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은│남다른 보이스를 가진 뮤지션들의 음악
김소은│남다른 보이스를 가진 뮤지션들의 음악
백문이 불여일견이라 하지만 때때로 목소리는 보이는 것 이상의 힘을 가진다. 그래서 복숭아같이 발그레한 볼을 가진 무수한 소녀의 얼굴들 사이에서 김소은은 묘한 여운으로 기억된다. 발랄한 외모와 달리 살짝 낮은 음색은 단정하면서도 강단 있는 분위기로 그녀를 변별한다. 김소은이 KBS 의 전반부에 등장해 나라의 운명에 인생을 헌납한 여인의 맹아를 꼭꼭 씹은 듯한 연기를 보여주었을 때도 그 작은 얼굴에 서린 위엄이나 두 볼을 적신 눈물보다 강렬한 것은 울림과 깊이가 남다른 그녀의 목소리였다. KBS 나 , 에서 옆집 소녀의 친근함을 보여줄 때도 그녀의 목소리는 쉽게 감춰지지 않았다. 만약 순수하고 유쾌한 소녀의 모습 속에 식물의 뿌리처럼 중심을 꼭 붙들어 주는 알맹이가 느껴졌다면, 연상의 옆집 아저씨를 향한 설렘이 자고 나면 사라질 감정의 착각처럼 가벼워 보이지 않았다면 그것은 바로 김소은의 말이 전하는 기묘한 무게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목소리에 반하게 되면 그 노래를 더욱 좋아하게 되는 것 같아요. 저는 누가 부르느냐가 중요한 사람인가 봐요”라는 그녀의 말은 어쩐지 반갑다. “아버지가 LP 모으는 것을 좋아하셔서 어릴 때 집에 늘 음악이 흐르고 있었어요. 철없을 때는 레코드판을 부메랑처럼 던지고 놀다가 야단맞기도 했지만 나중에는 아버지가 좋아하시는 음악을 같이 듣기도 했죠.” 생활의 소리로 음악을 접한 덕분에 그녀는 굳이 음악을 찾아 듣는 열혈 마니아는 아니지만, 익숙한 목소리는 단박에 알아내는 귀를 갖게 되었다. 특히 “아버지가 고민이 있을 때나 생각할 일이 있을 때는 늘 ‘Let It Be’를 집에 틀어 두셨어요”라고 할 만큼 자주 들었던 비틀즈의 목소리는 제목을 모르는 노래를 듣더라도 알아낼 수 있을 정도다. 이제 김소은은 “아마 아버지에게 그 해답이 필요했나 봐요. ‘Let It Be’ 말이에요”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훌쩍 자란 나이가 되어 아버지가 그랬듯이 마음이 복잡할 때면 음악으로 위안을 얻는다. 그리고 그녀에게 유난히 말을 걸어오는 목소리의 주인공은 다음과 같다.
김소은│남다른 보이스를 가진 뮤지션들의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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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브라운 아이드 소울의 < Soul Free >
“기분이 우울하면 일부러 마음을 밝게 하려고 애쓰지 않아요. 우울한 기분은 그대로 바닥을 쳐야 다시 기분이 좋아진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차라리 일부러 더 멜랑콜리한 노래들을 들으려고 해요.” 기분에 따라 음악을 듣되, 그 상태를 더욱 고양시켜 줄 수 있는 노래를 선호하는 김소은은 특히 혼자 있는 시간이면 쓸쓸한 발라드 음악을 자주 듣는다. 그중에서도 브라운 아이드 소울의 앨범은 유려한 멜로디와 화려한 하모니로 다른 생각을 하지 않고 마냥 기분에 빠져들게 해 주는 덕분에 즐겨 듣게 된다고. “다른 목소리들인데 이렇게 하나의 음악을 만들어 내는 것을 듣고 있으면 신기해요. 연기자니까 저도 다른 배우와의 어울림에 대해서 고민을 하게 되거든요. 하나의 그림을 만드는 짜릿한 기분을 맛볼 수 있으면 좋겠어요.”
김소은│남다른 보이스를 가진 뮤지션들의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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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정엽의 < Nothing Better (서울무림전 OST Ver.) >
다양한 요소들이 어우러져 하나의 좋은 모습을 만들어 내는 것은 물론, 아름다운 일이다. 그러나 전체의 합이 아무리 조화로울지라도 유독 눈에 띄는 뛰어난 지점이란 존재하기 마련이다. 김소은에게는 정엽의 목소리가 바로 그러한 낭중지추의 음색이다. “당연히 나얼 씨의 목소리도 참 좋아해요. 그렇지만 저는 정엽 씨의 ‘Nothing Better’를 들었을 때는 감탄을 넘어서 소름이 돋았어요. 어떻게 그렇게 느낌을 완벽하게 실어서 노래를 부를 수 있을까요? 어려운 감정 신을 연기하는 것 같은 에너지가 느껴진달까요. 하지만 노래가 너무 어려워서 따라 부르지는 못해요. 솔직히 아무도 없을 때는 살짝 흥얼거려 보기는 했는데, 에이, 아무한테도 못 들려주겠어요.”
김소은│남다른 보이스를 가진 뮤지션들의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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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Whitney Houston의 < I Look To You >
“사실 에 대해서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지만 영화를 처음부터 끝까지 보지는 못했어요. 영화가 개봉했을 때 저는 아기였거든요. 하하하. 하지만 주제곡만큼은 당연히 잘 알고 있어요.” 영화 가 개봉한 것은 1992년의 일. 사실 1989년생인 김소은이 휘트니 휴스턴의 전성기를 기억하기란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기록된 음악은 여전히 감동을 전하고, 그래서 예술가는 전설이 되는 법이다. 그래서 김소은은 ‘I Will Always Love You’는 물론 휘트니 휴스턴이 지난해 재기를 선언하며 발표한 ‘I Look to You’를 즐겨 듣는다. “얼마 전에 한국에서도 공연 했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저는 드라마 촬영 때문에 뉴스로만 접했는데 실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기사들이 있더라구요. 그래서 안타깝기도 했어요. 하지만 음반으로 들으면 여전히 매력적인 목소리에요.”
김소은│남다른 보이스를 가진 뮤지션들의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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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요조의 < Traveler >
갓 스무 살을 넘긴 아가씨가 언제나 우울할 수만은 없는 법. 특히 봄이 오는 요즘 같은 날 김소은은 불현듯 마음이 두근거리는 경험을 한다. “날씨가 좋으면 괜히 기분도 따라서 맑아질 때가 있잖아요. 그럴 때 듣기에 좋은 노래에요”라고 김소은이 추천한 곡은 요조의 ‘에구구구’. 남자친구에 대한 이야기를 귀엽게 풀어낸 가사가 많은 여성 리스너들의 공감을 얻었던 곡으로 김소은 역시 이 노래의 사랑스러움에 반해 미니 홈페이지의 배경 음악으로 등록했을 정도라고 한다. “너무 어렵지 않으면서도 방송에서 흔하게 듣는 음악과는 다른 분위기가 있어서 요조의 노래를 좋아해요. 말하는 것처럼 노래를 부르는 목소리도 마음에 들고, 가사가 너무 귀여워서 따라 흥얼거리게 되는 것 같아요.”
김소은│남다른 보이스를 가진 뮤지션들의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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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크라잉 넛의 < OK 목장의 젖소 >
기분을 밀어붙이는 김소은의 성격은 기쁠 때 역시 마찬가지다. 그래서 신나는 일이 있을 때, 그녀는 크라잉 넛의 노래를 큰 소리로 부르며 기쁨을 만끽한다. 아무 생각 없이 마구 소리를 지르며 몸을 움직이는데 이들의 노래만큼 좋은 재료는 없다. “듣는 것도 좋지만, 크라잉 넛의 노래는 노래방에서 부를 때 정말 흥겨워져서 좋아해요. ‘말 달리자’도 좋아하는데 최근에는 ‘룩셈부르크’도 자주 불러요. 함께 있는 사람들이 다 같이 흥분해서 합창할 수 있다는 점이 무엇보다 대단한 것 같아요. 몇 번 듣지 않아도 금방 따라 부를 수 있고, 그러면서도 쉽게 질리지 않거든요. 이렇게 이야기를 하다 보니까 어쩌면 단순한 것이 가장 정확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렇게 큰 역할을 맡은 것도 처음이지만, 이렇게 작품을 하면서 힘들고 어려운 것도 처음인 것 같아요.” KBS 일일드라마라는 대 장정의 중심이 되어 매일매일 촬영장에서 하루를 보내는 김소은은 주인공으로서의 부담과 한눈팔 틈이라고는 없는 빡빡한 스케줄에 조금 겁을 먹었다고 고백한다. “힘들 거라고 각오는 했었지만 이 정도 일 줄은 몰랐어요”라고 엄살을 부릴 때는 그 진중한 목소리에 예상치 못한 어리광이 묻어 나오기도 한다. 그러나 알밤처럼 야무진 연기로 차근차근 계단을 밟아가는 그녀답게 대답의 마무리는 단단하기 그지없다. “다른 스케줄이나 후속작품은 생각할 겨를도 없이 힘들지만, 오기를 내서라도 꼭 기대에 부응하고 싶어요. 그리고 아직은 제가 다른 작품에서 보여 드린 캐릭터들과 비슷해 보일지 몰라도 좀 있다가 시집가게 되면 아마 다른 모습을 보여 드리게 되지 않을까요? 아, 물론 극 중에서 결혼하는 거예요. 하하하.”

글. 윤희성 nine@10asia.co.kr
사진. 채기원 t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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