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나영│미인이시네요
이나영│미인이시네요
“아, 미남이시네요” 영화 에서 아직은 남자였던 대학시절의 지현(이나영)을 소개팅에서 만난다면 저도 모르게 이런 말이 튀어나올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자연스럽게 헝클어진 곱슬머리, 약간 어두운 듯 아련한 눈빛, 카메라 스트랩을 손목에 감고 푸른 셔츠 위로 느슨하게 스웨터를 겹쳐 입은 그 남자는 참 잘 설레게도 잘생겼다. 아니, 저런 눈빛이면 남자가 아니라 해도 어떠랴. 만약 그녀가 여고 운동장 수돗가에서 홀로 대걸레라도 빨고 있다면 그 옆에서 손금이 닳아 없어질 때까지 손을 씻고 또 씻었으리라.

현실에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아름다운 뮤즈
이나영│미인이시네요
이나영│미인이시네요
보통 남자 팬들이 열광하는 여자 스타들은 여자 팬들에게는 오히려 싸늘한 반응을 얻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MBC , MBC 가 끝났을 때 이 드라마 속 ‘전경’과 ‘이중아’에 빠져 허우적대던 여자들이 꽤 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한결같다. 우직하다. 진중하다, 처럼 보통 남자들에게 쓰일 법한 수식들 역시 이나영에게는 더 없이 잘 어울린다. 촬영 현장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평소에는 데면데면 보던 여자 스태프들이 유독 남장을 했을 때만 안겨서 사진 찍기를 요구했다는 웃지 못할 실화를 전하며 이나영이 휴, 한숨을 내 쉰다. “남자들이 좋아하면 어디 가서 자랑이라도 하지. 여자분들, 인간적으로! 저한테 반하지 좀 맙시다. (웃음)”

물론 이지훈(최다니엘)의 잊지 못할 첫사랑으로 등장했던 MBC 에서 가발을 벗는 순간처럼 이나영은 여전히 헉, 소리가 날 만큼 아름다운 여인이다. 일반인보다 한 뼘은 큰 키에 한 뼘은 작은 얼굴, 그 얼굴에 어떻게 들어가 있는지 여전히 미스터리인 큰 눈, 장인의 손가락으로 잘 빚어 올린 것 같은 코, 한쪽 입꼬리에서 얼굴 전체로 번지듯 피어나는 미소. 이렇듯 남자들에게도 이나영은 여전히 ‘아는 여자’로 라도 지내고 싶고, 꿈에서라도 만나고 싶은, 그 생에 가장 행복한 시간을 만들어 줄 환상 속 뮤즈다.

여자답게, 남자답게가 아니라 가장 이나영답게
이나영│미인이시네요
이나영│미인이시네요
수염을 붙이고 짧은 머리를 한 이나영의 이미지 변화를 걱정하는 주변의 우려와는 달리 실로 이나영은 여성성을 버리고 남성적인 이미지를 쫓아가고 있는 것이 아니다. 예쁜 얼굴이 싫어서 일부러 일그러뜨리고 망가지는 허세를 떨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저 편리한 여성성의 신화에 기대고 있지 않을 뿐이다. 일반적인 성 역할이 규정시켜놓은 갑갑하고 지루한 이미지를 거부하고 여자답게, 남자답게 가 아니라 그 성 구분 너머, 가장 이나영답게 한 발 한 발 나아가고 있을 뿐이다. 이 사람, 쉬운 길을 놔두고 어려운 길을 택했다. 하지만 쉬워서 지루한 문제보다는 낑낑거리더라도 어려운 문제를 더 좋아하는 성격이니 이 선택도 당연한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하여 세월이 흘러가면서 이나영의 연기가 조금씩 진해지고 있다면 그것은 이 인간의 농도가 조금씩 진해지고 있다는 증거다. 여자다워지는 것이 아니라 남자같아 지는 것이 아니라 그저 조금씩 더 멋진 배우가 되어가는 것일 뿐이다. 이글거리는 열연(熱演) 대신, 인간의 온도 36.5도로 스크린을 따뜻하게 덥히는 아름다운 사람. 이나영, 당신 정말 미인(美人)이시네요.

글. 백은하 one@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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