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핍니다. 그거는 제가 어떻게 할 수 없습니다. 아, 배우지 말아야 합니다, 담배를. 모든 청소년 여러분, 어린이 여러분, 담배는 배우지 말아야 합니다. 배우는 순간 인생이 꼬입니다.” 단지 담배를 피우느냐고 물어봤을 뿐이다. 네, 혹은 아니요, 그걸 확인하려고 했을 뿐이다. 하지만 돌아오는 건 발음은 또박또박하면서도 ‘아’라는 감탄사에는 확실하게 악센트를 붙이며 리듬을 타는 길고도 매끄러운 ‘멘트’다. “초등학교부터 중학교까지 교내는 물론 구 대회, 서울시 대회까지 웅변으로는 1등을 놓쳐본 적이 없던” 성량은 여전히 좋다. KBS <천하무적 토요일> ‘천하무적 야구단’에서 야구뿐 아니라 매운 고추를 먹은 김성수가 물을 마시는 모습까지 중계하던 허준은 그렇게 카메라 바깥에서도 말을 참 잘했다.

캐스터? ‘천하무적 야구단’ 제14의 멤버!

그가 누구인지, 무얼 하는 사람인지 설명하는 건 이제 쉬운 일이다. ‘천하무적 야구단’의 캐스터. 이 한 마디면 더할 것도 뺄 것도 없다. 첫 중계 때, 5회 초 역전을 하고선 경기가 끝난 양 좋아 날뛰던 선수들에게 “이게 무슨 몰지각한 행동입니까”라고 독설을 날려 강한 인상을 남겼던 그는 최근 팔도원정 첫 승리를 거두자 마이크를 들고 그라운드에 뛰어나가 선수들과 포옹하는 ‘천하무적 야구단’ 제14의 멤버가 됐다. 하지만 5개월 전 김C와 서먹한 첫 인사를 하기 이전의, “게임 중계에 많이 나오는 눈 크고 뚱뚱한 사람이라고 말해도 긴가민가하던” 시기의 그는 아는 사람만 아는 마이너리거였다. 물론 2004년 온게임넷 <아테네 올림픽>으로 데뷔한 이후 케이블과 DMB, 지방 방송, 라디오까지 더해 일주일에 최대 7개 정도의 방송을 하기도 했던 그는 그 안의 유망주였다. 현재의 인지도는 비교하기 어려운 수준이지만 한 때는 “엠넷의 노홍철, 온게임넷의 허준”으로 비교된 적도 있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건 그가 인지도를 높이며 공중파라는 메이저리그로 올라가는 과정이 아니라 그때나 지금이나 방송을 하고, 그 일을 진심으로 즐긴다는 점이다.

“유명해지기보다는 오래오래 방송 일을 하고 싶어요”

“저는요, 카메라 렌즈가 제 말을 경청하기 위해 집중하는 누군가의 눈 같아요.” 그의 안정적인 목소리 톤은 방송에 대해 말할 때면 잠시나마 붕 떴다. <아테네 올림픽> 첫 녹화 당시, 큐사인이 들어오자 자기 안의 새로운 뭔가가 깨어나는 걸 느꼈을 때에 대해, 1년 8개월 동안 DMB를 통해 시청자들과 소통하던 경험에 대해 말할 때 그의 목소리에서 감정만을 걸러내면 ‘재밌어 죽겠다’는 메시지를 쉽게 수신할 수 있다. 그런 그가 가장 “희열”을 느꼈던 순간은 “같이 방송을 한 케이블 PD가 소개시켜준 케이블 채널 국장을 통해 알게 된 공중파 PD가 추천해서 들어가게 된” ‘천하무적 야구단’에서가 아닌, 처음으로 인터넷 방송을 시도했을 때다. 도우미를 데리고 다니며 이벤트 일을 하기도 하고 닭집을 운영하기도 하던 그는 순전히 재미로 윈엠프를 이용한 1세대 인터넷 방송을 하며 혼자 떠들었고, 며칠째 0이던 접속자 수가 어느 날 1이 됐다. “누군가가 나를 향해 귀를 기울이고 있다는 느낌… 그걸 즐기지 못하는 분은 절대 방송을 못할 거예요.”

그래서 허준에겐 ‘천하무적 야구단’을 통해 자신을 알아보는 사람이 급격히 많아진 것이 공중파의 힘을 실감하는 경험일망정 메이저리거로의 승격을 뜻하진 않는다. “어떤 매체에서 하던 방송은 정말 재밌다”는 그에게 마이너와 메이저의 구분은 애초에 없었다. 그는 앞으로도 ‘천하무적 야구단’에서 ‘무엇이든 중계’하면서 다른 어딘가에서 ‘GG’를 외칠 것이다. “유재석이나 강호동처럼 유명해지기보다는 오래오래 방송 일을 정년까지 하는 것”이라는 그의 목표는 그래서 단 하나의 단서만 붙으면 얼마든지 가능해보인다. 늘, 지금처럼만 한다면.

글. 위근우 (eight@10asia.co.kr)
사진. 이진혁 (eleven@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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