로또보다 강한 그의 운명


글. 윤희성 nine@10asia.co.kr
사진. 채기원 ten@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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