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발레하면 날씬하고 우아해지는 거야?
나도 발레하면 날씬하고 우아해지는 거야?
나도 발레나 현대 무용 같은 것 좀 배워볼까봐.
운동이라면 숨 쉬기 운동 밖에 할 줄 모르던 애가 웬일이야?

이번에 ‘1박 2일’에 나온 유니버설 발레단원들 보니까 진짜 다들 너무 날씬하고 예쁘더라고. 이제 슬슬 두꺼운 겨울옷도 벗게 되는 시기인데 발레로 몸매 관리를 하면 어떨까 해서.
그거 참 듣던 중 반가운 소리구나. 기본적으로 발레는 몸 구석구석에 퍼져있는 근육들을 골고루 발달시키기 때문에 여자들의 몸매를 탄력 있게 만들어준다던데 이번 기회에 열심히 배워봐.

그럼 나도 유니버설 발레단 발레리나 같은 몸매가 될 수 있을까?
그냥 일상복을 입은 상태라면 비슷한 느낌이 들 수야 있겠지. 하지만 실제 그들의 몸이 된다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야. 사실 그 정도 수준에 오른 사람들의 몸은 이미 예쁜 수준을 넘어서 어떤 극한의 단계거든.
나도 발레하면 날씬하고 우아해지는 거야?
나도 발레하면 날씬하고 우아해지는 거야?
극한이라는 건 무슨 뜻이야?
발레라는 건 육체의 선과 세말한 움직임으로 다양한 감정을 표현하는 예술이기 때문에 엘리트 발레리나들은 거의 몸의 근육과 뼈를 재조립해. 가령 턴아웃(turn-out)이라는 자세를 보면 발뒤꿈치를 붙이고 발끝을 양쪽으로 벌려 180도로 만드는데, 단순히 발뿐이 아니라 골반부터 다리 전체가 옆으로 돌아가야 이런 자세가 가능해. 이 상태를 언제나 유지할 수 있어야 하다 보니 엑스레이를 찍어보면 골반뼈가 벌어져 있지. 이번 ‘1박 2일’에서 ‘상상의 한계를 초월하는 유연함’이라는 자막과 함께 스트레칭 장면이 나오기도 했지만 그건 다른 말로 육체의 한계를 초월하는 유연함이라고 보면 돼.

몸이 유연하면 좋은 거 아니야?
어느 단계까지는 그렇지. 하지만 발레리나는 거의 관절의 가동범위를 넘어설 정도로 몸을 꺾기 때문에 고통스럽고 심지어 상해를 입을 수조차 있어. 알기 쉽게 종합격투기 기술인 암바를 생각해보자. 이 기술은 팔꿈치가 바깥으로 꺾여서 아픈 거잖아. 만약 유연성을 키우기 위해 암바가 걸리는 방향으로 스트레칭을 하면 그게 얼마나 고통스럽겠어. 물론 이건 극단적인 예지만 그만큼 발레리나 혹은 발레리노의 스트레칭은 인체의 해부학적 특징을 넘어서려는 몸짓이라고 할 수 있어. 그렇기 때문에 하루만 연습을 쉬어도 몸을 다루는 느낌이 다르다고 하는 거야. 몸은 계속해서 트레이닝 전의 타고난 상태로 돌아가려 하니까. ‘1박 2일’에서도 다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스트레칭 하는 거 봤지?

그런데 나는 몸을 꺾고 휘는 것보다 빙글빙글 돌면서도 멀쩡한 게 더 신기하던데?
그건 스포팅(spotting), 즉 시선을 한 점에 고정하는 방법으로 가능한 거야. 그냥 몸의 회전을 따라 고개가 같이 도는 게 아니라 몸이 돌면서도 고개는 정면의 한 점을 응시하는 거지. 우리가 돌고나서 어지러움을 느끼는 건 반고리관의 체액이 관성 때문에 계속 돌기 때문인 건데, 스포팅을 이용하면 반고리관의 체액 회전을 최소화할 수 있어. 예전 ‘인체탐험대’에 나왔던 발레리나는 스포팅을 이용해서 300바퀴 회전 이후에도 똑바로 걷는 모습을 보여줬지.

아, 그럼 어지럼증에 익숙해서 그런 게 아니야?
글쎄? 일반인보다는 좀 더 낫지 않을까? 하지만 조장이었던 은지원의 바람대로 코끼리 코 돌기를 했다면 발레리나라 해도 쓰러지고 말았을 거야. 그 자세로는 스포팅도 안 될 뿐 아니라 목과 허리의 중심이 무너져서 더 쉽게 어지럼증을 느끼거든. 실제로 ‘인체탐험대’에 나왔던 발레리나도 코끼리 코 15바퀴를 돌더니 쓰러지고 말았지.
나도 발레하면 날씬하고 우아해지는 거야?
나도 발레하면 날씬하고 우아해지는 거야?
그렇구나. 너무 편안한 표정으로 하기에 나는 발레리나는 아예 어지럼증을 못 느끼는 사람인 줄 알았어.
그럴 리가 있나. 발레라는 게 단순한 기예가 아닌 예술이다 보니 표정 역시 우아하게 유지해야 하지면 결코 그 동작들은 편하게 할 수 있는 게 아니야. 회전 역시 어지럼증 뿐 아니라 다리 근육에 상당한 무리를 주는 동작이야. ‘1박 2일’에도 나왔던 황혜민 발레리나는 한 인터뷰에서 “(의) 백조 아다지오를 마치고 나면 왼발에서 쥐가 날 지경”이라고 밝힐 정도였어.

하긴, 그렇게 돌면서 버티려면 힘들겠지. 그런데 왜 왼발인 거야?
기본적으로 오른손잡이는 오른쪽으로 도는 게 더 편하거든. 그러려면 오른발을 들고 왼발을 축으로 회전하는 게 유리하지. 그러다보니 왼쪽 허벅지와 종아리가 오른쪽보다 더 굵은 경우가 많아. 물론 왼손잡이는 그 반대겠지. 그나마 회전의 축을 한 점에 모아주는 토슈즈 덕분에 더 빠르게 회전하고 종아리 근육도 덜 쓸 수 있지만 결국 그건 몸에 또 다른 무리를 주지.

나도 알아. 발레리나 강수진 같은 그런 발이 되는 거잖아.
모든 발레리나가 꼭 그런 발을 갖게 되는 건 아니지만 어쨌든 그녀의 발은 그 작은 토슈즈에 발을 넣고선 발끝으로 지탱하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가시적으로 보여주지. 발레를 할 땐 발이 체중의 4배에 달하는 힘을 받는다고 하니 여차하면 부상을 입을 수도 있고. 발레를 하는 사람들의 6, 70퍼센트가 발가락이나 발목에 고질적인 통증을 가지고 있다는 조사 결과를 봐도 그들이 느끼는 고통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을 거야.

그렇구나. 나는 마냥 예쁘고 날씬하고 우아한 아가씨들로만 봤는데.
네 말대로 예쁘고 날씬하고 우아하지. 다만 그것들을 유지하기 위해 정말 엄청난 노력을 하고 엄청난 고통을 이겨내는 거야. 이번 공연에서 발레리노들이 들어주는 동작이 있었지? 이 때 남자들만 상체 근육을 쓰는 게 아니라, 그 상태에서 우아한 자세로 몸의 평형을 유지하기 위해 여자 역시 온 몸의 근육을 바짝 긴장시켜야해. 그 아름다운 몸매가 엄청난 트레이닝으로 만들어진 순수 근육질이기에 가능한 거지.

그런데 네 설명 듣고 나니까 발레 배울 의욕이 확 사라지는데?
야, 그건 SK 김광현이 어깨 부상당했으니까 사회인 야구 못 하겠다는 거랑 똑같은 소리지. 엘리트 수준의 운동은 신체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만큼 위험 요소도 커지지만 그게 그 종목 자체의 위험성을 뜻하는 건 아니야.

그럼 배우라는 얘기지?
그걸 왜 나한테 물어. 네가 알아서 하는 거지.

그럼 하지 마?
말했잖아. 알아서 하.라.고.

글. 위근우 eight@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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