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당신 몸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도 그런 몸매를 유지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지 않나.
차승원
: 직업적인 게 있다. 운동하는 건 좋은 일이지만 몸매를 유지한다는 게 힘들고 귀찮은 일 아닌가. 이게 어느 정도 습관이 됐지만 항상 고민을 한다. 그냥 오늘 운동하자, 이런 게 아니라 어제 운동했으니까 오늘은 쉴까 말까 계속 고민한다. 그러다가 하는 게 안 하는 것보다 나을 거라는 생각이 51 대 49로 승리하는 거다. 또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식욕을 조절해야 하니까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배우를 하고 있으니까 참고 하는 거다. 일말의 양심인 거지.

“일이든 뭐든 책임을 질 줄 알아야 한다”
차승원│“삶은 좀 넓게, 연기는 더 깊게” -2
차승원│“삶은 좀 넓게, 연기는 더 깊게” -2
그런 식으로 따지면 수많은 양심 불량들이 있다. (웃음)
차승원
: 내 생각에는 그렇다는 거지. 예전에 누군가 사회인은 매일 회사를 가고, 학생은 학교를 가는 것처럼 배우들은 작품 준비하기 전에 운동을 하는 게 당연한 거 아니냐는 글을 썼다. 물론 그런 식으로 쓴 사람이 괘씸하긴 하지만 공감은 간다. 이 일을 하는데 있어서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적게 먹고, 많이 운동하고.

많이 먹고 운동해서 근육의 볼륨을 키우는 것도 가능하지 않나. 혹 근육의 선명한 윤곽 때문에 몸을 더 슬림하게 만든 건가.
차승원
: 배우 몸이 너무 울퉁불퉁하면 안 된다. 보기에도 그렇고 움직임도 부자연스럽고. 내가 운동선수는 아니잖나. 또 몸이 불어나면 얼굴도 살찐다. 별로 안 좋아 보인다. 나는 기본적으로 마른 체형을 되게 좋아하는 사람이다. 내가 말하는 건 정말 스키니한 거다. 제레미 아이언스처럼.

치명적일 정도로 마른 몸?
차승원
: 나는 그런 걸 좋아하고 지향한다. 그에 비해 나는 결코 마르지 않았다. 내 팔뚝이랑 허벅지가 얼마나 두꺼운데. (웃음) 나는 살찌기 싫어서 운동을 하는 건데 그러면서 근육이 붙는 거다. 솔직히 운동 안 해도 마른 몸이 좋다. 그런데 지금 근육이 많아서 나이 먹어도 더 마를 것 같지는 않다.

몸매 관리에서도 드러나지만 ‘이 사람은 대충할 것 같지 않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자기의 최상을 보여주려는 느낌.
차승원
: 무슨 일을 하던지 넋 놓고 있고 싶지는 않다. 워낙 혼자 일을 하던 습관이 있어서 뭔가 바쁘게 움직이지 않으면 견디지 못한다. 가만히 있는 게 편하지 않느냐고 하는데 나는 오히려 그런 게 불편하다. 스스로에게 물었을 때 열심히는 해야 할 거 아닌가. 아니, 열심히 뿐 아니라 잘해야지. 책임을 질 줄 알아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일이든 뭐든.

굉장히 프로페셔널한 사람인데 그래서 다른 사람이 프로답지 못하면 좀 안 좋아할 것 같다.
차승원
: 에이, 그건 아니다. 그건 별개지. 그 사람의 개인적 성향인데 어떡하겠나. 쟨 왜 저래, 이런 건 없는 거 같다. 그냥 나랑 다르다 이거지.

“탐욕스럽지 않게 늙고 싶은 꿈이 있다”
차승원│“삶은 좀 넓게, 연기는 더 깊게” -2
차승원│“삶은 좀 넓게, 연기는 더 깊게” -2
그런가? 자기 관리 잘하는 사람은 스스로의 기준이 높아서 남들 좀 피곤하게 할 거 같은데?
차승원
: 피곤하게 할 때도 있지. 나와 연관되어 있으면. 예전에는 일을 할 때 이건 아닌 거 같다고 생각해도 적당히 타협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절대 타협 안 한다. 이게 한 번 넘어가기 시작하면 그 데미지는 분명 나에게 온다. 그걸 느끼다 보니 요새는 내가 좀 싫은 소리를 듣더라도 얘기를 바로 바로 한다. 요새 항상 하는 말이 이거다, 절대 안 돼! (웃음) 아는 척이 아니라 내가 정말 경험을 많이 해봤고 이러이러하게 하면 안 된다는 몇 가지를 안다. 그건 어떻게 해도 안 되는 건데 기어코 그걸 하려는 걸 보면 절대 안 된다고 하는 거지.

말 그대로 당신은 정말 오래 또 많이 이 분야에서 일을 했다. 그런데도 오래된 사람 같지가 않다. 20대의 차승원과는 다른 이미지다.
차승원
: 그때보다 지금이 낫다. 그때가 더 늙어 보였지.

혹 내면적으로도 20대 때보다 더 나아진 부분이 있나.
차승원
: 예전에는 나와 좀 다르면 정말 틀린 거라고 무조건 생각했는데 지금은 나와 다를 수도 있다는 걸 인정한다. 요즘 을 찍으면서 이준익 감독님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된다. 그 분을 보면 나는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스스로에 대한 검열은 엄청나게 하는데 그걸 내색하지 않는다. 자기는 검열 안 하면서 남들 쪼는 사람이 얼마나 많나. 그런데 이준익 감독은 내적으로는 자기 검열을 하면서 외부적으로는 허술한 느낌이라 옆에 있는 사람들이 그걸 메워주려 하고 본인은 그 모든 걸 흡수한다. 나와는 깊이가 다른 걸 느끼고 나도 저 나이되면 저래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아직도 더 멋있게 나이 먹고 싶은 건가.
차승원
: 그건 내 꿈이다. 탐욕스럽지 않게. 동시대를 살았던 오드리 햅번과 엘리자베스 테일러를 보라. 둘 다 최고의 배우였지만 나이 먹어 한 쪽은 정말 멋있게 늙다가 세상을 떠났는데 한쪽은 늙지 않으려 애쓰고 탐욕스럽게 나이먹지 않나. 나는 그렇게 애쓰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다.

그런 바람이 배우라는 직업 안에서 어떤 방식으로 이뤄질 수 있을까.
차승원
: 요즘 결론은 지금 나온 작품 중 내가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걸 골라 계속적으로 도전하자는 거다. 삶은 좀 넓게, 연기는 깊게.

인터뷰, 글. 위근우 eight@10asia.co.kr
인터뷰,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사진. 채기원 t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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