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은 강호동이 SBS 의 폐지와 함께 평일 예능계에서 물러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등장했다. 그리고 으로 고배를 마신 그가 다시 별다를 것 없어 보이는 토크쇼와 함께 컴백한 것은 많은 이들의 우려를 샀다. 그것도 이미 ‘1박 2일’에서 함께 하고 있는 이승기와 2MC라니. 아무리 유재석과 함께 양대산맥을 이루는 최고의 MC라지만 은 무리수로 보였다. 그리고 방송이 시작된 뒤에도 을 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꾸준히 떨어지지 않고 오르는 시청률과는 별개로 ‘토크박스’류의 구태의연한 모양새와 수십여 명의 게스트들의 폭로전, 눈물 고백, 감동 사연은 이제 겨우 7회를 넘긴 토크쇼 임에도 그 한계를 예상하게 만든다. 그러나 매번 방송에서 엄청난 기사를 쏟아내고, 서너 명 이상의 핫이슈 스타를 만들어내는 은 분명 현재 가장 강력한 다크호스다. 이 펄떡이는 심장이 과연 종마의 것인지, 아니면 금세 풀 죽을 허약체질의 것일지 강명석 기자와 김교석 TV평론가가 진단해 보았다. /편집자주

SBS <강심장>은 ‘토크 경매’다. 강호동과 이승기는 딜러고, 자신의 판에 토크 내용을 적은 채 MC의 선택을 기다리는 게스트의 풍경은 입찰자들이 번호표를 들고 경매에 참여하는 경매장의 이미지와 겹친다. 경매장에서 더 많은 금액을 부른 입찰자가 경매품을 가져가듯, <강심장>에서는 더 세거나 더 웃기거나 더 감동적인 토크를 한 게스트가 강심장 트로피 혹은 시청자의 관심을 가져간다. 이 토크쇼에서 ‘싼티’를 자처하는 고정 게스트가 많은 건 이 때문이다. 그들은 경매장의 바람잡이들처럼 다양한 방법으로 토크의 분위기를 띄워놓는다. 대놓고 특이한 사람 취급 받는 낸시 랭이나 몇 주째 단 한 번도 토크를 못하고 있는 쥬비 트레인은 스스로 웃음거리가 되며 게스트의 긴장을 풀어주고, <강심장>의 ‘쩌리짱’ 붐은 ‘붐기가요’에서 출연 가수들의 무대를 패러디하고, 게스트의 굴욕사진으로 분위기를 달궈 놓는다. 여기에 김영철과 김효진 같은 게스트들이 소소하지만 재미는 보장하는 토크들로 ‘밑밥’을 깔아놓으면 아무리 ‘A급’ 게스트라도 점잔만 떨 수는 없다. 소녀시대의 윤아는 자신의 토크가 썰렁한 반응을 얻자 그 다음 출연에서는 어떻게든 웃음을 끌어내려 했다.

<강심장>이 기존 토크쇼와 다른 점

경매에서 다음 입찰자는 무조건 더 많은 금액을 불러야 하듯, <강심장>의 게스트는 분위기를 더 끌어올릴 무언가를 계속 해야 한다. 기승전결에 따라 강약을 주는 대신 오직 ‘강-강-강-강’만 있어야 할 것 같은 분위기의 토크쇼. <강심장>은 KBS <서세원쇼>의 ‘토크박스’나 SBS <스타킹>, MBC <세바퀴>와 유사한 틀을 가졌지만, 토크 카니발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쾌락적인 공기를 가졌다. MBC <황금어장>의 ‘무릎 팍 도사’는 토크의 흐름상 40여분 안팎의 토크 시간에도 한두 번의 센 발언과 눈물이 등장한다. 하지만 ’무릎 팍 도사‘에서 세고 감동적인 부분만 조각모음한 듯한 이 토크쇼에서는 카라의 한승연이 몇 분 만에 눈물을 흘리고, Mnet <슈퍼스타 K>의 우승자 서인국은 노래를 부르며 환호를 받은 뒤 이내 감동적인 토크를 한다. <강심장>에서 나온 센 발언들은 다른 토크쇼에서도 나올 수 있지만, <강심장>처럼 이렇게 게스트가 계속 바뀌며 방송 내내 무엇인가 하는 경우는 아직 없다. 밤 11시에 <강심장>을 틀면 연예인들의 카니발 같은 과할 정도의 쾌락이 올 것이라는 기대. 그 점에서 <강심장>은 기존 토크쇼와는 다른 문법을 갖고 있다.

그건 마치 가요계에서 기승전결 이전에 ‘후크’부터 먼저 깔고 시작하는 ‘후크송’이 등장한 것과 비슷하다. 소녀시대의 제시카와 은지원, MC몽, 데니 안을 한 회에 쏟아 붓고, 그들로부터 최대한 빠른 속도로 볼거리를 뽑아낸다. <강심장>이 게스트에 상관없이 6회까지 10% 후반대에 이르는 꾸준한 시청률을 올린 것은 쇼의 분위기를 시청자에게 납득시켰기 때문이다. 물론 <강심장>의 새로운 문법은 그만큼 빠른 소진을 예상하게 만든다. 언제까지 A급 게스트를 여럿 데려올 수도 없고, 그들에게 끊임없이 센 토크를 요구할 수도 없다. 하지만 게스트가 부족한 것은 ‘무릎 팍 도사’에서도 겪었던 것이다. ‘무릎 팍 도사’는 이런 문제를 게스트의 폭을 넓히고, 토크의 방향을 수정하는 방식으로 해결했다. <강심장>도 그런 대안은 어느 정도 가능할 것이다.

앞으로도 <강심장>을 멈추지 않게 할 그 무엇

<강심장>에서의 강호동의 능력을 평가할 수 있는 것도 그 때부터일 것이다. <강심장>에서 지금의 강한 게스트와 센 에피소드의 힘이 떨어질 때, 강호동은 어떤 방법으로 지금의 <강심장> 같은 분위기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 여기에는 게스트가 무엇이라도 하게 만드는 강호동 특유의 밀어붙이기는 물론, 아직은 개개인의 토크와 장기에만 집중하는 게스트에게 왁자한 분위기의 대화를 끌어낼 수 있는 딜러의 능수능란함도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이런 걱정과 기대는 지금 <강심장>이 강한 이유일 것이다. <강심장>은 첫 회에는 성공에 대해 궁금하게 만들었고, 2회부터는 그 시청률을 이어갈지 궁금하게 만들었으며, 이제는 이 프로그램이 장기적으로 갈 수 있는 방향과 MC의 역량에 대해 궁금케 한다. 과거에도, 지금도, 미래에도 난관은 많아 보이지만 어쨌든 계속 굴러 가야 하는 토크쇼를 본다는 건 흥미로운 일이다. 그리고 지금까지는, <강심장>은 멈추지는 않고 있다.
글 강명석

SBS <강심장>의 제목과 카피만 들어도 강호동이 떠오른다. 게다가 최강을 가리는 토크 이종격투라니, <강심장>을 논하는 것은 사실 강호동을 논하는 것과 같다. 본인의 통 큰 이미지에 걸맞게 수많은 게스트들을 한 자리에 모아놓고 자신의 이름을 내건 쇼의 화려한 막을 올렸다. 그런데 새로운 것이 하나도 없다. 백화점식 에피소드 나열에, 과거 사진 공개나, 청춘스타들의 러브라인 만들기 등 너무나 고색창연한 웃음 방정식만 있을 뿐이다. 안 웃기는 것도 아니다. 매주 이 정도 재미만 준다면 KBS <해피투게더>, KBS <상상플러스>, MBC <놀러와> 같은 프로그램을 볼 이유가 없을 것이다. 거긴 많아야 대여섯 명 나오지만 여긴 한꺼번에 수 십 명이 나오니까.

강호동식 토크쇼 점점 빠르게 지겨워지고 있다

스케일 자체가 남다른 강호동의 코미디는 한마디로 형님의 코미디다. 강호동이 돋보이려면 주변에서 말리거나 같이 웃어주는 사람이 필요한데, 그림만 2MC인 이승기가 바로 옆에서 받쳐주고, 병풍임을 자처한 김효진, 김영철, 붐 등은 뒤에서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톡톡히 한다. ‘무릎 팍 도사’, ‘1박 2일’, <스타킹>, <강심장> 중에서 어디 하나 이런 구도가 아닌 프로그램이 없다. 특히 토크쇼라는 포맷 하에서 강호동은 웃음을 만들기보다는 최강의 리액션으로 웃음을 선창하는데 주력한다. 그러면 뒤를 받쳐주는 ‘동생’들 혹은 대규모 패널 집단, 더 나아가 시청자들까지 아기들의 그것처럼 연쇄적으로 웃음을 터트린다. 강호동에 대한 호불호가 갈리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그의 극성스런 웃음에 절로 흥이 난다면 같이 웃을 수 있고, 그렇지 않으면 강요받는 것 같아 거북해지는 것이다. ‘1박 2일’에서 그가 유독 김C와 어울리지 못하는 것은 김C가 확실히 동생이자 병풍 역을 자처하지 않기 때문과 같은 이치다.

<강심장>은 이런 강호동의 형님 코미디 위에 ‘토크박스’라는 형식을 얹었다. 한 주제에 대한 경험담을 누가 더 맛깔스럽게 풀어내는지를 두고 대결을 펼치고,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매주 최종 우승자가 결정된다. 이런 구태의연한 방식으로 화려한 스타들을 영접하는 것은 강호동식 코미디가 봉착한 한계다. ‘토크박스’가 왜 망하게 됐는지에 대해 생각해보면 답은 뻔하다. 사실 누구 이야기가 더 재미있었는지는 시청자들에겐 전혀 관심 없는 이벤트기 때문이다. 게다가 강호동은 유재석이나 신동엽과 달리 나비처럼 여기저기 날아다니며 간질이지도 않고 벌처럼 쏘지도 않는다. 웃음의 크기를 크게 만드는 소질이 있을 뿐이다. 게스트와 화학작용을 만들지 않고 모든 걸 게스트에 맡기는 토크쇼는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지겨워질 수밖에 없다.

시간이 아닌 사람의 마음을 뺏을 토크쇼가 될 수 있을까?

그런데 벌써 ‘강심장’이 선정되는 공식마저 눈에 보인다. 처음에 무조건 웃기다가 중후반부에 진지한 이야기나 눈물 몇 방울을 흘리고, 결국 끝은 훈훈하게 마무리하는 가장 나이브한 기승전결의 골격. 불가침 성역과도 같았던 연예인들의 연애담이나 YG, SM 같은 대형 엔터테인먼트사에 대한 불만토로 등 선정적인 이야기로 분위기 업 시키기. 그러니 앞으로도 ‘충격 고백’이나 ‘과거의 아픔을 딛고 일어선 눈물’ 등을 수도 없이 보게 될 것이다. 웃기긴 하지만 마냥 웃을 수 없는 이유다. <강심장>을 보고 나면 식물성유지로 만든 초콜릿을 먹은 것처럼 달콤한 뒤에 텁텁한 뒷맛이 남는다.

‘안티 낸시 랭’ 솔비와 낸시 랭의 신경전, 빅뱅, 2NE1의 이야기나 논개 석천의 이야기처럼 아직까진 이 프로그램에서만 나온 신선한 이야기들이 많지만 이 정도 규모의 매번 다른 게스트들과 토크를 어떻게 신선하게 유지할지 궁금하다. 그리고 <강심장>이 노리는 위치가 어느 정도인지 수지타산을 맞춰봐야 한다. KBS <미녀들의 수다>나 <해피투게더> 수준의 시청률만 나와도 된다면 브라보, 박수를 쭉 쳐줄 수 있다. 하지만 벌써부터 그렇듯 결국 드라마, 영화 홍보를 위한 출연진들이 타 프로그램과 겹치기 출연을 할 것이고, 신선도는 자연스레 떨어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새로운 무엇을 끝까지 개발하지 못하고, 강호동식 예능에 안주한다면 다른 예능 프로그램이 이미 똑같은 길을 걷다 명멸했던 것처럼 같은 결과가 되풀이될 것이다. 다만 아직 7회 밖에 안 된 프로그램이기에 강호동이 어떤 변신과 웃음으로 <강심장>을 지속가능한 프로그램으로 만들지는 기대해 볼 수 있다. 링컨은 이야기가 사람의 마음을 뺏는다고 했다는데 <강심장>이 시간이 아닌 마음을 뺏는 프로그램이 될지 두고 볼 일이다.
글 김교석

글. 강명석 (two@10asia.co.kr)
글. 김교석 (TV평론가)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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