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 저녁 송년회에 모인 사람들의 얼굴을 찬찬히 둘러보았습니다. 이십 대부터 삼십 대에 걸친 얼핏 ‘젊은이들’로 불릴 그들. 그러나 이 비슷한 세대의 사람들은 사실 하늘만큼 땅 만큼 다른 개성의 소유자들입니다. 생김새도 그렇거니와 인상이 만들어내는 질감, 목소리, 재능, 성격도 누구 하나 비슷하지 않습니다. 가 결코 지루해 지지 않을 거라는 믿음은 결국 스스로가 아니라 나와는 전혀 다른 저들에 대한 기대일 것입니다. 사실 세대론의 사각지대는 시야범위보다 더욱 넓고, 한 개인의 가치와 진가는 공통으로 묶일 수 없는 공간에서야 비로소 발견되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배우들도 마찬가지 입니다. 20대 꽃미남 배우, 40대 개성파 조연 같은 카테고리는 종종 배우 각자의 존재감을 희석시키기도 하고, 카테고리의 허들을 넘을 것을 역으로 강요당하기도 합니다. 송강호, 설경구, 최민식 같은 중년 연기파 배우들의 연기는 ‘소름 끼치는 연기’ ‘신들린 연기’ 같은 향기가 떨어진 수식어로 손쉽게 평가되기 일쑤입니다.

이번 주 개봉을 앞두고 있는 의 시사를 보고 난 후, 새삼스럽게 배우 김윤석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젊지도 늙지도 않은 나이에 등장해 젊지도 늙지도 않은 얼굴을 대중들에게 알렸던 이 배우는 송강호, 설경구 카테고리의 전학생 정도로 인식되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송강호와 설경구가 그토록 다른 얼굴인 만큼, 김윤석 역시 비교불가의 배우입니다. 의 징글징글 서슬퍼런 아귀도 의 부패한 형사도 의 나른한 형사도 선과 악, 쫓는 자와 쫓기는 자의 경계 위에서 아슬아슬하게 춤을 춥니다. 의 화담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죽음 앞에 떨고 있는 열한 살 소녀에게 “더 살아도 아무것도 없단다”라고 말하는 화담의 목소리는 악마의 독기 어린 예언이 아니라 영겁을 반복한 자의 슬픈 전언이었습니다. 배우의 한마디는 때론 시나리오 너머 그들 각자의 삶의 우물에서 퍼 올려집니다. 결국 그 맛과 향은 배우마다 다 다를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새로운 10년을 앞둔 는 아마 더 많은 배우들을 만나게 될 것 입니다. 그들의 등장에 놀라고 성장에 보람차고 숙성에 행복해질 것입니다. 하지만 그들을 섣불리 묶지 않겠습니다. 큰 우리 속에 가두고 쉽게 비교 평가하기 보다는 각자의 방을 짓겠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세대가 아니라, 캐릭터가 아니라, 인간으로, 배우로, 단독자로서 그들을 만나겠습니다. 어서 오세요. 여기는 당신의 프라이빗 룸입니다.

글. 백은하 one@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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