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로 : 5년 동안 대학생이 되려고 노력했다. 서른이 돼서야 실질적인 데뷔작이 영화관에 걸렸다. 30대 중반이 돼서야 오락 프로그램에서 환호를 받았고, 30대 후반으로 접어들 때 쯤 영화 크레딧에서 가장 먼저 이름이 올랐다. 그리고 만 40세가 되어 한 편의 드라마를 이끌기 시작했다. 무명 배우, 웃기는 조연, 토크쇼의 감초, 예능 프로그램에 고정으로 출연할 수 있는 배우, 그리고 주연배우. 김수로는 그렇게 천천히 앞으로 간다.
김수로
김수로
김상중 : 김수로의 본명. 김수로의 본명과 동명이인인 배우 김상중은 김수로가 자신과 같은 이름 때문에 에 출연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제작진이 자신을 섭외하려다 김수로에게 잘못 연락을 했고, 제작진은 연락을 받고 온 김수로가 영화에 대한 열의가 넘쳐 출연시켰다고. 반면 김수로는 를 “3시간만 서 있으면 돈 준다기에 뛰어간” 작품이라고 말한다. 김수로는 정식 오디션을 통해 출연한 를 실질적인 데뷔작으로 꼽는다.

김상미 : 김수로의 여동생. 김수로와 영화 , 등에 함께 출연했다. 이 때 김수로는 이미 20대 후반으로 그는 보디빌딩, 검도, 태권도 등 각종 무술과 춤, 연극 등 많은 준비를 하고, 6개월 어학연수를 위해 차까지 팔아 해외에 다녀온 뒤에야 에 출연할 수 있었다. 그는 고교 시절 큰 키의 선도부장으로 ‘안성의 킹카’로 불리기도 했지만, 서울에서는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5수생 신세가 됐고, 그 사이 유복하던 집안은 급격히 기울었다. 당시 김수로가 집안 사정을 모른 채 어머니에게 돈을 부쳐달라고 말한 것을 아직도 후회한다고. 이런 경험 때문인지 김수로는 여러 편의 영화로 유명해진 뒤에도 연극 에 출연하며 연기력을 닦았다. “그들(잘 생긴 배우들)은 작품 두세 편 망해도 계속 갈 수 있는 얼굴이 있다. 그런데 우리는 두세 편 망하면 매장이다. 그들이 에너지를 10~20 쓰면 우리는 50~60을 써야만 같이 견딜 수 있다”는 게 김수로의 지론.

박정우 : 김수로가 출연한 영화 의 감독. 의 대본을 맡으면서 김수로와 처음 만났다. 김수로는 에서 지고는 못 사는 중국집 배달원을 연기했는데, 자존심 하나로 사는 허세 많은 이 캐릭터는 이후 김수로의 코미디 연기의 원형이 됐다. 또한 에서 보여준 크고 탄탄한 몸과 굳은 표정은 그가 충분히 위압감이 느껴지는 배역을 연기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5수생이 30대에 접어들며 자기 역할을 찾기 시작한 순간.

장혁 : 영화 에 김수로와 함께 출연한 배우. 김수로는 에서 늘 자신의 이름을 외치며 큰소리치지만 결국 큰 활약을 하지 못하는 역도부 주장으로 출연, 허세가 있지만 밉지 않은 그만의 캐릭터를 굳혔다. 또한 김수로는 훗날 장혁이 절권도를 배운 도장에서 1년 먼저 절권도를 익혔다. 김수로가 SBS 의 ‘패밀리가 떴다’에서 “장혁과 내가 연예인 중 절권도로 다섯 손가락 안에 든다”고 말한 것이 농담만은 아닐지도.

강호동 : 김수로가 출연한 SBS 과 MBC 의 ‘무릎 팍 도사’의 MC. 김수로는 에서 당시 메인작가 김경림이 “차승원, 권상우와 함께 가장 솔직하고 재미있게 이야기를 했다”고 할 만큼 뛰어난 입담으로 화제가 됐다. 마치 대학의 복학생 선배가 후배들에게 이야기하듯 적당한 허풍과 커다란 몸짓으로 작은 일도 드라마틱하게 풀어내는 그의 토크는 을 휘어잡았다. 김수로는 토크쇼를 통해 영화 속 그의 캐릭터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고, 대중은 그를 영화계의 감초가 아닌 재밌는 스타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김수로는 “영화로 각광받지 않았다. 으로 인지도를 가장 크게 올렸고, 그 이후로 개런티가 두 배로 올랐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휘재 : 김수로와 서울예전 동문이자, 김수로와 KBS 에서 ‘꼭짓점 댄스’를 함께 췄다. 김수로는 서울로 올라오자마자 춤을 배우고 싶어 댄스 학원에 갔을 만큼 춤을 좋아하고, 연예인 축구팀 ‘수시로’ 단장을 맡을 만큼 축구를 좋아한다. 여기에 토크 쇼에서 다양한 액션을 곁들이는 그의 특징이 더해져 ‘꼭짓점 댄스’가 탄생했다. ‘꼭짓점 댄스’는 온갖 사람들따라하면서 2006년 독일 월드컵의 이슈 중 하나가 됐다. 개인사와 오락 프로그램, 영화가 세 개의 꼭짓점을 이루며 김수로의 캐릭터가 완성된 셈. 김수로는 과 ‘꼭짓점 댄스’와 함께 드디어 ‘원톱’으로 나선다.

이시명 : 김수로의 출연 분량이 편집됐던 에서 연출부로 일하며 처음 만나 에서 함께 작업한 감독. 김수로의 첫 단독 주연작인 은 그의 연기 인생에서 분기점이 됐다. 김수로는 “정극의 코미디 연기는 100% 재미있는 연기를 70%만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과장된 코미디 대신 캐릭터의 감정선에 충실한 연기를 보여준다. 이를 통해 나도열은 흡혈귀가 된 형사라는 코믹한 설정 속에서도 자신의 변화 때문에 누구 앞에도 떳떳하게 나설 수 없는 고민이 스며든 캐릭터가 됐다. 이후 김수로는 와 등에서도 코믹한 상황 설정으로 시작해 심각한 처지가 되는 캐릭터를 소화하며 정극과 코미디의 접점을 찾는다. “처음에는 웃기기 위해 노력하고 나중에는 감동을 주기 위해 노력하면 중간에 생기는 갭을 다 알게 된다”는 게 김수로의 지론. 또한 김수로는 대본을 받으면 캐릭터를 꼼꼼히 분석한 글을 써서 감독에게 주는 등 철저한 캐릭터 분석으로 유명하다. 그의 코미디 연기는 감이 아닌 철저한 분석의 결과. 그가 영화계에서 살아남은 건 단지 웃겨서가 아니라 늘 준비하며 발전했기 때문이다.

유재석 : SBS 의 ‘패밀리가 떴다’에 함께 출연한 MC. 김수로는 ‘패밀리가 떴다’에서 무슨 게임이든 잘하는 ‘게임마왕’이었고, 학교 후배인 ‘천데렐라’ 이천희가 하차하기 전까지 그를 괴롭히는 ‘김계모’였다. 이를 통해 김수로는 위압적일 수도 있는 자신의 센 이미지를 코미디와 섞었고, 주변의 후배들을 끌고 갈 수 있는 ‘수로 형’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토크쇼 출연과 꼭짓점 댄스가 오락 프로그램을 통해 김수로라는 사람의 매력을 알렸다면, ‘패밀리가 떴다’는 이를 정교하게 다듬은 셈. 그리고 김수로는 어느덧 자신의 이름을 앞에 내세울 수 있는 배우가 되기 시작했다.

유승호 : 김수로와 KBS 에서 함께 출연하는 배우. 은 김수로와 유승호 등 여러 배우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작품이다. 하지만 학교의 다양한 캐릭터를 한 방향으로 끌고 가는 것은 극중 학교 재건의 책임을 맡은 김수로의 몫이다. 김수로는 에서 코미디를 거둔 채 자신의 위압적인 모습을 전면에 내세운다. 주변 사람들을 웃기는 대신 그들과 끊임없이 부딪치며 자신의 주장을 설득하는 그의 모습은 새롭다. 그리고 김수로는 인상적인 목소리 톤과 가만히 서 있어도 딱딱하고 굳건한 삶의 태도가 느껴지는 동작으로 초반을 강석호가 주도하는 드라마로 만들었다. 이는 에서 작품의 모든 캐릭터를 끌고 간 경험이 있던 김수로의 새로운 발전일 것이다. 그는 를 거쳐 에서 코미디 없이도 그만의 캐릭터를 만들어낼 수 있음을 입증했다. 에서 강석호는 암울했던 10대 시절을 벗어나 훌륭하게 성장한 변호사다. 그리고 김수로는 철없던 젊은 시절을 지나 영화배우가 됐고, 다시 스타이자 좋은 배우가 되고 있다. 올해 나이 마흔. 하지만 김수로는 지금도 발전하고 있다.

Who is next
김수로와 영화 에 함께 출연한 이선균

글. 강명석 two@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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