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길 언니는 왜 그렇게 잘 싸우는 거야?
대길 언니는 왜 그렇게 잘 싸우는 거야?
아아, 어떡해. 나 요즘 대길 언니 앓이 중이야. 어쩜 그렇게 몸매가 좋지?
너도 보는구나. 재밌지? 재밌지?

재밌기도 재밌지만 참 바람직한 패션을 추구하는 것 같아서 더 좋아. 근데 너도 를 보면 뭔가 느끼는 거 없어? 명색이 ‘10관왕’이라면서 몸매에 대한 자극도 없나?
야, 내가 요즘 좀 쉬어서 그렇지 한 달 동안 맥주 끊고 열심히 줄넘기랑 근력 운동 하면 대길 언니 몸 정도는 금방이야. 나도 한창 체력 좋을 때는 팔굽혀펴기를 숨 쉬듯 했다니까? 턱걸이? 내가 턱걸이를 하면 사람들이 나 혼자 무중력 상태인 것 같다고 할 정도였어.

그러셔? 그런데 어느 인터뷰에서 장혁이 얘기한 거 보면 웨이트트레이닝을 통한 관상용 근육과 이소룡 같은 실전 근육은 다르다고 하던데?
야, 그거 내가 예전에 비 몸매에 대한 얘기할 때나 상추 팔씨름 근육에 대한 얘기할 때 실컷 했던 얘기잖아. 체력을 키우는 근력 운동과 근육 부피만 키우는 근력 운동은 다른 거라고. 가끔 복습도 좀 해봐, 응? 그리고 오해를 피하자면 실전 무술이든 특공 무술이든 사람의 근육이 그렇게 잘 발달하려면 웨이트트레이닝이 필요해. 단지 힘과 스피드도 키우는 웨이트트레이닝이냐의 문제지. 지금 장혁이 열심히 절권도 수련을 한다고 하지만 그냥 절권도만 배운다고 해서 그런 몸매가 만들어질 수는 없어. 무술 수련에 어울리는 슬림한 근육을 웨이트트레이닝을 통해 가꿨다는 게 더 정확한 얘기겠지.

그럼 에서 장혁이 쓰는 무술이 절권도인 거야? 포털에서도 ‘장혁’이라고 치면 ‘장혁 절권도’라고 나오던데.
음, 그렇다고 할 수 있지. 우리나라에 유일하게 있는 김종학 관장의 절권도 도장에서 6년 동안 수련을 하기도 했고, 실제로 드라마 안에서 쓰는 기술을 보면 흔히 이소룡 스타일의 수기, 그러니까 손기술을 사용하니까.
대길 언니는 왜 그렇게 잘 싸우는 거야?
대길 언니는 왜 그렇게 잘 싸우는 거야?
어떤 걸 보면 이소룡 스타일이라고 알 수 있는 건데?
보통 복싱에선 어깨나 팔로 상대방의 주먹을 막고 주먹을 날리거든? 예전 에 나온 채도우처럼. 그런데 에서 장혁을 보면 상대방이 주먹을 날릴 때 한 쪽 손으로 제압하면서 동시에 반대쪽 손으로 짧고 빠르게 타격을 날리거든. 그건 가라테의 정권 지르기나 복싱의 원투와는 다른 중국 영춘권 스타일의 수기야.

영춘권? 아까는 절권도라면서.
정확히 말해 영춘권과 절권도는 전혀 다르지만 이걸 제대로 이해하려면 영춘권이 뭔지, 그게 이소룡과 어떤 관계인지 알아야 할 거야. 우선 영춘권은 중국 무술 중에서도 이연걸이 익힌 번자권과 함께 가장 빠른 권법으로 알려져 있어. 이런 저런 폼을 잡는 대신 빠르고 심플하게 주먹을 날리는 상당히 실용적인 권법인데 일설에 의하면 어릴 때 태극권에 흥미를 느끼지 못했던 이소룡이 영춘권을 배우며 비로소 만족했다고도 해. 에서 대길 언니가 돌기가 돋은 나무에 팔을 교차하며 수련하는 장면 있지? 그걸 흔히 목인이라고 하거든? 가상 연습 상대인 건데, 영춘권의 목인은 위에 돋은 돌기가 두 개, 말하자면 팔이 두 개인 목인이야. 그런데 이소룡이 쓰는 목인 역시 동일한 목인이지. 그것만 봐도 절권도가 영춘권에 얼마나 가까운지 알 수 있어.

그럼 절권도는 정확히 뭔데? 저번에 말한 가라테와 태권도처럼 영춘권이 절권도가 된 거야?
사실 정확하게 말하면 절권도는 무술이라기보다는 일종의 무술 철학이라고 보는 게 맞아.

무술이면 무술이지 무술 철학은 또 뭐야?
언젠가 홍콩의 무술영화 감독이 이소룡에게 절권도가 뭐냐고 묻자 “상대방이 주먹을 날릴 때 더 빨리 주먹을 날리는 것”이라고 말했대. 그건 말하자면 무술의 형식이 중요한 게 아니라 상대방을 쓰러뜨리는 목적이 중요한 거지. 일본에서 실전 가라테를 외쳤던 ‘바람의 파이터’ 최영의처럼 그 역시 상대방을 가격하지 않고 점수만으로 우열을 가리는 쿵푸 대련을 가짜라고 생각했어. 사실 당대 중국 권법을 대표하던 고수인 백학권사와 오파 태극권 노사의 대결을 보면 아마추어 복서에게도 떡실신 당할 것 같은 수준이거든. 그러니 좀 더 실전에 유용한 무술을 만들려고 한 거지. 그가 그런 엄청난 근육의 소유자라는 건 내공이니 뭐니 하는 뜬 구름 잡는 소리에서 벗어나 효율적인 하드웨어 단련에 힘썼다는 걸 증명한다고 볼 수 있어.

그럼 절권도라는 건 형식이 없어?
어떤 형식에 갇히지 않고 상대방에 맞춰 가장 효율적인 공격을 하는 무술 원리니까 형식이 없다고 할 수 있지. 사실 절권도의 원리 자체만을 따졌을 때 가장 가까운 무술은 UFC 같은 현대의 종합격투기일 거야. 타격을 비롯해 넘어뜨리기, 관절 꺾기, 조르기 같은 근대 무술의 모든 것이 결합되어 있으니까.
대길 언니는 왜 그렇게 잘 싸우는 거야?
대길 언니는 왜 그렇게 잘 싸우는 거야?
그럼 절권도가 그 종합격투기라고 보면 되는 거야?
철학만을 놓고 보면 그렇다는 거지. 만약 이소룡이 좀 더 오래 살아서 브라질리언 주짓수 같은 걸 더 익혔더라면 그것 역시 자신의 무술 안에 녹여냈을지 모르지만 그는 기본적으로 영춘권에서 출발하는 타격가 타입이라 그가 실제로 절권도라고 보여준 무술은 영춘권의 수기와 미국 태권도의 아버지인 이준구 선생님께 사사 받은 태권도의 발차기, 복싱의 스텝 등이 결합된 형식이었어. 그래서 이소룡이 보여준 무술 자체는 그의 본명인 이진번의 중국식 발음을 따 준판 쿵푸라 부르며 무술 철학인 절권도와는 구분하기도 해.

그래서 우리 대길 언니가 보여준 건 대체 뭐라는 건데?
흔히 절권도라 부르지만 준판 쿵푸라는 이름이 더 정확한 무술? 사실 절권도에 더 넓은 의미가 있다는 걸 알고 있다면 그냥 평소처럼 절권도라 불러도 상관없어. 어쨌든 대길 언니가 이소룡이 만든 무술을 쓰고 있는 건 사실인 거지. 그것도 아주 잘.

어쨌든 우리 대길 언니가 몸매도 좋고 싸움도 제대로 한다는 거지? 그걸 안 것만으로도 오늘 ‘10관왕’은 만족스러운데?
아무튼 아이돌이나 헐벗은 근육질 남자 얘길 해야 좋지?

당연한 거 아니야? 나 말고도 다들 좋아라 할 걸?
그래? 그럼 오늘 추천수 좀 올라가는 거야?

안 올라가면 어쩔 건데?
(지옥의 밑바닥에서부터 울려 퍼지는 메아리 같은 음성으로) 앞으로! ‘10관왕’에! 잘생긴 남자는! 없다!

글. 위근우 eight@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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