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화│형님이시네요
정용화│형님이시네요
세상의 수많은 드라마에는 그들이 있다. 여주인공을 사랑하지만 화려한 고백보다는 부드러운 미소로 지켜보는 쪽을 택하고 그녀에게 필요할 때마다 기사나 키다리 아저씨를 자원하며 심지어 그녀가 다른 사랑에 눈물 흘릴 때는 함께 가슴아파해 주는, 대개 ‘서브 남주(서브 남자 주인공)’이라 불리는 캐릭터들이다. 사랑을 이룰 수 없는 운명을 타고난 비극의 남자들, 하지만 상처가 큰 만큼 대가도 적지 않다. 여주인공의 사랑을 얻지 못하는 대신 그들에게는 그녀를 제외한 세상 모든 여성들의 애정공세가 기다린다.

‘아련한 남자들’의 계보의 신성, 신우 형님
정용화│형님이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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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의 정태성(강동원), KBS 의 윤지후(김현중)에 이어 ‘아련한 남자들’의 계보에 들어가게 된 SBS 의 강신우(정용화)도 마찬가지다. 인기 절정의 보이밴드 A.N.JELL에 남장을 하고 들어온 고미남(박신혜)을 다정하게 챙기고 위기에서 구해 주며 절절한 고백까지 하지만 결국 같은 팀 멤버 황태경(장근석)에게 미남을 말없이 고이 보내주었던 이 어른스런 미청년을 향해 지난 두 달간 “신우 형님~!”을 부르짖는 여성 팬들의 뜨거운 관심이 쏟아졌음은 당연한 일이다.

“솔직히 남자 입장에선 그런 남자를 보면 ‘뭘 저렇게까지…?’ 하는 생각이 좀 들죠. (웃음) 하지만 여자들은 좋아하고, 남자들도 겉으로는 싫다 싫다 하면서도 더 솔직히는 그렇게 되고 싶은 마음이 있는 것 같아요. 멋있으니까.” 긴 목과 단정한 얼굴생김이 강신우의 우아한 분위기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지만 실제의 정용화는 또래들처럼 장난치는 걸 좋아하고 “손발이 오그라드는 표현을 할 때면 민망한” 스물한 살 남자애다. 방송 초 ‘수건남’이란 별명과 함께 화제의 중심이 된 데 대해서도 “전 여자들의 마음을 잘 몰라서, ‘니가 있으면 내가 씻을 수가 없잖아’ 같은 대사가 왜 그렇게 이슈가 되는지 몰랐어요”라며 의아해 하며 당시를 떠올린다. “그 땐 그냥 대사 틀리면 안 되고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는데.”

“몇 천 명 관객보다 카메라 한 대가 더 무섭더라구요”
정용화│형님이시네요
정용화│형님이시네요
정용화│형님이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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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 이전에 대사부터 챙기느라 정신없었다는 고백대로 에서 연기를 처음 시작한 정용화는 사실 C.N.BLUE 라는 밴드의 보컬 겸 기타리스트다. 고등학교 때부터 음악을 좋아해 진로를 빨리 결정했고 수능 시험이 끝난 다음 날 바로 고향인 부산에서 서울로 올라와 연습에 들어가 올 6월 일본 활동을 시작했다. 한여름 뙤약볕 아래 길거리 공연에서 시작해 소규모 라이브 하우스 공연을 이어가며 싱글 앨범도 발표했다. 의 오디션을 보게 된 것 역시 실제 밴드 멤버라는 이력 때문이었다. “관객들과 호흡을 맞추고 눈을 마주하면서 노래로 얘기하는 걸 좋아해요. 드라마를 찍을 때도 공연 장면이 정말 즐거웠거든요.”

음악 얘기가 시작되자 차분함을 슬쩍 벗어던지고 반짝반짝 눈을 빛내던 정용화는 연기 얘기로 돌아가자 “몇 천 명 관객보다 카메라 한 대가 더 무섭더라구요”라며 어려움을 토로한다. 절제된 표정과 담백한 대사처리로 기대 이상의 연기를 보여주었음에도 “신인이라 이정도면 괜찮다는 말보다 원래 연기했었냐는 말을 듣는 게 목표였는데 그걸 이루진 못했어요” 라는 아쉬움 속에 차분한 얼굴 뒤의 단단한 심지가 느껴진다. 그래서 의 종영과 함께 MBC 의 러브콜을 받아 고정출연하게 되었으며 내년 1월 말 C.N.BLUE의 한국 데뷔 전까지 계속 일본을 오가며 밴드 활동을 해야 하는 그의 바쁜 걸음이 크게 걱정되지는 않는다. “두 달 전의 정용화와 지금의 정용화가 많이 달라진 것 같아 보이겠지만 여기서 가장 중요한 건 마음가짐인 것 같아요. 각오 단단히 하고 있어요.” 역시 ‘신우 형님’ 다운 대답이다.

스타일리스트 박지영 / 의상 서은길, 시스템옴므, 코데즈 컴바인

글. 최지은 five@10asia.co.kr
사진. 이진혁 eleven@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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